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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억 달러' 캐나다 잠수함 백병전…韓 '산업 주권' vs 獨 '안보 블록' 격돌

척당 37억 달러 고사양 사업…30년 운용 'MRO 50%' 싸움이 핵심 분수령
한화·HD현대 '조선 재건' 승부수에 독일 '나토 상호운용성 락인' 맞불
K-방산 영토 확장 가를 시험대…수익성 양보하는 '전략적 비용'이 성패 가른다
캐나다 해군의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 선정을 앞두고 한국은 파격적인 산업협력과 신속한 인도 일정을 제시하며 '경제적 공급망 주권'을 자극하고, 반면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심의 안보 동맹 논리를 앞세워 '군사적 안보 블록 편입'을 압박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해군의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 선정을 앞두고 한국은 파격적인 산업협력과 신속한 인도 일정을 제시하며 '경제적 공급망 주권'을 자극하고, 반면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심의 안보 동맹 논리를 앞세워 '군사적 안보 블록 편입'을 압박한다. 이미지=제미나이3

한국과 독일이 총 사업비 440억 달러(68조 원)에 이르는 캐나다 해군의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한국은 파격적인 산업협력과 신속한 인도 일정을 제시하며 '경제적 공급망 주권'을 자극하고, 반면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심의 안보 동맹 논리를 앞세워 '군사적 안보 블록 편입'을 압박한다.

이번 수주는 단순한 함정 12척 매매가 아니라 캐나다 해군 공급망의 30년 주도권을 가르는 싸움이다.

척당 37억 달러 고사양 사업, 건조비를 넘어서는 MRO 중심 구조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CPSP는 기존 잠수함을 대체할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비 440억 달러를 12척으로 나누면 척당 단가는 약 37억 달러(572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일반적인 디젤 잠수함 건조 비용을 크게 웃도는데, 극한의 북극해 작전 요구 조건에 맞춘 설계와 공기불요추진체계(AIP), 그리고 장기 후속 군수지원 패키지가 통으로 묶인 고사양 사업이기 때문이다.

6월말 캐나다 정부의 발표를 앞두고 정부와 업계는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고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유럽 순방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기대는 하고 있으나 쉽게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신중론을 펼쳤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우리가 승리한다면 캐나다가 한국의 산업협력 패키지에 큰 무게를 둔 것이고, 패배한다면 나토 중심의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캐나다 정부가 내건 평가 기준 중 '유지·보수·정비(MRO) 및 군수지원'의 배점이 50%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잠수함은 30년 이상 운영되는 특성상 총 수명주기 동안 발생하는 비용이 초기 건조비보다 훨씬 크다.

이번 수주전의 본질은 초기 함정 판매가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캐나다 해군 공급망의 정비 통제권을 누가 쥐느냐는 MRO 핵심 경쟁이다.

한국의 카드, 2035년 조기 인도와 조선업 재건 패키지


한국 방산이 내세운 프레임은 '공급망 파트너십과 산업 재건'이다. 한화오션은 2026년 계약 체결 시 2035년 전에 4척을 조기 인도하겠다는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제출했다. 이후 해마다 1척씩 공급해 2043년까지 12척 전체를 인도하는 일정이다. 한국 해군에서 활약 중인 도산안창호함(3000t)을 캐나다 해역에 직접 보내 연합 훈련을 치른 것도 50% 배점의 MRO 역량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여기에 캐나다 조선 산업 자체를 리모델링하는 장기 협력안으로 쐐기를 박았다. 국내 조선사들은 현지 인력 양성과 기술 이전을 포함한 인프라 재건 로드맵을 전달했다.

현지 기업과의 공급망 동맹도 촘촘히 엮었다. 캐나다 철강사 알고마 스틸과 원자재 공급 업무협약을 맺었고, 건설사 PCL과는 잠수함 인프라 구축을, 밥콕 캐나다와는 장기 운영 지원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잠수함 수출을 고리로 캐나다 제조업의 실리와 산업 주권을 동시에 채워주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모델은 단기 수익성 훼손과 장기적인 기술 유출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한계도 뚜렷하다.

