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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中 전기차 공습에 '메이드 인 유럽' 카드로 맞불

EU, 보조금 제한 등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 검토
토종 완성차 업계, 생존 위해 중국계와 '적과의 동침' 나서
한·일·영 '신뢰받는 파트너' 지위 확보 위해 총력 로비
르노 트윙고 E-Tech 전기차가 2025년 10월 파리 근처에서 열린 미디어 발표에서 공개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르노 트윙고 E-Tech 전기차가 2025년 10월 파리 근처에서 열린 미디어 발표에서 공개되었다. 사진=로이터
미국 시장의 빗장이 걸리자 유럽으로 향한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이 새로운 무역 장벽을 검토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오히려 중국 기업에 공장을 넘기는 등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 올해 상반기 3개월 동안 중국의 전 세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 급증한 20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31%가 EU로 향했으며, 영국과 노르웨이 등 비EU 유럽 국가까지 포함하면 전체 수출량의 42%가 유럽 시장에 집중됐다. 특히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연료 가격이 폭등하자,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수요는 더욱 치솟고 있다.

EU의 강력한 무역 장벽, '메이드 인 유럽' 카드와 한·일·영의 로비전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7.8%에서 35%에 달하는 상계관세를 부과했으나, 중국 제품의 가격 우위를 꺾지 못했다. 이에 EU 당국은 더욱 강력한 보호주의 법안인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해당 법안은 유럽 내에서 최종 조립이 이루어지고, 비배터리 부품의 최소 70%가 유럽산인 전기차에만 공공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 역시 주요 원자재와 부품 중 일부를 EU 내에서 조달해야만 유럽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영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들은 EU 회원국과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신뢰받는 파트너'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유럽 의회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못한 중국은 이 지위에서 원천 배제될 전망이다.

유럽 완성차 업계의 궁지, 생존을 위한 '적과의 동침'


규제의 칼날과 달리, 유럽 현지 자동차 산업 현장의 기류는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 유럽 자동차 공장들은 불황으로 인해 평균 가동률이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토종 기업들은 관세와 현지 생산 규제를 우회하려는 중국 BYD, 지리, 리프모터, 동펑 모터, 체리 등에 미사용 공장을 매각하거나 합작 생산을 추진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푸조와 피아트 등을 보유한 다국적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는 연간 80만 대 규모의 잉여 생산 능력을 활용해 중국 동펑 모터 및 리프모터와 손을 잡았다.

프랑스 렌 공장에서는 동펑의 프리미엄 전기차 '보야(Voyah)'를, 스페인 공장에서는 리프모터의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포드 역시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 조립 라인을 볼보의 모기업인 중국 지리에 매각하기로 했으며,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공장 부지 3곳은 체리 자동차와의 합작 법인에 넘어갔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의 공세도 매섭다. BYD는 올해 말 헝가리의 신공장에서 차량 조립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7년까지 유럽 전역에 5분 만에 충전이 가능한 '플래시 충전기' 2만 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스텔라 리 BYD 국제운영 담당 부사장은 최근 블룸버그 뉴스에 "스텔란티스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 인수 가능한 모든 공장을 물색 중"이라며, 스텔란티스 산하의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 인수에도 관심을 표명했다.

자본의 명암과 일본 업계의 퇴조, 그리고 토종 기업의 정면 승부


유럽 시장을 둘러싼 중국계 자본의 공장에 대한 역사는 명암이 갈린다. 지난 2010년 중국 지리에 인수된 스웨덴 볼보는 경영 자율성을 보장받고 기술을 공유하며 성공적으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2005년 중국 난징자동차가 인수한 영국의 상징적 브랜드 MG는 생산 설비가 중국으로 대거 이전되는 수모를 겪었다. 현재 난징을 인수한 상하이자동차(SAIC)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만 대의 MG 차량을 판매하고 있지만, 영국 롱브리지의 옛 공장 부지는 R&D 센터 일부만 남은 채 주택가로 변모했다.

상하이자동차는 최근 영국 대신 스페인 갈리시아에 2억 유로를 투자해 오는 2028년까지 연간 12만 대 규모의 신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중국의 거센 진격에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저가형 전기차 출시로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폭스바겐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2만 유로 가격대의 'ID. Every1'을 개발 중이며, 스텔란티스는 2028년까지 1만5000유로(약 2630만 원)짜리 이탈리아산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르노는 중국산 부품과 신속한 개발 프로세스를 프랑스 특유의 디자인 감각과 결합해 '르노 5'(2만4990유로)와 '트윙고 E-Tech'(1만9490유로) 등 왕년의 명차들을 전기차로 부활시키며 시장 방어에 나섰다.

이처럼 중국의 빠른 시장 잠식과 EU의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각국의 로비전 속에서 일본 자동차 업계의 입지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이미 혼다와 마쓰다는 유럽 내 생산을 전면 중단했으며, 헝가리 스즈키 공장의 소량 생산을 제외하면 EU 내에서 생산되는 일본계 전기차는 전무한 실정이다.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전기차 리프(Leaf)를 생산 중인 닛산은 영국이 EU의 '신뢰받는 파트너' 지위를 얻지 못할 경우 공장 폐쇄까지 고려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중국의 질주를 EU의 뒤늦은 규제가 제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유럽 도로가 결국 중국 기술로 전동화될 것인지는 향후 수년 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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