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K2 전차 구난차 81대 한·독 공동개발 확정, 2031년 1000대 체제 굳히기
스페인 10조 포병 사업은 복잡한 법적 공방, 한화 K9 자주포 현지 합작법인 막판 변수
스페인 10조 포병 사업은 복잡한 법적 공방, 한화 K9 자주포 현지 합작법인 막판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재무장 흐름을 타고 거침없는 수주 랠리를 이어온 한국 방위산업(K-방산)이 현지 시장에서 '협력과 견제'라는 고도화된 이중 구조에 직면했다. 폴란드에서는 독일 방산 강자와 손잡고 대규모 지원 차량 공동개발을 확정 지으며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반면 스페인에서는 10조 원이 넘는 대형 포병 현대화 사업권을 둘러싸고 현지 기업의 법적 반발에 부딪혔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단순 수주 성과를 넘어 실제 이익률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단품 수출 단계를 넘어 현지 방산 생태계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 K-방산이 글로벌 주류로 안착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시험대다.
폴란드 K2 전차 사업 동맹, 5조원 규모 후속 MRO 시장 선점
유로뉴스는 24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한국과 독일, 폴란드가 유럽 최대 규모의 장갑차 지원 기동부대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 2026'을 기회로 독일 방산기업 FFG와 K2 블랙팬서 전차 기반의 지원 차량을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한국의 전차 플랫폼에 독일의 검증된 크레인 기술 등을 결합해 'K2PL ARV(구난장갑차)'를 비롯한 총 81대의 지원 차량을 공급한다.
이번 사업은 폴란드가 오는 2031년까지 추진하는 총 1000대 규모의 K2 전차 도입 및 현지화 계획을 완수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구난 차량 31대, 공병 차량 25대, 교량 차량 25대로 구성되며 오는 2029년부터 2031년까지 폴란드 군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유사 계열 구난장갑차의 단가를 고려할 때 이번 81대 지원 차량의 계약 금액은 최소 4000억 원에서 최대 6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나아가 향후 K2 전차 1000대 체제가 완성되면 이들 지원 차량을 포함한 유지·보수·정비(MRO) 및 부품 교체 시장 규모만 향후 20년간 최소 5조 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통상 방산 사업에서 초기 무기 납품보다 후속 MRO 사업이 더 높은 수익성을 갖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 펀더멘털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로템이 총괄 계약자로서 전반적인 사업 관리를 이끌고 FFG가 시제품 제작과 부품 통합을 맡으며, 최종 연쇄 생산은 폴란드 현지 방산 공장인 부마르 와벵디에서 수행한다.
당초 폴란드 기업 주도의 자체 개발이 논의되었으나, 가시화된 안보 위기 속에서 전력화 일정을 적기에 맞추기 위해 한·독·폴 3국 협력 체제로 선회했다.
스페인 12조 원 포병 사업 소송전, 합작법인 전환 따른 실익 저울질
반면 스페인 전선에서는 현지 전통 방산 강자의 견제 탓에 사업이 소송전에 휘말리는 진통을 겪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인드라 연합체에 발주하고 인드라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를 낙점하자, 탈락한 현지 터줏대감 산타바르바라가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분율 51대 49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 공장에서 K9을 생산하는 타협안을 조율 중인 것이 핵심 골자다.
스페인 경제전문지 엑스판시온(Expansión)은 24일 스페인 정부가 추진하는 총 72억 4000만 유로(약 12조 7300억 원) 규모의 차륜형·궤도형 포병 현대화 사업이 법적 공방으로 인해 막판 조율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가 포함된 궤도형 포병 사업은 약 45억 유로(약 7조 91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스페인 지상 장비의 터줏대감인 산타바르바라가 전면적인 법적 소송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었다. 산타바르바라는 정부가 인드라 연합체에 제공한 30억 유로(약 5조 2700억 원) 규모의 사전 금융 지원과 본계약에 대해 국가청에 무효 소송을 냈다.
자사가 스페인 내에서 유일하게 헤비급 장갑차 생산 역량을 검증받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장갑 차량 제조 경험이 없는 인드라 측에 특혜를 주었다는 주장이다.
최근 인드라와 산타바르바라의 최고경영진이 교체되면서 갈등은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드라가 지분 51%, 산타바르바라가 49%를 갖는 합작법인을 세워 산타바르바라의 안달루시아 및 아스투리아스 공장에서 K9 자주포 플랫폼을 라이선스 생산하는 타협안이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이 구조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플랫폼과 핵심 기술을 공급하는 형태로 참여하게 된다.
다만 투자자가 유의할 점은 이 지분 구조다. 인드라가 과반(51%)을 쥐고 산타바르바라가 49%를 가져가는 구조인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직접 거두는 마진은 독점 공급 구조일 때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방산업계 분석에 따르면 프로젝트별 차이는 있으나 현지 생산 비중이 50%를 넘어설 경우 국내 공장 직수출 방식과 비교해 일반적으로 영업이익률은 3%p에서 5%p가량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리스크 3대 모델과 투자자가 봐야 할 실전 체크포인트
유럽은 단순한 무기 도입이 아니라 자국 내 산업 활성화, 고용 창출, 기술 이전을 패키지로 묶어 요구하는 '정치 산업' 성격이 매우 강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방산 기업들의 유럽 리스크 구조를 다음 3대 축으로 모델화해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수주 리스크가 있다. 현지 터줏대감 기업들의 텃세와 법적 소송,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변수는 계약 지연이나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은 실행 리스크다.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지 부품 조달 및 생산 일정 조율의 어려움은 납기 지연 우려를 키운다.
끝으로 수익성 리스크다. 까다로운 기술 이전 조건과 현지 합작법인(JV) 지분 분할에 따른 마진 감소는 결국 이익률 훼손 가능성을 높인다.
방산 시장 전문가들은 K-방산이 직면한 소송전과 공동개발 흐름이 단순한 돌발 악재가 아니라, 시장 진입 장벽을 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세금이라고 평가한다. 국내 방산 섹터에 참여 중인 투자자라면 향후 기업들의 실질 이익률을 가를 실전형 체크포인트를 명확히 짚어내야 한다.
첫째, 국가별 현지 의무 생산 비율(%)과 핵심 부품의 국산화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현지 조달 비율이 높아질수록 국내 가동률 저하로 마진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둘째, 해외 합작법인 설립 시 지분 구조와 배당 권리 설정을 뜯어봐야 한다. 지분율에 따라 최종 연결 실적으로 잡히는 이익의 크기가 달라진다.
셋째, 납기 지연 시 부과되는 지체상금 상한선과 불가항력적 면책 조항 유무를 추적해야 한다. 유럽 내 복잡한 공급망 탓에 일정이 꼬일 경우 지체상금이 수익성을 갉아먹는 최대 복병이 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상으로 올리며 지갑을 열고 있지만, 동시에 자국 산업 보호 장벽과 기술 내재화 요구도 한층 완강해졌다.
이제 K-방산의 중장기 주가 향방과 본질적인 체급 성장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닌, 매출이 아니라 이익의 게임으로 바뀌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