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5일 모의투자·3000만 원 예치금 의무화에 거래량 96% 급감
- 6월 15조 7183억 원 달했던 운용자산, 6조 8940억 원으로 반토막
- 단기 투기 수요 진정되며 코스피 변동성 완화… 유동성 위축은 부담
- 6월 15조 7183억 원 달했던 운용자산, 6조 8940억 원으로 반토막
- 단기 투기 수요 진정되며 코스피 변동성 완화… 유동성 위축은 부담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일 주가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8월 한 달간 약 10억 달러(약 1조 3788억 원)가 빠져나갔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각) 한국 금융당국의 고강도 진입 규제와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익성 논란이 겹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고위험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이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상품 출시 이후 이어진 단기 과열 투기 현상이 진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한국 증시의 변동성 지수는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진입장벽 높인 5일 모의투자
자금 이탈을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금융당국이 도입한 거래 요건 강화 조치다. 당국은 개인 투자자의 과도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8월 19일부터 신규 및 기존 투자자를 대상으로 최소 5일 동안 매일 1시간 이상(총 5시간 이상) 모의투자를 이수하도록 의무화했다.
투자자는 개인용 컴퓨터에 윈도우 운영체제 전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 가상 예치금 1억 원으로 레버리지 상품의 변동성 잠식(Volatility Decay) 위험을 직접 체험해야 한다. 여기에 3000만 원의 기본 예치금 요건도 함께 적용됐다.
까다로워진 절차는 개인 투자자의 신규 유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직장 컴퓨터에 별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 어렵거나 모바일 거래에 익숙한 투자자들이 진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한 모의 거래 지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토막 난 운용자산과 가라앉은 변동성
시장 내 자금 순유출과 글로벌 반도체 종목의 가격 조정이 맞물리면서 관련 ETF의 덩치도 급속히 작아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서울 증시에 상장된 해당 ETF들의 합산 운용자산(AUM)은 지난 6월 말 114억 달러(약 15조 7183억 원)에서 8월 27일 기준 50억 달러(약 6조 8940억 원)로 56% 감소했다.
월간 기준 순유출이 발생한 것은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한때 원주와 합쳐 한국 증시 전체 거래대금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 거래량은 지난 6월 정점 대비 4%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거래량 축소는 시장 과열을 식히는 역할을 했다.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는 6월 말 97에서 최근 50 안팎으로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레베카 신 분석가는 한국 규제 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장려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억제 정책으로 선회했다고 짚었다.
유동성 위축 딜레마와 시장 파급 리스크
금융위원회의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른 이번 조치는 횡보장이나 하락장에서 원금이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적 리스크를 제어하려는 제도적 장치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기 자금이 진정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통주 주가의 비이성적 급변동 위험도 둔화됐다. 다만 거래량 급감에 따른 유동성 위축은 기존 투자자들의 원활한 자금 회수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호가 공백이 발생할 경우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간 괴리율이 벌어져 매도 시 불필요한 가격 손실을 떠안을 위험이 커진다. 증권사와 거래소 입장에서도 파생상품 거래 수수료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향후 시장 흐름의 핵심 점검 포인트는 빅테크 기업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지속성과 AI 수익성 실현 여부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확인될 경우 규제 장벽 속에서도 투자 수요가 일부 회복될 여지가 있다. 반면 거시경제의 긴축 장기화와 빅테크 설비투자 축소가 현실화된다면 레버리지 ETF 시장의 자금 정체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