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커머스 넘어 ‘관계 기반 실행형 AI’ 출격… 구형 기기 메모리 스왑·지연 한계 부각
D램 탑재율·용량 동시 상승하는 이중 성장… HBM은 글로벌 인프라 통한 우회 수혜
D램 탑재율·용량 동시 상승하는 이중 성장… HBM은 글로벌 인프라 통한 우회 수혜
이미지 확대보기텐센트가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인공지능(AI) 비서 샤오웨이를 시범 도입하며 중국 모바일 생태계를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각) 차이신 미디어가 보도했다.
단순 언어모델 개발 경쟁에 치중하던 중국 빅테크들이 실생활 결제와 쇼핑을 대행하는 에이전트 서비스로 전장을 옮기면서, 침체했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교체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 AI 에이전트 경쟁은 스마트폰 성능 경쟁을 다시 촉발하는 구조다. 모바일 기기 내부에서 직접 고성능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스펙 경쟁이 전면화됨에 따라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는 강력한 낙수효과가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일 텐센트가 내장형 AI 에이전트 출시를 최우선 전략 과제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14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위챗 생태계 특성상 초기 검증 단계를 지나 전면 확산 시나리오에 진입할 경우 모바일 사용자 행동 패턴은 급격히 바뀐다.
상시 대기형 에이전트를 매끄럽게 구동하려면 스마트폰에 최소 12~16기가바이트(GB)의 램(RAM)과 30~60TOPS(초당 테라 연산) 수준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필수적이다. 음성 호출 지연이나 멀티앱 실행 시 발생하는 메모리 스왑, 배터리 급감 등 구형 기기의 기술적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AI 에이전트는 과거 5G 도입기처럼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당기는 핵심 트리거로 부각되고 있다.
검색에서 실행으로… ‘관계 기반’ AI의 차별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사용자의 결제와 쇼핑을 대행하는 최고급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플랫폼 권력 이동을 서두르고 있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몰의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커머스 중심 AI에 집중하고, 바이두는 지도와 정보를 연계한 검색 기반 AI 고도화에 주력한다. 반면 후발 주자로 나선 텐센트는 위챗페이의 결제 완결성과 친구 관계망을 활용한 관계 기반 실행형 AI를 추구한다.
대화 맥락을 파악해 송금, 예약, 일상 대행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환경이다. 단일 앱 내부에서 모든 결제와 O2O 서비스가 완료되는 중국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 구조상, 텐센트의 AI 에이전트는 서구권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내 AI 비서 경쟁은 국내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도 생존을 건 이정표가 된다. 카카오톡이나 네이버가 모바일 앱 내에서 구현해야 할 AI 에이전트의 완성도와 구체적인 수익화 모델을 미리 검증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3개의 숫자, 2억 대 · 50% 이상 · 16GB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가 2026년 상반기 발표한 분기별 전망과 전자업계 추정을 종합한 중국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스펙 변화 지표는 다음과 같다.
먼저 2억 대라는 숫자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주요 로컬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올해 설정한 AI 기능 탑재 스마트폰의 공격적인 총출하 목표 수량이다.
다음은 50% 이상이다. 고성능 AI 에이전트를 상시 구동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필수 탑재되는 모바일 저전력디램(LPDDR5X)의 시장 채택률 예상치다.
끝으로 16GB다. AI 특화 플래그십 모델을 넘어 중고가 보급형 라인업까지 상향 표준화되는 스마트폰 메모리 용량의 새로운 기준점이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가 약 3~4GB를 쓰고, AI 에이전트가 4~6GB를 상주하면 이미 8~10GB를 차지한다. 사용자가 기존처럼 멀티태스킹(카메라, 게임, 웹서핑 등)을 버벅임 없이 실행하려면 남은 여유 공간이 최소 6~8GB는 되어야 하므로, 전체 16GB가 필수적인 마지노선이 된다.
탑재율과 용량의 이중 성장… 체급별 수혜 시차
온디바이스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명확한 체급별 수혜 시차를 발생한다. 스마트폰 기기 내부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상시 압축 구동해야 하므로, 제조사들의 부품원가(BOM) 비중에서 모바일 D램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다.
직접적인 1차 수혜는 모바일용 LPDDR5X D램과 초고속 낸드플래시인 UFS 4.0에 집중된다.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현지 D램 제조사들이 저전력·고성능 기술력과 수율 확보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는 만큼 프리미엄 모바일 D램 시장에서 독보적인 전력 효율을 갖춘 한국 기업의 지배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스마트폰 한 대당 탑재율 상승과 용량 증가(8GB→16GB)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을 동반한 이중 성장이 본격화된다. 로컬 모델 저장 공간이 늘어남에 따라 스토리지 입출력(I/O) 속도를 보장하는 UFS 4.0 낸드 수요도 동반 상승한다.
반면 서버용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중국발 직접 수혜보다는 글로벌 AI 인프라 증설을 통한 우회적 수요 반영 형태로 매출에 기여할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장벽으로 인해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의 자체 AI 서버 확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AI 기능의 실질적 체감을 느끼지 못해 교체가 지연되거나, 원가 상승에 따른 스마트폰 제조사의 마진 압박 딜레마는 투자 시 유의해야 할 변수다. 그러나 온디바이스 AI 영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한국산 프리미엄 LPDDR5X D램에 대한 의존도가 당분간 더욱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