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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AI로 빅맥 가격 추천…매장별 21% 차이

14000개 매장 거래 분석해 ‘최적가격’ 제시…가맹점 압박·반독점 논란도
맥도날드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맥도날드 로고.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고객이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추산하고 매장별 메뉴 가격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미국을 비롯한 일부 시장에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지역에서도 매장에 따라 빅맥 가격이 20% 넘게 차이 나는 사례가 확인된 가운데 일부 가맹점주는 본사가 AI가 제시한 가격을 따르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다.

로이터통신은 맥도날드의 가격책정 시스템 화면을 확인하고 관련 전략을 직접 알고 있는 복수의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맥도날드는 가맹점주가 최종 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한다며 AI 가격 시스템은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밝혔다.

◇14000개 매장 거래 분석해 ‘최적가격’ 제시

로이터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가격책정 엔진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미국 내 약 1만4000개 매장에서 매일 발생하는 수백만건의 거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빅맥부터 노년층 할인 커피까지 매장별·제품별로 회사가 ‘최적가격’이라고 부르는 가격을 산출한다.

가격 결정 요소 가운데 하나는 각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해당 제품에 어느 정도까지 돈을 낼 의향이 있는지를 추산한 ‘고객 지불 의향’이다.

로이터가 확인한 가맹점주용 화면에는 특정 매장의 가격 민감도를 표시하면서 해당 지역 고객의 지불 의향을 판단 근거 가운데 하나로 사용하는 내용이 나타났다.

가격 시스템에는 웬디스, 버거킹 등 인근 경쟁업체의 온라인 메뉴에 공개된 가격정보도 포함돼 있다.

웬디스와 버거킹은 AI를 가격 결정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매장별 가격 차이가 더 확대됐다고 가맹점주 3명은 로이터에 전했다.

로이터가 최근 맥도날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한 결과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의 한 직영점에서는 빅맥을 5.69달러(약 7700원)에 판매했지만 약 2마일 떨어진 다른 직영점에서는 같은 제품 가격이 6.89달러(약 9400원)였다.

두 매장의 가격 차이는 21%였다.

다만 로이터는 이 차이가 AI 가격책정 엔진의 추천 때문에 발생했는지 다른 요인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맥도날드는 매장별 비용과 시장 여건이 다르며 수마일 떨어진 매장도 서로 다른 시장에 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 “가격 권고 따르라는 압박”

맥도날드는 가맹점주가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맥도날드는 가격 포털이 가맹점별 권고안을 제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가맹점주가 합리적인 사업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도구일 뿐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가 취재한 가맹점주 5명은 본사가 AI 가격책정 도구를 사용하도록 압박했다고 말했다.

로이터가 확인한 지난 6월 작성된 가맹점주 문서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가맹점주가 회사의 가격 권고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도 상세히 기록했다.

지난 1월부터는 새로운 사업기준의 하나로 가맹점주가 맥도날드가 승인한 가격 컨설턴트와 가격책정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맥도날드는 적어도 2019년부터 AI를 활용한 가격책정 도구를 사용해왔다.

맥도날드 내부 문서에 따르면 AI 가격 가이드라인은 가맹점주들에게 연간 최소 세 차례 제공된다.

지난해 여름 가맹사업에서 은퇴한 전 가맹점주 캐런 킹은 가격 권고와 다른 가격을 적용할 경우 본사 관계자들로부터 가격에 관한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본사는 가맹계약 갱신이나 신규 매장 개설 등 가맹점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투자자들에게 최근 가맹점 사업평가 방식이 바뀌면서 일부 경우 가격정책을 따르지 않는 문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18달러 빅맥 세트’ 논란…반독점 위험도

맥도날드의 가격책정 시스템은 과거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제안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코네티컷주의 한 가맹점주는 소송에서 2023년 가격책정 도구가 고속도로 인근 자신의 매장에서 빅맥 세트 가격을 약 18달러(약 2만4400원)로 책정하도록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높은 가격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맥도날드는 해당 소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으며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가격책정 엔진이 보다 보수적인 가격을 권고하고 일부 품목에는 가격 인하까지 제안하면서 본사와 가맹점주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맥도날드 본사는 가맹점 총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익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 고객과 판매량을 늘릴 유인이 있다.

반면 가맹점주는 임금과 임대료 등 매장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가격을 높일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다.

미국외식업협회 추산에 따르면 식당의 임금과 임대료 등 비용은 2019년 이후 36% 증가했다.

맥도날드가 AI 가격책정을 확대하면서 규제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법원과 규제당국은 최근 알고리즘에 의한 가격책정이 경쟁업체 사이의 불법적인 가격 공조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맥도날드 가격 포털의 이용조건에도 가맹점주들이 서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독점법과 경쟁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경고가 포함돼 있다.

맥도날드는 반독점법 준수를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문구가 반경쟁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밝혔다.

AI 가격책정 시스템이 최근에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비교적 낮은 가격을 권고하고 있지만 미국 맥도날드 매장의 방문객 수는 지난 3월 이후 집계가 완료된 모든 달에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데이터 분석업체 플레이서닷에이아이가 추산했다.

고객의 지불 의향까지 계산하는 AI 가격책정이 판매 확대를 위한 정교한 경영 도구로 자리 잡을지, 소비자 반발과 가맹점 갈등, 반독점 규제라는 새로운 위험으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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