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타깃으로 지목돼 고강도 조사를 받고 있는 삼성을 제외하고 롯데와 CJ는 임원인사안을 마련했지만 발표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두 그룹의 임원인사 발표시기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출연 등을 통해 나타난 것처럼 삼성은 재계의 기준점이다. 삼성이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롯데와 CJ가 인사를 실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이들 기업의 임원인사 발표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재계에선 롯데가 다음주께 조직개편과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관측했다. 롯데는 오는 21일 롯데제과·롯데케미칼 등 화학·식품 계열사 이사회를 시작으로 22일 롯데쇼핑 등 유통, 23일 호텔롯데 등 서비스 계열사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사회 직후 계열사별로 조직개편안 및 임원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의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그간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던 정책본부의 해체와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사업부문으로 나누는 것이다. 정책본부를 대신할 경영혁신실의 수장으로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고(故) 이인원 전 부회장의 사망 이후 황 사장은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함께 사실상 정책본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신동빈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롯데월드타워 개장과 호텔롯데 상장 등 굵직한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인사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며 “황각규 사장이 경영혁신실장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당초 지난해 12월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까지 연기된 상태다. 특검 수사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돼 인사시기를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하지만 특검이 수시기한 등의 이유로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CJ의 경영시계가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14일 “수사기간을 고려했을 때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 다른 대기업에 대한 공식수사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CJ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인사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인사는 나와봐야 아는 것”이라고 전했다.
유호승 기자 y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