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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들, '사내 AI 전도사' 앞세워 'AI 회의론' 넘는다

AI 도구 불신·활용 미숙이 확산 장벽…로펌·은행·식품업계, 동료 설득 조직 키워
미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도입에 소극적인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사내 AI 전도사 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앞세우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도입에 소극적인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사내 AI 전도사 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앞세우고 있다. 사진=챗GPT

미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도구 확산을 위해 사내 전도사 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앞세우고 있다. AI에 익숙한 내부 직원이 회의적인 동료를 직접 설득하고 실제 업무 활용법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AI 도구의 도입에 소극적인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사내 ‘AI 챔피언’ 조직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AI를 중심으로 업무 방식을 바꾸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직원들이 AI 결과를 신뢰하지 않거나 어떤 업무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실제 활용이 더디게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로펌 로프스앤그레이의 글로벌 사모펀드 거래 부문의 하워드 글레이저 공동대표는 회사 안에서 AI 활용을 독려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그는 “사람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새 도구를 쓰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는 두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 분야에서는 이런 거부감이 더 크다. AI가 만들어낸 허위 정보인 환각 때문에 잘못된 법원 서류가 제출되고 로펌이 제재를 받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미 조심스러운 변호사들이 AI 사용을 더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 비관리직 사무직 74%가 AI 정기 사용


기업들의 AI 활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 책임이 없는 사무직 직원 가운데 AI를 매일 또는 주 몇 차례 쓰는 비율은 74%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 보고서의 51%보다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이 조사는 14개 시장의 직원 1만17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사내 AI 챔피언들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새 AI 도구를 먼저 써보고 별도 교육을 받은 뒤, 동료들에게 활용법을 알려주고 질문에 답한다. 경영진에게 실제 사용 사례를 발표하는 역할도 맡는다.
로프스앤그레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법률 AI 도구 하비 사용이 크게 늘었다. 2년 전만 해도 이 회사에서 하비를 쓰는 직원은 32명에 그쳤고 한 달에 입력하는 프롬프트도 수백 건 수준이었다.

지금은 직원 약 2200명이 매달 28만2000건이 넘는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있다. 사용자 1인당 사용량도 1년 전보다 3배 늘었다. 로프스앤그레이는 전 세계에 약 3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이 가운데 변호사는 약 1500명이다.

◇ 단체 교육보다 일대일 대화가 효과


글레이저가 주로 하는 일은 AI를 쓰지 않는 동료를 직접 찾아가 대화하는 것이다. 그는 AI가 업무를 더 빠르고 쉽게, 더 낫게 만들어줄 수 있지만 처음에는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회사의 실무 AI 책임자 역할도 맡았다. 회사 안의 60여 명 AI 챔피언에게 동료 설득 방법을 조언하는 자리다. 회사는 아직 이들의 활동 성과를 공식적으로 집계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글레이저가 이 작업도 맡을 예정이다.

글레이저는 동료들이 AI의 정확성과 환각 문제를 걱정할 때 이렇게 설명한다고 말했다. AI가 완벽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신입 직원이 처음 가져오는 초안도 완벽하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AI 결과물도 사람이 검토하고 고쳐 써야 할 초안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체 교육보다 일대일 대화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봤다. 단체 교육에서는 참석자들이 AI를 쓰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씨티, AI 도구 사용률 80% 넘어


WSJ에 따르면 씨티그룹도 내부 AI 확산 조직을 통해 직원들의 사용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씨티 내부감사 부문에서 디지털 솔루션과 혁신을 맡고 있는 조시 골드스미스는 사내 AI 챔피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씨티의 내부 AI 플랫폼인 씨티 스타일러스 워크스페이스를 활용해 감사 보고서 초안을 간결하게 작성하는 사례를 개발했다. 막연히 AI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업무에 곧바로 쓸 수 있는 기능을 보여준 것이 동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씨티그룹은 AI 활용 범위를 사업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고객 등록, 대출 심사, AI 기반 가상 자산관리 상담, 사이버보안, 코딩 등 여러 분야에 AI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이를 위해 AI 확산 프로그램 참여자를 4000명 이상으로 늘렸다. 고위 임원들이 챔피언 역할을 맡고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현장 확산 담당자로 참여하는 구조다.

직원들이 가장 널리 쓸 수 있는 AI 도구인 씨티 스타일러스 워크스페이스의 사용률은 2024년 말 출시 당시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지금은 80%를 넘었다. 이 회사는 AI 챔피언과 확산 담당자 프로그램이 사용률 증가에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 기술 전문가보다 현업 이해도가 중요


AI 챔피언 프로그램이 효과를 내려면 사람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스 스낵킹의 라메시 콜레파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가장 효과적인 AI 챔피언이 반드시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중요한 자질은 호기심과 소통 능력이다. 현업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고, 이를 AI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동료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콜레파라는 2년 전 켈라노바에서 기술 부문을 이끌 때 AI 챔피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마스가 켈라노바를 인수한 뒤 더 확대됐고, 현재 참여자는 500명에 이른다.

그는 “챔피언은 AI의 더 큰 가능성을 조직 안에 퍼뜨리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WSJ는 “기업들의 AI 경쟁은 이제 도구를 얼마나 많이 들여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직원들이 AI를 실제 업무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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