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TSA, 약 1000대 규정 준수 점검 착수
전문가 “머스크 규제 한계 시험할 것…결국 법정 갈 수도”
전문가 “머스크 규제 한계 시험할 것…결국 법정 갈 수도”
이미지 확대보기운전대와 페달, 사이드미러까지 없앤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이버캡이 미국 자동차 규제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제조사가 신차를 출시하기 전에 정부 승인을 받는 대신 연방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스스로 인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 같은 ‘자기인증’ 제도와 규제의 회색지대를 활용해 별도의 예외 승인 없이 사이버캡의 대규모 운행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규제기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테슬라와 미 정부 간 분쟁이 수년간 이어지거나 결국 법정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사이버캡의 유료 로보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사이버캡은 운전대와 페달, 사이드미러가 없는 2인승 자율주행 전용 차량이다.
그러나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출시 행사 불과 몇 시간 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약 1000대의 사이버캡을 대상으로 테슬라가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근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美는 사전승인 아닌 ‘자기인증’…테슬라가 노리는 틈
미국 자동차 규제 체계는 다른 많은 나라와 차이가 있다.
새로운 차량이나 기술을 출시하기 전에 정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국가들과 달리 미국에서는 자동차 제조사가 연방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스스로 인증한 뒤 차량을 공공도로에 투입할 수 있다.
로이터는 “문제는 현행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 상당수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운전대와 페달 등 수동 조작장치가 없는 사이버캡이 이 기준을 어떻게 충족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소비자단체 자동차안전센터의 마이클 브룩스 사무총장은 “사이버캡이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인 해석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NHTSA는 무인자동차에 맞도록 자동차 안전기준을 개정하고 새로운 규정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규정 개정 속도가 머스크 CEO가 제시한 사이버캡 확대 일정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필립 쿠프먼 카네기멜런대 공학 교수 겸 자율주행 안전 전문가는 “테슬라가 과거에도 규제의 경계를 시험해왔다”며 “이번에도 규제의 한계를 시험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가 자동차 규정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사이버캡이 연방기준을 충족한다고 자기인증한 뒤 차량을 대규모로 시장에 투입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규제기관이 이후 이를 문제 삼더라도 해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고 그동안 사이버캡이 공공도로에서 계속 운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외 승인 받으면 연 2500대 제한
연방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을 합법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별도의 방법도 있다.
제조사가 NHTSA에 예외 승인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경우 상업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차량은 연간 2500대로 제한된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사이버캡을 대규모로 확대하려 할 경우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
테슬라의 라스 모라비 차량공학 책임자는 올해 초 엑스(X)를 통해 사이버캡은 연간 2500대 제한을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 경로를 이용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NHTSA는 과거 테슬라가 사이버캡에 대한 예외 승인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예외 절차 대신 자기인증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죽스도 자기인증 밀어붙였다가 철회
비슷한 길을 먼저 택했던 회사도 있다.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는 운전대와 페달 없이 승객들이 서로 마주 보는 좌석을 갖춘 전용 로보택시를 개발했다.
죽스 역시 처음에는 차량이 연방기준을 충족한다고 자체 인증했다.
그러나 NHTSA가 조사에 착수하자 죽스는 결국 자기인증 주장을 철회했다.
죽스는 이후 약 1년이 지나 올해 7월 제한적인 상업 운행을 위한 연방 예외 승인을 받았다.
테슬라가 같은 방식으로 자기인증을 밀어붙일 경우 NHTSA와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전직 NHTSA 고위 관계자 3명은 로이터에 테슬라와 NHTSA가 자기인증 문제로 충돌하면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관계자는 제조사의 자기인증을 둘러싼 분쟁이 때때로 법원으로 가며 NHTSA가 이런 소송에서 항상 승리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머스크 “생산 기하급수적으로 확대”
테슬라는 지난 4월 사이버캡 생산을 시작했다.
머스크 CEO는 올해 말이나 내년에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2024년 사이버캡을 처음 공개할 당시에는 차량을 3만달러(약 4050만원) 미만에 판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는 사이버캡에 앞서 모델Y를 이용해 텍사스와 플로리다에서 제한적인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모델Y 기반 로보택시는 스스로 주행하지만 기존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운전대와 페달을 갖추고 있어 현행 연방 안전기준의 수동 조작장치 요건을 충족한다.
사이버캡은 이와 달리 처음부터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
테슬라는 사이버캡에도 사용되는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가 인간 운전자보다 최대 10배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규제를 연구하는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법학 교수는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테슬라가 기존 조작장치가 전혀 없는 차량을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운행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사이버캡은 머스크 CEO가 테슬라의 미래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로봇에 걸고 추진하는 전략의 핵심이다.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해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1조4000억달러(약 1890조원)에 이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사이버캡의 대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규제 문제도 넘어야 한다.
로이터가 인용한 전문가들의 전망대로 테슬라가 자기인증을 앞세워 연방 규제의 경계를 시험한다면 사이버캡의 다음 승부처는 도로뿐 아니라 법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