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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도 먹던 미국인들…소고기 수요 마침내 흔들린다

고공행진하던 가격에도 소비 버텼지만 구매 축소 신호 뚜렷
타이슨 판매량 15.9% 급감…유통업체 가격 인하도 잇따라
지난 2022년 5월 2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슈퍼마켓에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2년 5월 2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슈퍼마켓에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천정부지로 치솟은 소고기 가격에도 좀처럼 줄지 않던 미국인들의 소비가 마침내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년간 이어진 공급 부족으로 소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소비자들이 지출 한계에 다다르면서 구매량을 줄이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소비자들이 계속되는 소고기 가격 상승을 더 이상 이전처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장에서 가격 저항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소고기 선호는 그동안 가격 상승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고단백 식단이 인기를 끌면서 소고기는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고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위로 옮겨가면서도 소고기 자체의 소비는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바꿔 말하면 이전까지 미국 소고기 시장의 특징은 공급이 줄어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소비가 좀처럼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가뭄 등의 영향으로 목장주들이 사육 규모를 줄인 뒤 미국의 소 사육두수는 수십 년 만의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강한 수요가 가격 상승을 떠받쳤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 최대 육류업체 가운데 하나인 타이슨푸드는 지난 6월 27일 끝난 분기에 소고기 판매 물량이 전년 동기보다 15.9%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타이슨이 식료품점, 음식점 등에 판매한 소고기 가격은 12.1% 상승했다.

높은 소 가격으로 원가 부담까지 커지면서 타이슨의 소고기 사업도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9개월간 이 회사 소고기 부문의 영업손실은 7억700만달러(약 1조102억원)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구매량 감소와 가축 가격 상승이 동시에 육가공업체를 압박하는 구조다.

소매시장에서도 가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다진 소고기 소비자물가는 7월 전월보다 1.6% 하락했다. 2020년 9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이다. 다만 가격은 여전히 1년 전보다 9.0% 높은 수준이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의식해 할인에 나서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달 일부 다진 소고기 제품 가격을 낮췄다. 높은 소고기 가격을 감내해온 소비자들의 저항이 커지면서 판매업체가 가격을 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소고기 가격을 끌어올린 근본적인 공급 문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수년간의 가뭄과 높은 사료비 등으로 축산농가가 사육두수를 줄인 뒤 소 사육 규모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육두수가 늘어나더라도 소가 실제 식육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소고기 가격이 단기간에 과거 수준으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금까지 가격 상승을 떠받쳐온 강력한 소비 수요가 약해진다면 시장의 가격 형성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소고기 가격이 기록적으로 올랐는데도 판매량이 증가해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이례적인 인내력이 주목받았다. 이제는 같은 가격 상승이 구매량 감소로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미국 소고기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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