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25%) 압도·시총 20조…엔비디아·삼성이 먼저 찾아온 이유
삼성 메모리 의존 끊을 '대안 생태계'…정부 예산 4배, 글로벌 자본도 베팅
삼성 메모리 의존 끊을 '대안 생태계'…정부 예산 4배, 글로벌 자본도 베팅
이미지 확대보기숫자가 증명한 '창업 KAIST'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는 9일(현지시각) KAIST를 '아시아 최강의 딥테크 인큐베이터'라고 평가하고 집중 조명했다. 딥테크(Deep Tech)란 기초 과학과 첨단 공학 기술의 혁신적인 발견을 기반으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술과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말한다. 보도에 따르면 KAIST 창업원이 최근 5년간 배출한 스타트업은 574개사, 5년 생존율은 92%다. 서울대의 창업 생존율 약 25%와 비교하면 격차가 사실상 비교 불능 수준이다.
KAIST 발표에 따르면, 2021~2024년 연평균 창업 건수는 112건이다. 교원은 같은 기간 11건→16건→10건→10건, 학생은 125건→117건→79건→83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이후 IPO에 성공한 연계 스타트업은 24개사, 합산 시가총액은 20조 원을 웃돈다.
2024년 말 기준 누적 창업기업은 1972개사, 총자산 105조 원, 총매출 38조 원, 고용인원 6만 1252명이다. 총자산 105조 원은 삼성전자 한 분기 영업이익(약 6~10조 원)의 10배~17배에 달하는 자산 규모를 가진 창업 생태계가 대전 한 도시에서 스스로 구축됐음을 뜻한다.
엔비디아 1182억 원 투자·삼성 인수…5년 성과 뚜렷
엔비디아는 지난 4월 투자사들과 공동으로 KAIST 교원 창업 기업인 ‘포인트2 테크놀로지’에 7600만 달러(약 1182억 원)를 투자했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이 2016년 공동 창업한 이 회사는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케이블에 구리선 대신 플라스틱을 적용하는 세계 최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대비 전송 거리는 10배 늘고, 전력 소모와 발열은 줄었다.
창업 성과는 뚜렷하다. 2021년에는 제도 혁신과 함께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코스닥에 상장했고, 2022년에는 의료 AI 기업 루닛이 상장해 현재 시총 1조 5000억 원을 기록 중이다.
2023년에는 '패스트 프로토타이핑' 프로그램이 신설돼 시제품 제작 기간을 평균 2년에서 6개월로 단축, 현재까지 16개 기업이 혜택을 받았다. 2024년에는 엔젤로보틱스·토모큐브 등 4개사가 추가 상장했으며 그 해 7월에는 'KAIST 스타트업 글로벌 센터'가 문을 열었다.
'데스밸리 6개월 단축'…한국형 딥테크 모델의 핵심
KAIST 창업 모델의 본질은 자원 없는 창업자도 6개월 안에 시제품을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스타트업은 자금과 인력을 먼저 확보한 뒤 개발에 착수하는 탓에 이른바 '죽음의 계곡(데스밸리)' 기간이 수년에 이른다.
KAIST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창업 초기부터 동문·교수 등 분야별 최고급 전문가를 파견해 설계·개발을 직접 지원하고, 중소 제조업체 협업망으로 생산까지 연결한다. 시제품이 나오면 투자 유치가 수월해지는 선순환이 작동한다.
배현민 창업원장은 닛케이아시아에 "데스밸리를 수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면서 "딥테크 스타트업이 산업 다변화와 리스크 분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딥테크 락인' 수혜 구조를 읽어라
‘포인트2 테크놀로지’의 플라스틱 케이블 기술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공급망 편입이 확정될 경우 국내 광통신·소재 기업 전반의 수주 기회로 연결된다. 수혜 기업군은 광케이블 소재 공급사와 반도체 패키징 협력사다. 리스크는 엔비디아의 기술 채택 여부가 아직 검토 단계라는 점이다.
의료 AI·로봇 플랫폼에서는 루닛(시총 1조 5000억 원)·엔젤로보틱스(시총 4200억 원) 등 KAIST 출신 상장사는 글로벌 빅파마·의료기기 기업과의 기술 협력 가능성이 높다. 2024년 KAIST 창업원이 사노피·노바티스 등을 초청해 바이오헬스케어 심포지엄을 연 것이 그 신호다. 리스크는 바이오 업황 변동성과 해외 인허가 지연이다.
그럼에도 KAIST 창업 생태계의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몇 개 스타트업 성공'이 아니라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그 속도가 앞으로 5년을 결정한다.
심완섭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iberwld@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