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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독점 깬다"… 中 조선사, 북유럽 선사와 8.4만 톤급 크루즈선 건조 MOU 체결

독일 함부르크 SMM 박람회서 노르 크루즈와 기본 2척·옵션 3척 계약… 사상 첫 해외 수출 물꼬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첨단 설계 기반… '아도라 매직 시티' 건조 경험 바탕 국산 기자재율 33% 달성
글로벌 크루즈 발주 슈퍼사이클 속 유럽 야드 2030년대 중반까지 포화… 중국 조선소 반사이익 조준
중국 헝리조선소 전경. 사진=헝리조선소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헝리조선소 전경. 사진=헝리조선소

컨테이너선과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전통 상선 시장을 장악해 온 중국 조선업계가 유럽 조선사들의 난공불락 요새로 꼽히던 '호화 크루즈선' 시장에서 사상 최초로 해외 선사 수주를 가시화하며 역사적인 돌파구를 열었다.

중국 최대 국영 조선 그룹인 중국조선공사(CSSC) 산하 상하이 와이가오차오 조선(SWS)이 북유럽 크루즈 운영사와 대규모 건조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유럽 야드들이 독점해 온 고부가가치 크루즈선 건조 밸류체인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9월 4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와이가오차오 조선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최대 조선·해양 박람회인 ‘SMM 2026’ 현장에서 북유럽 선사인 노르 크루즈(Nor Cruises)와 8만 4,000톤급 중형 크루즈선 건조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확정 발주 성격의 기본 2척 외에도 향후 3척을 추가로 건조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어, 본계약 체결 시 총 5척에 달하는 메가톤급 프로젝트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중국 조선 역사상 외국 선사로부터 따낸 첫 번째 해외 크루즈선 건조 계약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국 선사가 중국 노크하기 시작”… 유럽 과점 체제 균열 신호


해운·조선 전문가들은 이번 MOU가 비록 최종 선박 건조 계약(클로징) 전 단계이지만, 글로벌 크루즈 시장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변곡점이라고 평가했다.

쩡지(Zheng Ji) 상하이해양대학교 해양과학공학과 교수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MOU가 자동으로 최종 확정 계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크루즈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의 건조 역량에 실질적인 관심을 갖고 진지한 비즈니스 협상에 돌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거대한 돌파구"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번 협약이 정식 발주로 이어질 경우 중국 조선소들이 최고 난이도의 해외 크루즈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음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독일의 마이어 베르프트(Meyer Werft)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Fincantieri) 등 유럽 조선사들이 오랫동안 누려온 과점 독점 구도를 깨뜨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싱가포르의 글로벌 크루즈 운영사인 리조트 월드 크루즈(Resorts World Cruises)를 비롯한 복수의 해외 고객사들도 차기 선박 발주를 위해 CSSC와 긴밀한 실무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핀칸티에리 설계 도입… '아도라' 시리즈로 검증된 시공 역량


다만 이번에 중국에서 건조될 노르 크루즈의 신형 선박 2척은 순수 독자 설계가 아닌, 글로벌 1위 크루즈 건조사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의 라이선스 설계를 채택하는 조건이 명시됐다.

CSSC와 핀칸티에리의 협력 관계는 지난 2016년 홍콩에 첨단 크루즈선 설계 및 건조 기술 도입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화됐다.

와이가오차오는 핀칸티에리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2024년 1월 중국 최초의 국산 대형 크루즈선인 13만 5,500톤급 ‘아도라 매직 시티(Adora Magic City)’를 성공적으로 취항시킨 바 있다.

이어 동일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선체를 확장한 두 번째 크루즈선인 14만 2,000톤급 ‘아도라 플로라 시티(Adora Flora City)’는 오는 11월 6일 공식 인도를 앞두고 있다.

와이가오차오 측은 이번 신조선에 투입되는 기자재의 약 3분의 1을 중국 국내 공급망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 마이어 베르프트가 건조해 상하이를 모항으로 운항 중인 17만 톤급 초대형 크루즈선 ‘스펙트럼 오브 더 시즈(Spectrum of the Seas)’의 현지 조달율과 맞먹는 수준으로, 중국 내 크루즈 인테리어 및 엔지니어링 소부장 생태계가 빠르게 성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CSSC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한 독자 설계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3월 중국여유그룹(CTG)과 크루즈선 2척에 대한 자체 설계 기반 MOU를 체결하는 등 독자 플랫폼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조선소 야드 슬롯 '2030년대 중반까지 마감'… 슈퍼사이클 반사이익


중국 조선업계의 크루즈선 시장 진입을 가속하는 결정적 요인은 글로벌 크루즈 발주 시장의 강력한 슈퍼사이클과 유럽 야드의 도크 포화 상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Clarksons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크루즈선 신규 발주량은 총 35척, 431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글로벌 해상 관광 수요가 폭발하면서 주요 선사들이 앞다퉈 친환경 스마트 크루즈선 발주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 강자인 유럽 조선소들은 이미 쏟아지는 수주 물량으로 인해 도크(건조 공간) 슬롯이 완전히 동나면서 신조선 인도 일정이 2030년대 중반까지 밀려난 상황이다.

조기 선대 확충이 시급한 북유럽 및 아시아 크루즈 선사들이 상대적으로 납기가 빠르고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 조선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상하이 와이가오차오 조선의 이번 크루즈선 건조 MOU 체결은, 향후 ‘LNG 운반선에 이어 조선업의 마지막 남은 성역이자 정밀 제조업의 집약체인 크루즈선 분야에서도 중국이 유럽의 아성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미는 역사적 계기’이자 ‘납기 지연에 시달리는 글로벌 크루즈 선주들의 유연한 대안으로 중국 야드가 급부상하며 해양 플랜트 밸류체인의 재편을 촉진하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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