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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지휘소 통째로 넘긴다”...엠브라에르, 北아프리카서 美 록히드 꺾나

엠브라에르, 모로코에 수송기 5대 수출 위해 ‘C4I 패키지·10억 달러 클러스터’ 파격 제안
‘단순 엔진교체’ 고수한 록히드 C-130J 무력화...韓 방산식 ‘납기 준수·본토 이식’ 복사해 맹공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사가 개발한 차세대 제트 수송기 KC-390 밀레니엄(Millennium)이 야전 작전 전개를 위해 고도 전술 비행을 수행하는 모습을 연출한 그래픽 아키텍처. 사진=엠브라에르이미지 확대보기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사가 개발한 차세대 제트 수송기 KC-390 밀레니엄(Millennium)이 야전 작전 전개를 위해 고도 전술 비행을 수행하는 모습을 연출한 그래픽 아키텍처. 사진=엠브라에르

남미 방산의 거두인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가 북아프리카의 군사 맹주 모로코를 사로잡기 위해 단순한 군용 수송기 판매의 틀을 깨부수고 육·해·공군을 실시간으로 통합 통제하는 ‘C4I 최상위 군사 지휘소 체계’를 통째로 넘겨주는 파격적인 패키지 제안을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산 천궁-II 포대를 긴급 에어리프트하며 중동·아프리카 전역의 안보 전술망이 요동치는 가운데, 엠브라에르가 모로코 왕실의 해묵은 숙원 과제를 정확히 팩트 체크해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 시각) 글로벌 방산 컨설팅 그룹 LRCA 및 아프리카 안보 전문 매체 아프리카 인텔리전스(Africa Intelligence)에 따르면, 엠브라에르는 모로코 왕립군(FAR)과 진행 중인 6억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KC-390 밀레니엄 수송기 5대 도입 계약’을 최종 성사시키기 위해 군사 통합 통제 아키텍처인 C4I 시스템을 추가 제안서에 전격 반영했다.

미·프랑스식 ‘합동 지휘 시스템’ 전격 제공

엠브라에르가 제시한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패키지는 모로코의 안보 취약점을 정확히 정조준했다. 현재 모로코 왕립군은 해군에만 독자적인 C4I 프로토콜이 구축되어 있을 뿐, 육군과 공군을 실시간 연동해 통합 작전을 수행할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태다. 모로코는 수년간 미국 및 프랑스식 모델을 벤치마킹한 통합 지휘소 설립을 열망해 왔으나 기술 이전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브라질 정부는 호주가 오커스(AUKUS) 동맹 하에서 MRO 정비 통제권을 수혈받은 것처럼, 모로코에 지휘 통제권 전체를 이식해 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제안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모로코가 마그레브(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쟁국인 알제리의 일류신(Il-76) 수송기 기단에 맞서 공중 기동성(Mobility) 우위를 확보할 결정적 열쇠다.

특히 브라질 호세 무시오 몬테이루(José Múcio Monteiro) 국방장관이 이끄는 고위급 방산 대표단이 이달 모로코 라바트 방문을 앞두고 있어, 이번 C4I 카드가 최종 계약 도장을 찍을 마일스톤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순 엔진 교체’ 록히드마틴 vs ‘10억 달러 산업 생태계’ 브라질의 정면충돌


모로코 공군(FRA)은 현재 16대의 노후한 C-130H 허큘리스와 C-27J 스파르탄 등을 운영 중이나, 기체 노후화와 부품 가동률 정체로 극심한 국방 예산 압박을 받아왔다.

여기서 모로코의 전통적 군사 파트너인 미국의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은 기존 C-130H 기체의 엔진과 항전장비를 현대화하는 보수적인 개량안(C-130J 슈퍼 허큘리스 기종 제안 포함)을 고수했다. 반면 엠브라에르는 모로코 현지에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를 투입해 민·군수 항공 유지·보수·창정비(MRO)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2035년까지 1000개의 하이테크 일자리를 창출하는 양해각서(MOU)를 이미 발효시킨 상태다. 미국이 단순 하드웨어를 파는 사이 브라질은 ‘국가 건설(Nation building)’을 제안한 셈이다.

UAE 정부가 지난 5월 4일 KC-390 기종에 대해 ‘확정 구매 10대, 옵션 10대’라는 프로그램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계약을 체결한 이후, 모로코는 전 세계에서 가상 성숙도가 가장 높은 핵심 바이어로 안착했다. 이미 엠브라에르는 2024년 10월 사내 사용자 콘퍼런스 슬라이드에 모로코의 국기를 기확정 운영국가 후보군으로 노출하며 치밀한 수주 공정을 밟아왔다.

KC-390은 사하라 사막과 사헬 지대의 거친 모래바람과 1300m 수준의 비포장 야전 활주로에서도 완벽한 가동률을 증명했으며, 나토(NATO) 소속 7개 회원국이 이미 주력 수송기로 운용하고 있어 글로벌 상호운용성 검증도 끝마쳤다.

록히드마틴의 텃밭이던 북아프리카 시장에서 엠브라에르가 판도를 뒤집을 수 있었던 비결은, 한국 방산 기업들이 폴란드와 UAE에서 보여준 ‘엄격한 납기 준수(On-Time Delivery)’와 ‘현지 제조 산업 융합’이라는 연합 공학 메커니즘을 그대로 복사해 실행했기 때문이다. 단순 무기 판매상을 넘어 동맹국의 안보 주권을 통째로 격상시키는 브라질의 대담한 C4I 승부수가, 모로코 왕실의 최종 서명을 이끌어낼 가장 치명적인 무기로 부상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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