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독주하던 우주 발사 시장에 미·일·유럽이 잇따라 신형 로켓을 선보이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발사 비용 절감과 서비스 품질 경쟁이 불붙으면서 '뉴 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의 신형 로켓 '아리안6'가 9일(현지시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아리안6는 1979년 발사된 '아리안1'의 뒤를 잇는 로켓으로, 유럽연합(EU)의 독자 위성항법시스템(GPS) '갈릴레오' 위성 등을 발사하며 유럽 우주개발을 이끌어왔다.
아리안6는 발사 준비 작업 효율화를 통해 발사 빈도를 월 1회까지 늘렸다. 기존 아리안5보다 2배 많은 횟수다. 발사 비용도 아리안5의 40% 수준으로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다만 이번 발사에서 우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기체 일부를 대기권으로 재진입시키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미국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합작사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도 올해 1월 대형 로켓 '벌컨'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역시 2월 대형 로켓 'H3' 2호기를 발사했고, 7월에는 3호기를 쏘아 올리며 실용화에 성공했다. H3는 기존 로켓 발사 비용(약 100억 엔)을 절반 수준(약 50억 엔)으로 낮춰 스페이스X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페이스X는 재활용 로켓 기술을 앞세워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지난해 전 세계 로켓 발사 횟수 212회 중 절반에 가까운 96회를 스페이스X가 차지했다. 하지만 신형 로켓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발사 비용과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위성 발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사된 위성은 2901기로 10년 전보다 14배 늘었다. 모건스탠리는 우주 산업 시장 규모가 2040년 1조 달러(약 138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발사 비용 외에도 운송 비용, 발사 시기, 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로켓을 선택한다. 아리안6는 미국 아마존의 통신 서비스 '프로젝트 카이퍼' 위성 발사를 다수 수주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ESA는 아리안6의 발사 성공에 대해 "유럽의 자주적인 우주 접근 능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로켓 기술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우주 산업의 성장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