독일의 반격, 북대서양 안보망과 나토 '락인(Lock-in)' 효과


독일은 유럽 안보 지형의 결속력을 앞세워 한국의 추격 차단에 나섰다. 독일 TKMS가 제안한 '타입 212CD' 잠수함은 독일과 노르웨이 해군이 공동 개발해 도입하는 기종이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캐나다가 이 대열에 합류하도록 자신들의 인도 물량 가운데 각각 1척씩을 캐나다에 먼저 양보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던지며 한국의 무기인 '신속 인도' 맞불을 놨다.

독일이 내세운 논리는 나토 안에서의 '상호운용성'이다. 잠수함은 해상 안보 체계 중에서도 가장 고도화되고 폐쇄적인 운용 시스템을 요구한다. 독일, 노르웨이와 같은 기종을 쓰면 전술 데이터 링크와 통신 체계, 장비 부품을 그대로 공유해 북대서양과 북극해를 잇는 단일 잠수함 방어망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북극해 항로 확보와 대러시아 견제라는 캐나다의 지정학적 전략 환경에서 나토 기반 상호운용성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강력한 구조적 유인에 가깝다.

이것은 강력한 '시장 락인(Lock-in) 전략'이기도 하다. 한 번 독일계 안보 블록 시스템에 편입되면 향후 타국 무기 체계로 교체할 때 발생하는 전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는다.

장기적으로 다른 경쟁국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캐나다가 최근 유럽연합(EU)의 공동 방산 조달 금융 프로그램인 'SAFE'에 비유럽국 최초로 가입한 점도 이러한 북대서양 안보 결속 흐름에 무게를 더한다.

수익성 넘어선 '전략적 비용' 감당해야 문이 열릴 것


이번 수주는 단순히 함정 12척을 파는 매출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방산이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수출하며 지상군 영토를 넓혔듯이, 해군 무기 체계도 나토 표준 구조의 대양으로 진입할 수 있는지 검증받는 시험대다.

여기서 장벽을 뚫어낸다면 향후 사우디아라비아나 그리스 등 차기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확실한 추진력을 얻는다.

전문가들은 나토의 두터운 블록 장벽을 깨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단기 마진을 양보하더라도 현지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적 비용 흡수'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폴란드에 천무 다연장로켓을 수출할 때 단품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 국산화와 기술 협력을 결합해 유럽의 텃세를 극복한 사례가 좋은 본보기다. 노르웨이 장거리 정밀타격 체계 수주전에서도 한국은 까다로운 현지 요구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며 고단가 장벽을 허물었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제도적·정치적 저항을 깨려면 단순 제품 경쟁력을 넘어 대규모 현지 생산과 산업 참여를 융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사업 역시 마진 극대화라는 단기적 관점보다 나토 해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주 결과 예측 시나리오…실리형 절충안이 기준점


업계와 전문가 의견,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수주전의 최종 결과는 발주국인 캐나다의 경제적 실리와 군사적 연대 중 어느 쪽에 무게추가 기울어지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캐나다가 자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기조와 철저한 경제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방향이다.

한국 조선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해 파격적인 공급망 재건 패키지를 확보하되, 나토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형 함체에 독일제 무장·통신 체계를 일부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절충안을 채택하는 시나리오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캐나다의 북극해 안보 리스크 회피 성향이 극대화되는 경우다.

최근 SAFE 가입 행보와 맞물려 나토 동맹국들의 강력한 정치적 압박이 작용한다면, 독일에 물량을 양보받는 실익까지 챙기며 독일 TKMS의 타입 212CD로 최종 선회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방산의 대양 영토 확장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마지막 세 번째 시나리오는 캐나다 정부가 극심한 재정 압박 완화와 신속한 납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때 열린다. 한국이 제안한 독보적인 건조 타임라인과 MRO 현지화안이 전폭적으로 수용되면서, 폴란드 신화가 북미 해상에서 재현되는 시나리오다.

12척 전량 계약을 따내며 K-방산이 나토 해군 조달 체계의 핵심 파트너로 단숨에 도약하게 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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