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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항공망 전면 제재…中 못 건드린 ‘경제 고립’ 시험대

남은 항공사 27곳 등 36개 대상 제재…거래 땐 글로벌 금융망 차단 경고
호르무즈 통제력 여전·브렌트유 99달러 돌파…제재 효과엔 물음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미국이 이란의 남아 있는 항공사 전체를 제재하며 경제적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란의 항공망을 차단하고 거래 상대까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최대 교역 상대이자 주요 원유 구매국인 중국에 대한 가시적인 압박도 이뤄지지 않아 제재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9일(이하 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란 경제를 고립시키기 위한 ‘경제적 고립 작전’의 일환으로 이란 항공사 27곳과 관련 기업 등을 전날 제재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이번 제재 대상은 모두 36개다. 이란 민간 항공사 27곳뿐 아니라 이란이 미국산 항공기와 민감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이용한 위장회사와 해외 중개업체, 우회 환적망도 포함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번에 제재한 이란의 나머지 모든 항공사와 거래하는 누구든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차단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의 민간 항공사가 오랫동안 이란 정권의 활동을 지원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미 제재 대상인 마한항공 등이 무기 조달과 인력 수송 등에 이용됐다는 것이 미국 측 설명이다.

◇ 항공 관련 허가도 사실상 종료…압박 범위 확대


미국은 항공사와 관련 업체를 제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란과 관련한 항공 거래 자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미 재무부 당국자는 미국 기업이나 다른 기관이 이란과 항공 관련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관련 허가도 사실상 모두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4일 발표된 경제적 고립 작전의 후속 조치다.

미국은 당시 이란 경제의 남은 자금줄을 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항공을 비롯한 주요 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도 이번 조치와 함께 금융기관에 이란 항공산업의 조달망을 지원하는 거래를 신고하도록 요구하는 경보를 발령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 밀수와 제재 회피, 자금조달 등에 사용하는 금융망과 중개업체를 추적해 추가 제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 ‘경제적 디데이’ 선언했지만…CNBC “구체적 조치는 제한적”


그러나 C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24일 이번 압박 정책을 이란의 ‘경제적 디데이’라고 대대적으로 예고했지만 지금까지는 광범위한 경고에 비해 구체적인 조치가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달 말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이유로 이집트 은행의 아랍에미리트(UAE) 지점을 겨냥했고 최근에는 튀르키예의 한 은행도 제재했다.

이번에는 남아 있던 이란 항공사들을 일괄 제재하면서 대상 범위를 크게 넓혔다.

그러나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이자 주요 원유 구매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아직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하는 가시적인 압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CNBC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 워싱턴에서 만날 예정이다.

이란의 경제상황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원유 수출 감소 등으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번 제재가 추가로 어느 정도의 타격을 줄지도 불분명하다.

CNBC는 이날 재무부 당국자에게 경제적 압박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를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공개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국자는 일화적인 증거와 공개할 수 없는 다른 정보가 있다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 호르무즈는 여전히 이란 지렛대…유가 99달러 넘어


제재 효과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6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은 세계 원유 교역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통행을 제한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CNBC는 이란이 해협의 선박 통행을 제한하는 능력이 국제유가 급등에 영향을 주면서 전쟁이 장기 교착상태를 유지하는 데 이란의 협상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 행정부는 해운 추적업체들이 제시하는 전쟁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선박 통항 자료에 대해서는 반박하고 있다.

중동의 충돌 범위도 해협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러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고 이에 따라 일부 시설의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99달러(약 13만3000원)를 넘어섰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장중 약 2% 상승했다.

미국이 이란의 항공망과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핵심 지렛대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실제 경제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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