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주문잔고 소화가 관건…엔진·좌석 등 공급망 병목 해소 속도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보잉이 기록적인 수주잔고를 소화하기 위해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규 주문 경쟁보다 밀린 항공기를 제때 인도하는 능력이 항공기 제조업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어버스와 보잉이 향후 10년까지 이어지는 수주잔고를 줄이기 위해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격년으로 열리는 파넘버러 에어쇼에서는 통상 양사의 신규 수주 경쟁이 주목받는다”면서 “그러나 올해 행사에서는 경영진들이 새 주문보다 기존 주문을 어떻게 생산하고 인도할지에 더 집중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에어버스, 2029년 이익 20조원대 목표
에어버스는 생산 병목이 완화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공급 능력과 관련해 중요한 항목들을 많이 충족했다”고 말했다. 에어버스는 그동안 엔진과 객실 좌석 부족으로 인도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회사는 2029년 조정 연간 영업이익을 120억~130억유로(약 20조~21조6000억원)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2025년 수준과 비교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FT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100억유로(약 16조6000억원)는 상업용 항공기 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라르스 바그너 에어버스 상업용 항공기 부문 대표는 “실행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우리는 막대한 수주잔고를 갖고 있으며 모든 항공기 뒤에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제때 인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 1000대 이상 생산 체제 준비
FT는 에어버스가 올해 약 870대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상반기 실적을 고려할 때 에어버스가 이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바그너 대표는 에어버스가 2020년대 말까지 연간 1000대 이상, 근무일 기준 하루 약 4대의 항공기를 인도할 수 있도록 공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어버스는 품질 기준에 맞지 않아 다시 작업해야 하는 물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내부 개선 작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항공기가 공정 사이를 안정적으로 이동하고 제때 고객에게 넘겨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에어버스는 주력 협동체 항공기인 A320 계열 생산을 월 70~75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도 유지하고 있다. 장거리 광동체 항공기인 A350 생산도 2028년 월 12대 목표를 넘어 더 늘리려 하고 있다.
◇공급망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FT에 따르면 생산 확대는 에어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항공기 한 대에는 엔진과 좌석, 전자장비, 기체 구조물 등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항공기 제조사가 조립 속도를 높이려면 엔진 제조사와 부품업체, 정비·부품 공급망이 함께 생산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한 업계 애널리스트는 에어버스가 필요한 물량을 인도하려면 생산 시스템뿐 아니라 공급업체를 포함한 전체 생태계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어버스는 수익 확대를 위해 항공기 애프터마켓 서비스 분야의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공기 부품 공급업체 유니칼에비에이션을 인수했다.
◇보잉도 생산·인증에 집중
FT에 따르면 보잉 역시 신규 수주보다 생산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는 파넘버러 에어쇼를 앞두고 올해 737 맥스의 남은 두 기종 인증을 확보하고, 이후 장거리 광동체 항공기 777X 인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777X는 장기간 인증이 지연된 보잉의 차세대 대형기다. 에어버스도 보잉 777X에 맞설 더 큰 A350 파생형인 A350-2000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오트버그 CEO는 "시장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웃돌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2020년대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초점은 수주잔고에 대응해 항공기를 공급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FT는 따라서 항공기 제조업계의 경쟁 구도는 당분간 누가 더 많은 주문을 따내느냐보다 누가 더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인도하느냐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에어버스와 보잉 모두 기록적 수주잔고를 확보했지만 공급망 병목과 인증 지연을 얼마나 빨리 해소하느냐가 실적과 시장 신뢰를 가를 변수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