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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테슬라·스페이스X 합병, 주주들엔 독 될 수도”

"사업 통합에 복합기업 할인 우려" 지적…테슬라 자금 다른 사업에 투입될 위험
양사 합산 가치 4800조원 넘어…AI·위성통신 가치평가 격차도 걸림돌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가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새로운 황금시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가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새로운 황금시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이 머스크에게는 유리할 수 있지만 테슬라 주주들에게는 오히려 손해를 안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부터 우주개발, 인공지능(AI), 위성통신, 소셜미디어까지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하나의 기업으로 묶을 경우 기업가치 평가가 어려워지고 주주들이 복합기업에 적용하는 할인 요인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이 머스크의 사업 운영을 단순화하고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각) 분석했다.

WSJ는 특히 합병에 따른 위험이 스페이스X보다 테슬라 주주들에게 더 크게 돌아갈 가능성을 제기했다.

머스크 CEO는 20일 두 기업을 합치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양사가 합병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머스크가 이끄는 주요 사업들이 하나의 기업 아래 통합된다.

WSJ는 거대한 기업 규모와 다양한 수익원이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자동차와 우주, AI, 위성통신 등 사업 특성이 크게 다른 기업들을 합치면 투자자들이 기업의 적정 가치를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합기업 할인 우려…합산 기업가치보다 낮아질 가능성


WSJ가 지적한 핵심 위험은 '복합기업 할인'이다.

복합기업 할인은 서로 다른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의 전체 가치가 개별 사업들의 가치를 합산한 수준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다양한 사업을 한 기업 안에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WSJ는 머스크의 사업들이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되면 이러한 할인 요인이 상당한 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합산하면 약 3조6600억달러(약 4839조618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합병 기업의 시장가치는 단순 합산액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WSJ의 판단이다.

특히 스페이스X는 이미 다양한 사업이 결합된 복합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스페이스X는 올해 초 머스크의 AI 사업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합하면서 기존 우주개발·위성통신 기업에서 사업 영역을 크게 확대했다.

반면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전기차와 태양광, 전력 인프라 사업에 집중돼 있다.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이 미래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존 사업 사이에는 비교적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AI 사업 5배·스타링크 58배…기업가치 산정 복잡


스페이스X의 사업별 기업가치 평가가 얼마나 다른지는 도이체방크의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8월 스페이스X의 개별 사업을 각각 평가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AI 사업에는 매출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기업가치 배수를 적용했다.

반면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포함한 통신사업에는 매출액의 58배를 적용했다.

같은 기업 안에 있는 사업이지만 투자자들이 적용하는 가치평가 기준이 크게 달랐던 것이다.

WSJ는 이처럼 사업별 특성이 크게 다른 기업에 테슬라까지 합쳐지면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하기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AI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해야 할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위성인터넷 사업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X와 AI 모델 개발사업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도이체방크는 이러한 사업별 가치평가를 토대로 스페이스X의 목표주가를 235달러(약 31만1000원)로 제시했다.

이는 21일 거래가격보다 약 47.5% 높은 수준이다.

WSJ는 이러한 분석이 스페이스X 주식에 이미 복합기업 할인이 반영돼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추가로 합병되면 할인 요인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 자금 다른 사업에 투입될 위험


합병이 성사될 경우 테슬라 주주들이 직면할 수 있는 또 다른 위험은 자금 배분 문제다.

WSJ는 통합 기업 내 다른 사업 부문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테슬라가 이를 지원하도록 요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원래 테슬라의 성장에 사용될 수 있었던 자금이 다른 사업을 지원하는 데 투입될 수 있다.

머스크에게는 여러 사업의 자금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개별 기업의 주주 입장에서는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WSJ는 합병의 재무적 이점을 판단하려면 두 기업이 반드시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이미 상당한 사업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테슬라는 스페이스X에 차량과 배터리, 전력 관련 시설을 공급하고 있다.

또 두 기업은 반도체 제조사업인 '테라팹'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는 스페이스X에 20억달러(약 2조6446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WSJ는 두 기업이 이처럼 협력업체이자 고객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상당한 사업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합병의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테라팹은 실질적 협력 가능성…양산 일정 불확실


양사의 공동사업 가운데 WSJ가 비교적 분명한 협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꼽은 것은 테라팹이다.

테라팹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반도체 제조시설이다.

두 기업은 자체 반도체 생산을 통해 AI 사업과 기타 기술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머스크 CEO는 20일 테라팹에서 내년에 첫 시험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2028년 하반기에는 대량 생산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에서 일정에 상당한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WSJ는 머스크가 과거에도 야심 찬 사업 일정을 제시해 왔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생산 목표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우주사업에 활용하거나 태양광·배터리 기술을 화성 개발에 사용하는 구상도 잠재적인 협력 가능성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WSJ는 이러한 사업들이 현실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현재 투자자들이 그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버크셔해서웨이와 다른 사업구조…머스크 개인 역량에 의존


WSJ는 복합기업이 반드시 주주들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워런 버핏이 이끌어 온 버크셔해서웨이를 제시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안정적인 사업과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주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반면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 기업은 우주사업과 AI, 위성통신, 자동차 등 수익구조와 투자 위험이 크게 다른 사업들을 보유하게 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각 사업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WSJ는 버크셔해서웨이의 경우 버핏 개인에 대한 월가의 신뢰가 거대한 복합기업 구조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머스크 역시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사업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WSJ는 머스크가 과거 온라인 금융서비스 업체 X닷컴을 통해 결제와 투자를 통합하려 했고 이후 트위터를 인수해 엑스로 이름을 바꾸면서 다양한 기능을 갖춘 종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 구상이 모두 현실화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WSJ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투자자들은 개별 사업의 성장 전망뿐 아니라 머스크의 경영 능력과 장기적인 구상에 더욱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투자자에게는 이러한 기업이 매력적일 수 있지만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복잡한 사업구조와 불확실성이 투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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