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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국서 첨단방산국으로"…브라질 엠브라에르, 역대 최고 수주

민수·비즈니스·방산 전방위 잭팟…누적 수주 316억 달러
보잉·에어버스 틈새 공략 대성공…공급망 병목 해결이 과제
브라질 상조제두스캄푸스 공장에서 출고되어 시험 비행을 진행 중인 엠브라에르의 차세대 다목적 군용 수송기 'KC-390 밀레니엄'의 위용. 엠브라에르는 민수용 E-Jets의 글로벌 흥행과 KC-390의 유럽 나토 회원국 연쇄 수출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16억 달러의 수주 잔고를 기록하며 기술 집약적 항공방산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사진=엠브라에르이미지 확대보기
브라질 상조제두스캄푸스 공장에서 출고되어 시험 비행을 진행 중인 엠브라에르의 차세대 다목적 군용 수송기 'KC-390 밀레니엄'의 위용. 엠브라에르는 민수용 E-Jets의 글로벌 흥행과 KC-390의 유럽 나토 회원국 연쇄 수출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16억 달러의 수주 잔고를 기록하며 기술 집약적 항공방산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사진=엠브라에르

주요 광물과 농산물 등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던 브라질 경제 구조 속에서, 자국 기술력으로 전 세계 하늘을 공략 중인 항공우주 거인 엠브라에르(Embraer)가 창사 이래 가장 거대한 규모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며 글로벌 방산 및 민수 항공 시장의 다크호스로 우뚝 섰다.

1일(현지 시각) 브라질 경제 전문 매체 시피지(CPG) 등 외신에 따르면, 엠브라에르는 회계연도 기준 누적 수주 잔고(Backlog) 316억 달러(약 49조 원)를 돌파하며 역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한 수치다.

항공우주 산업에서 '수주 잔고'는 비유하자면 인기 맛집 앞에 길게 늘어선 손님들의 대기표와 같다. 당장 음식을 다 서빙하지 못했더라도 향후 수년간 공장을 풀가동할 일감이 가득 차 있다는 확실한 보증수표이자, 미래의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재무적 지표이기 때문이다. 보잉(Boeing)과 에어버스(Airbus)가 굳건히 양분해 온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브라질의 하이테크 항공기들이 확고한 독점적 영토를 구축했음을 숫자로 증명한 셈이다.

민수·비즈니스·방산 삼각 편대…나토 무대 뚫은 전술 수송기

엠브라에르의 가파른 성장 곡선은 특정 사업부의 일시적인 호재가 아닌, 민수·방산·서비스 전 분야가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의 결과다.

전체 수주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수 항공 부문은 전년 대비 42% 폭증한 145억 달러를 기록했다. 허브 공항과 소도시를 잇는 고효율 중형 제트기인 'E-Jets' 패밀리가 글로벌 지역 항공사들의 선택을 받은 결과다. 최근 트루노드(TrueNoord), 헬베틱(Helvetic) 항공과 'E195-E2'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에어코트디부아르(Air Côte d’Ivoire)로부터 'E175' 물량을 따내며 중형 단통로기(Single-aisle) 시장의 틈새를 정밀 타격했다.

개인 및 기업용 최고급 전용기 사업을 담당하는 비즈니스 항공 부문 역시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76억 달러의 수주 잔고를 기록했다. 기체 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부품 공급 및 정비 MRO를 전담하는 서비스·지원 사업부 또한 49억 달러의 누적 수주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마진을 창출하는 기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방산 부문의 주요 성과는 다목적 군용 전술 수송기인 'KC-390 밀레니엄(Millennium)'의 유럽 시장 확장이다. 성능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 나토(NATO) 회원국인 스웨덴과 포르투갈에 총 5대의 기체를 최종 인도 및 계약하는 실적을 올렸다. 미국 방산 기업들이 지배하던 유럽 군용 수송기 시장에서 거둔 이번 성과는 브라질제 방산 플랫폼이 글로벌 전장에서 상호운용성을 입증받았음을 의미한다.

대기표 길어도 요리 재료 부족…공급망 병목이 실적 분수령


1969년 설립 이후 50여 년간 9000대 이상의 항공기를 전 세계에 인도하며 신뢰성을 쌓아온 엠브라에르지만, 앞날이 완전히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맛집의 대기표가 길게 밀려 있어도 요리할 핵심 재료가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손님에게 음식을 내놓지 못해 매출을 올릴 수 없는 법이다.

현재 엠브라에르는 전 세계 항공우주 업계를 강타한 '엔진 및 핵심 전장 부품 부족'이라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Supply Chain Bottlenecks) 리스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장부상에 기록된 방대한 주문 물량을 계약된 납기 타임라인 내에 지연 없이 실제 완제품 기체로 조립·생산하여 진짜 수익(Earnings)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경영진의 최종 실익을 결정지을 분수령이다.

국제 통상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흔들리던 브라질이 고부가가치 항공 기술을 무기로 기술 주권국으로 도약한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본시장 분석가는 현대차, 기아 및 국내의 방산·전장 대기업들 역시 남미의 항공방산 거인이 전개 중인 유럽 나토 진영 우회 침투 경로와 글로벌 부품 공급망 확보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하반기 다변화되는 서방 무역 규제 전선 속에서 확실한 실익을 사수할 수 있도록 수출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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