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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폭염·산불 ‘이중 충격’…곡물·에너지 시장 동시 압박

유럽 연합 산불 건수 장기 평균의 2배 급증… 기후 리스크의 현실화로 사회적 비용 가중
곡물 생산 전망 하향 및 원전 가동 차질…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한국 경제까지 확산
그리스 크레타섬에 발생한 산불.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그리스 크레타섬에 발생한 산불. 사진=연합뉴스

유럽 전역이 때 이른 폭염과 대형 산불로 신음하며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잇따른 열돔 현상으로 유럽 주요국의 에너지 수급과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외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이목이 쏠린다. CNN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스페인 알메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안달루시아 지방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럽 연합 산불 건수 장기 평균의 2배 급증… 기후 리스크의 현실화


올해 유럽은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강도 높은 산불이 잇따르며 경제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유럽연합 산림화재정보시스템(EFFIS)이 지난 8일(현지시각)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EU 내에서 발생한 30헥타르 이상의 산불은 총 1057건으로, 지난 20년간의 장기 평균치인 476건을 두 배 이상 웃돈다. 소실된 면적은 약 15만 5569헥타르에 달하는데, 이는 서울 면적(약 6만 500헥타르)의 2.6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화재의 연료가 되는 초목을 바싹 마르게 해 대형 화재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곡물 생산 전망치 하향 조정에 글로벌 식량 가격 변동성 확대


이상 기후는 농작물 생산에도 즉각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곡물 거래업체 코세랄(Coceral)은 지난 6월 10일(현지시각)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EU의 옥수수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 6020만 톤에서 5720만 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 대비 약 5% 감소한 수치로, 지속되는 폭염이 작황에 미칠 추가적인 악영향을 고려하면 생산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럽은 유제품 및 주요 식재료의 핵심 공급처로, 한국 식품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A 증권사 연구원은 "유럽산 치즈, 버터, 올리브유 등 핵심 원재료의 수급 불안은 국내 가공식품 및 유제품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폭염과 가뭄이 식료품 물가 상승률을 0.4~0.9%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원전 냉각수 부족으로 전력 공급 차질… 에너지 자원 가격 변동성 증폭


폭염은 에너지 수급에도 치명적이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강물 온도 상승에 따른 환경 규제로 지난 6월 말부터 노장(Nogent) 등 주요 원전의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했다. 원전 냉각수로 사용된 강물의 방류수가 생태계 보호 규정치인 28도를 넘기지 않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 유럽 내 화력 발전 의존도가 높아지며, 이는 곧 천연가스(LNG) 수요 급증으로 연결된다.

에너지 업계는 이러한 유럽의 LNG 수요 확대가 글로벌 가스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LNG 도입 단가 상승과 전기·가스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 리스크 일상화… 공급선 다변화와 에너지 효율화가 관건


기후 위기가 이제는 단기적인 자연재해가 아닌 구조적인 매크로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더 이상 기후 변동성을 예외적인 상황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유럽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은 글로벌 시장 전체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원재료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장기적인 공급망 회복력(Resilience)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 리스크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유럽의 대응 정책과 그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향후 국내 산업의 투자 전략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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