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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 고갈 막아라… 韓·인니, 환율 방어 위해 ‘역외 파생상품’ 정조준

중동발 고유가 쇼크에 아시아 통화 급락하자 투기 세력 철막 규제 착수
한은 총재 “꼬리가 몸통 흔든다” NDF 폭주 경고… 비상 회의 거쳐 상시 모니터링 발동
인도네시아, 금리 인상 및 국채 개방 믹스로 자본 유출 차단… 외환보유고 방어 배수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환전소에서 인도네시아 루피아 지폐가 목격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환전소에서 인도네시아 루피아 지폐가 목격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발 고유가 쇼크로 수입 원자재 마진이 악화된 아시아 주요국들이 외환보유고를 무차별적으로 소진하는 직접 개입 대신, 환율 변동성을 부추기는 역외 파생상품 투기 세력을 정조준해 전방위적인 공급망 방공망을 구축하고 나섰다.
실물 자산 유출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환율 방어 해자를 다지겠다는 대담한 리밸런싱 전술이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가혹하게 높은 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거두들이 비실물 거래인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규제 펜스를 강화하며 투기 자본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한은 총재 “꼬리가 몸통 흔든다”... 원·달러 1,560원 덫 뚫은 비밀 회동


한국 외환당국은 원화 가치 추락의 주범으로 오프쇼어(외국계) 투기 세력의 놀이터인 NDF 시장을 지목했다. NDF는 계약 시점과 만기 시점의 환율 차액만을 미 달러화로 정산하는 파생상품으로, 실제 화물의 이동이 없어 적은 자본으로도 가혹한 환율 교란을 일으키는 치트키로 악용돼 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역외 NDF 거래가 원화 변동성을 지나치게 증폭시키고 있다”며 “서방의 종속적 요소가 국내 메인 시장을 통째로 뒤흔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파국적 상황”이라고 강력히 경고등을 켰다.

미즈호 은행의 하세가와 큐고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자유무역을 지향해 온 한국이 이 같은 파생 규제를 꺼낸 것은 투기 근절을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평했다.

실제 원화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 가쁘게 추락하며 지난 6월 초순 장중 1,560원선까지 밀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가장 취약한 덫에 갇혔었다.

무역 적자 확산과 인플레이션 공포가 안방 경제를 압박하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 수뇌부들은 지난 7일 오후 비밀리에 긴급 거시경제 회의를 소집해 이 같은 NDF 모니터링 강제 조치를 전격 락인(Lock-in)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사이 이란과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평화 합의가 체결됐다고 발표하자,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장중 1,500원선까지 하락(원화 가치 강세)하며 지난 6월 1일 이후 가장 견고한 회복 랠리를 증명했다.

외환보유고 바닥난 인도네시아… 2개월 연속 금리 인상 배수진


인도네시아 역시 루피아화 가치가 연일 최저치 철막을 돌파하며 가혹한 수입 원가 체증에 시달리자 자본 서바이벌 게임에 가세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의 지속적인 달러 매도 직접 개입에도 불구하고 루피아화 약세 펜스가 뚫리자 가치사슬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고 내 외화자산은 지난 5월 기준 1,228억 달러까지 가쁘게 추락하며 2년 만의 최저치 늪에 빠졌다. 일본계 은행의 외환 딜러는 “이 급격한 자본 증발은 자카르타 당국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 폭로하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5월 0.5%포인트 금리 인상에 이어 6월 9일에도 정책금리를 5.5%로 0.25%포인트 연쇄 인상하는 전술적 결단을 내렸다. 동시에 단기 증권(SRBI) 금리를 인상해 서방 자본을 무차별 흡수하는 한편 파생상품 시장 개입 믹스를 단행하여 지난 15일 기준 달러당 17,600루피아 선으로 통화 맷집을 긴급 회복시켰다.

인도의 루피 쇼크 차단 전술… 엔화는 규제 불가로 ‘버티기’


인도 모디 정부 또한 지난 3월부터 루피화 사수를 위해 다이렉트 시장 개입을 감행하는 한편, 국채 시장 빗장을 열어 외국인 자본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국내 시중은행이 고객에게 루피화 NDF 거래를 제공하는 것을 전면 금지시키는 철막 규제를 발동했다.

이로 인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루피화 숏 포지션(공매도 자본)이 강제로 청산(Unwinding)되면서 지난 5월 19일 중동 화염 속에 달러당 97루피라는 사상 최악의 바닥을 찍었던 루피화 환율은 현재 94루피 선으로 굳건히 안정화됐다.

한편, 완전히 자유로운 자본 이동 프레임워크를 고수하는 일본의 엔화는 이 같은 NDF 규제 이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외로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엔화는 거래 스케일이 emerging 통화보다 압도적으로 커 환율이 조금만 절상돼도 일본 내 수입 기업들이 다이렉트로 달러 매수에 나서기 때문에 직접 개입의 마진이 쉽게 잠식되는 덫을 지녔다.

소니 파이낸셜 그룹의 이시카와 쿠미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전술은 이란 평화 합의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달러 강세 압력을 누를 외부 치트키가 확실히 작동할 때까지 연쇄적인 구두·물리적 개입으로 버텨내며 시간을 버는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안보 지형도와 금융 파생상품 통제권 장악을 둘러싼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이 가혹한 자본 방공망 전술이 통상 마진을 어디까지 사수해 낼지 글로벌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의 매서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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