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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다음 돈은 어디로?… 베이조스·엔비디아, '장수 혁신'에 조용히 올인

엔비디아·릴리 10억 달러 동맹…뉴리밋 몸값 1년새 3배 폭등
'프로그래밍 가능한 생물학'에 글로벌 스마트머니 대이동…삼성·SK하이닉스엔 기회인가
글로벌 자본의 다음 전장이 '생명을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한 빅테크 거물과 실리콘밸리 자금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생물학(programmable biology)' 영역으로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자본의 다음 전장이 '생명을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한 빅테크 거물과 실리콘밸리 자금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생물학(programmable biology)' 영역으로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자본의 다음 전장이 '생명을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한 빅테크 거물과 실리콘밸리 자금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생물학(programmable biology)' 영역으로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이는 유전자·세포 상태를 소프트웨어처럼 설계·수정해 질병을 치료하고 노화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시장에서는 "생명공학이 3년 전 AI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온다.

엔비디아·릴리 10억 달러 동맹이 쏜 신호탄


신호탄은 엔비디아와 일라이 릴리가 쏘아 올렸다. 두 회사는 지난 112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AI 신약개발 공동연구소 설립을 발표했다. 5년간 최대 10억 달러(15395억 원)를 투입하기로 약정했다. 확정 집행이 아닌 투자 약정 규모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들어서는 연구소는 엔비디아의 바이오니모(BioNeMo) 플랫폼과 차세대 GPU 아키텍처(루빈)를 염두에 둔 인프라를 전제로 설계된다. 실험 데이터가 AI 학습에 곧바로 환류되는 '폐루프(closed-loop)' 방식으로 신약 발굴 주기를 줄인다.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부사장은 "2026년은 생물학의 트랜스포머 모멘트"라고 단언했다.

베이조스 4, 암스트롱 3배… 거물 자금 결집


거물들의 베팅은 이미 진행형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세포 역분화 기업 알토스랩스에 약 30억 달러(46185억 원)를 넣은 핵심 투자자다. 2022년 출범한 알토스랩스는 노벨상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를 자문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로 자금을 모은 바이오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아이소모픽랩스는 알파폴드 기술로 21억 달러(32337억 원) 시리즈B를 유치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후원하는 레트로바이오사이언스는 기업가치 18억 달러(27714억 원)를 인정받았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뉴리밋이다. 코인베이스 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이 공동 창업했다. 이 회사는 지난 243500만 달러(6697억 원) 시리즈C를 마감하며 기업가치를 31억 달러(47730억 원)로 끌어올렸다. 1년 전 10억 달러를 밑돌던 몸값이 3배 넘게 뛰었다. 파운더스펀드가 라운드를 주도했고 기존 투자자 클라이너 퍼킨스, 신규 투자자 스라이브캐피털과 릴리 벤처스도 참여했다. 뉴리밋은 후성유전학 역분화로 노화 세포 기능을 되돌리는 신약을 개발한다. 새해 알코올성 간 질환을 첫 적응증으로 인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

'왜 지금인가'AI가 바이오로 넘어오는 세 가지 이유

자금이 지금 결집하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첫째, 거대언어모델 기술이 알파폴드 이후 단백질·분자 모델로 확장됐다. 둘째, 실험실 자동화와 데이터 환류가 맞물려 가설·검증 주기가 짧아졌다. 셋째, 신약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룸의 법칙'AI로 돌파한다는 기대가 커졌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AI 신약개발 시장이 2035년까지 해마다 11~23% 성장한다고 본다. 비상장사가 다수인 이 테마에서 엔비디아는 인프라를 파는 '곡괭이' 종목으로, 릴리는 응용 바이오 우량주로 상장 대안주에 오른다.

"자금이 아니라 데이터가 다음 밸류 가른다"


과열 경고도 뒤따른다. 뉴리밋과 알토스랩스 모두 아직 시판 제품이 없다. 현재 밸류에이션은 임상 데이터보다 '플랫폼 확장성'에 베팅한 성격이 강하다. AI 프리미엄이 바이오로 전이되는 초기 국면인 셈이다.

한때 2억 달러(3080억 원)를 모은 세놀리틱 기업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는 결국 문을 닫았다. 막대한 초기 자금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화 치료를 어떻게 분류할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제가 정해지지 않은 점, 생물학 데이터의 잡음이 여전히 큰 점도 변수다. 업계 일각에서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맹목적 낙관론이 반영된 초기 국면이며, 과거 닷컴버블이나 바이오벤처 거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철저히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삼성·SK하이닉스엔 기회인가… HBM 수요처가 넓어진다

한국 산업계에도 시사점이 작지 않다. AI 신약개발 인프라의 핵심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그 성능을 떠받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베이 지역 연구소가 차세대 구조 기반으로 지어지는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수요처가 신약개발로 넓어진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약 시뮬레이션은 추론 연산 비중이 커 연산 효율에 민감하며, HBM뿐 아니라 저전력·고효율 메모리 경쟁으로 수요가 번질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한다.

아울러 AI 플랫폼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이 늘어날수록,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탑티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중장기 낙수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자가 지금 챙겨야 할 체크포인트


이 테마를 좇는 투자자라면 네 가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 뉴리밋·레트로의 임상 진입 시점이다. 자금이 아닌 인체 데이터가 다음 밸류를 가른다.

둘째, 엔비디아 바이오니모에 합류하는 제약사 숫자다. 채택 속도가 곧 GPU·HBM 수요로 직결된다.

셋째, 빅파마의 실제 계약 규모다. 마일스톤 포함 금액이 진짜 돈의 출처를 보여준다.

넷째, 삼성·SK하이닉스HBM 신규 수요처 공시다. 데이터센터 편중이 풀리면 단가 협상력이 올라간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AI 다음 돈'이 아니라, AI가 바이오로 확장되는 초기 국면이다. 그 첫 수혜와 첫 거품을 가를 변수를, 국내 반도체·바이오 업계가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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