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이란과 무역·금융거래 전면 중단
美, 해상봉쇄보다 혁명수비대 자금줄 차단에 주목
이란 우회금융 핵심 거점 두바이 단속이 최대 관건
美, 해상봉쇄보다 혁명수비대 자금줄 차단에 주목
이란 우회금융 핵심 거점 두바이 단속이 최대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UAE가 지난 18일(이하 현지 시각) 늦게 이란과의 금융·경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바이가 이란을 세계 무역·금융시장과 연결해온 핵심 경제 생명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압박 전략에서 UAE의 협조가 결정적이라고 19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수주 동안 UAE에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이란 금융망에 대한 단속 강화를 요구해왔다.
미국 측은 특히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 미국이 시행 중인 이란 항구 해상봉쇄보다 테헤란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UAE 측에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란 수입 30% 이상 UAE 거쳐
이란과 UAE의 경제적 연결은 단순한 인접국 교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4년 UAE는 중국을 제치고 이란의 최대 수입 공급국이었다. 이란 전체 수입의 30% 이상인 약 210억 달러(약 29조7000억 원)어치가 UAE를 통해 들어갔다.
UAE는 오랫동안 서방 제재를 피해 해외와 거래하려는 이란 기업과 개인의 핵심 금융 거점 역할도 해왔다.
미 재무부와 이란의 제재 회피 활동을 추적해온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은 UAE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원유 판매대금을 받고 거래를 결제하는 한편 자금의 실제 출처를 감춰왔다.
이란 이름이 거래에 직접 등장하지 않는 두바이 소재 유령회사와 환전상을 통해 원유 수입대금, 외화거래, 이란 기업에 대한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다.
◇ 이란 비밀금융 90억 달러…62% UAE 기업으로
미 재무부 자료는 두바이가 이란의 우회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2024년 미국 은행들이 유지하는 환거래 계좌를 통과한 자금 가운데 약 90억 달러(약 12조7000억 원)가 이란의 비밀 금융활동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됐다.
미 재무부는 이 가운데 62%를 UAE 소재 기업들이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관련 기업 상당수가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에 자리 잡고 있다.
이란은 제재 대상 원유를 수출하기 위해 선박의 움직임과 소유 구조를 숨기는 노후 유조선 중심의 ‘그림자 선단’도 이용해왔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란의 그림자 원유 거래에 연관된 유조선 가운데 상당수를 UAE에 있는 기업들이 소유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UAE가 공식적인 이란과의 무역·금융 거래만 중단해서는 미국이 기대하는 경제적 압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식 은행 거래와 대형 항구를 통제하는 것을 넘어 자유무역지대의 소규모 업체와 유령회사, 환전상, 소형 선박을 이용하는 복잡한 우회 거래까지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 두바이도 딜레마…강한 단속 땐 금융허브 타격
UAE 입장에서도 이란과의 연결고리를 단번에 끊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WSJ는 이란 관련 불투명한 금융·무역 활동을 광범위하게 단속하려면 UAE 당국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는 자유로운 자본·상품 이동을 강점으로 성장한 두바이의 글로벌 상업·금융 허브 지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UAE 정책 당국은 미국이 이란에 더 큰 경제적 고통을 가하려는 전략이 관광과 무역 등 비석유 산업에 의존하는 걸프 국가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경제적 압박이 강해질수록 이란의 추가 군사 보복을 자극할 가능성도 부담이다.
UAE는 이달 들어 자국 선박 7척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8일에는 이란에서 UAE 방향으로 탄도미사일 2발이 날아왔으며 UAE 국방부는 미사일들이 해상 교통을 겨냥한 뒤 바다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 UAE, 전면 단절보다 단계적 압박
이 때문에 UAE는 테헤란과의 모든 연결을 한꺼번에 끊기보다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가 인용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UAE는 우선 화물 운송에 새로운 제한을 적용하고 이란혁명수비대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이란과 연결된 기업들에 대해 더욱 광범위한 단속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미국의 압박 정책이 실패할 경우 외교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란과의 일부 소통 채널은 남겨두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이란과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간 뒤 최근에는 군사 공격을 확대하기보다 경제적으로 이란을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주 미국이 조만간 이란 경제를 겨냥한 새로운 제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며 기존 해상봉쇄와 함께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결국 미국이 이란의 경제를 실질적으로 옥죄려면 공식 교역 중단을 넘어 두바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유령회사와 우회 결제, 원유 판매대금 이동망까지 차단해야 한다. WSJ는 두바이가 이란의 가장 중요한 대외 경제 통로 가운데 하나인 만큼 UAE가 이 그림자 금융망을 어느 수준까지 단속하느냐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경제 압박 성패를 가를 것으로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