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머스크는 왜 인텔 팹을 사려 했나… 반도체 거절당하자 시작된 테라팹 속도전

- 머스크, 인텔·대만 티에스엠시·마이크론 제조공장 인수 타진했으나 거절당해
- 2030년 이전 초기 월 십만 장 가동 거쳐 최종 월 백만 장 자체 공급 목표
- 인텔 일점사나노 기술 제휴 속 한국 소부장과 파일럿 라인 협의 착수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삭제주 그레이임스 요리에 건설하는 제조 시설 테라팹(Terafab)의 조감도. 사진=스페이스X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삭제주 그레이임스 요리에 건설하는 제조 시설 테라팹(Terafab)의 조감도. 사진=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인텔과 대만 TSMC, 마이크론의 반도체 공장을 사들이려다 거절당한 뒤 자체 공장인 테라팹(Terafab)을 직접 짓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정보기술 전문 매체 Wccftech는 2026년 10월 20일(현지 시각) 머스크가 기존 제조 라인 인수 무산 직후 독자 공장 건설과 파트너십 병행 체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자율주행 차량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투입할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자, 머스크는 외부 공급망 의존을 끊기 위해 직접 파운드리 영역에 뛰어들었다. 테라팹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에서 월 10만 장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뒤 최종적으로 월 백만 장 체제를 완성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공급선과 실무 접촉을 타진하고 있다.

인수 거절에 막힌 칩 내재화, 기술 제휴로 방향 전환


머스크는 테라팹 부지를 백지상태에서 조성하기 전 기존 반도체 제조 라인을 통째로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먼저 세웠다. 첨단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데 수년이 걸리는 만큼 마이크론, 인텔, 대만 TSMC의 기존 팹을 인수해 시간을 아끼려던 시도였다. 그러나 세 곳 모두 머스크의 공장 매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접 인수가 좌절되자 머스크는 핵심 제조 기업과의 전략 제휴와 자체 팹 신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바꿨다. 제휴 파트너로는 미국 인텔 파운드리가 부상했다. 테라팹 프로젝트는 인텔의 최첨단 일점사나노(14A) 제조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실무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반면 세계 파운드리 일위인 대만 TSMC와의 논의는 공장 운영 주도권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TSMC의 시시 웨이(C.C. Wei) 최고경영자는 최근 실적 발표 설명회에서 협력이 성립하려면 TSMC가 공장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머스크는 TSMC의 역할을 단순 위탁 생산 하청업체 수준으로 한정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히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 엔지니어에 전권 부여… 한국 소부장과 공급망 논의


테라팹의 생산 일정은 2030년 이전에 초기 월 10만 장 체제를 구축하고 이후 머스크의 최종 목표인 월 100만 장으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다만 초기 월 10만 장은 TSMC가 2026년 말 최첨단이나노 공정에서만 뽑아낼 것으로 예상되는 월 12만 장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동 초기에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판도를 흔들기보다 머스크 기업 내부의 인공지능 연산 수요를 메우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장 추진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테라팹 조직은 현장 엔지니어들에게 직접 발주와 설계를 결정할 수 있는 전권을 부여했다. 주요 설비 협력사로는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참여하고 있다.

배관 설비 구축을 비롯해 웨이퍼 연마 슬러리, 고순도 세정 화학물질 등 핵심 공정 소재 분야에서는 한국 공급업체들과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머스크는 이러한 반도체 자급 계획이 미래 인공지능 생태계의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8월 작가 월터 아이작슨과의 대담에서 디지털 초지능이 상품과 서비스 산출량을 20에서 30퍼센트가량 끌어올려 해마다 30조 달러(약 4경 1700조 원) 규모의 경제 가치를 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주 로봇이 달에서 자원을 운송할 경우 장기적으로 지구 경제 규모의 백만 배에 달하는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개인 비전도 덧붙였다.

한국 소부장의 공급선 다변화 기회와 현장 리스크


테라팹 프로젝트의 가시화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새로운 대형 공급망 진입 기회와 함께 신중한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요구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다변화 정책 기조 속에서 북미 지역에 신규 매출 거점을 마련하려는 국내 기업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주요 시험대로 삼고 있다.

가치사슬 측면에서 직접적인 논의 대상에 오른 분야는 웨이퍼 표면을 연마하는 화학기계연마(CMP) 슬러리와 특수 고순도 세정액, 팹 진공 배관 시공 영역이다.

테라팹이 미국 내 신규 라인을 세우는 과정에서 1.4나노 미세공정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 화학·시공 기업들이 일차 공급사 후보군으로 연구개발 파일럿 라인 수준의 문의를 주고받고 있다. 초기 10만 장 라인 구축을 위한 초도 샘플 공급과 시공 수주가 현실화되면 해당 기업들의 가동률과 북미 수출 물량은 단계적으로 확대 흐름을 탈 수 있다.

다만 국내 칩 제조사와의 역학 관계와 공급 조건은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 칩 위탁 생산 유치를 추진해 온 국내 대형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머스크의 독자 공장 추진이 잠재 고객사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소부장 업계의 기대감과는 다른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아울러 현재의 실무 접촉은 비밀유지협약 기반의 초기 탐색 단계로, 테슬라 특유의 강력한 단가 인하 압박을 극복하고 실질적인 수익성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국내 부품·소재 업계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인텔 1.4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 지연이나 잦은 설계 변경이 겹칠 경우 참여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 회수 시점이 늦어질 수 있어, 향후 시험 양산 결과와 정식 본계약 전환 여부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