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 25 속도에 유럽·아시아 사정권… '주권적 억제력' 확보 선언
5세대 전투기 '칸' 양산 돌입, KF-21과 정면충돌… "협력 기회 찾아야"
5세대 전투기 '칸' 양산 돌입, KF-21과 정면충돌… "협력 기회 찾아야"
이미지 확대보기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튀르키예가 자국 기술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제품을 전격 공개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과 지정학적 구도에 거대한 파문을 던졌다. 그동안 무인기(UAV)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튀르키예가 전략 핵 투발 수단인 ICBM급 기술력을 과시함에 따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내 독자적인 군사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물론 중동 내 힘의 균형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국방부는 지난 5일(현지시각) 이스탄불에서 열린 'SAHA 2026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첫 ICBM인 '타이푼-2(Typhoon-2)', 공식 명칭 '일디름한(Yildirimhan·벼락, 군주)'을 전격 공개했다.
사거리 6000km의 파괴력… "유럽·아시아·아프리카가 사정권"
이번에 공개된 일디름한은 튀르키예 국방부 연구개발센터가 주도해 개발한 전략 무기다. 공개된 사양에 따르면 사거리는 6000km(약 3278마일)에 이른다. 이는 미국과학자연맹(FAS)이 규정한 ICBM 기준인 5500km를 상회하는 수치다. 튀르키예 본토에서 발사할 경우 유럽 전역은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기술적 세부 사항도 압도적이다. 아나돌루 통신은 이 미사일이 음속의 25배인 마하 25의 속도로 비행하며, 4개의 로켓 추진 엔진과 사산화이질소 액체 연료를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탄두 중량(페이로드)은 3000kg에 달해 다탄두 탑재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디름한의 등장이 단순한 무기 체계 확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한다. 알리 바키르 중동위원회 선임연구원은 "이번 개발은 튀르키예가 소수의 첨단 방위 기술 보유국 반열에 합류했음을 상징한다"며 "안카라가 역내 초강대국으로서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갈등·이란 미사일 위협… '주권적 억제력' 선택
튀르키예가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한 배경에는 급변하는 중동 정세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이 격화하면서 튀르키예 영토로 이란의 탄도미사일 잔해가 추락하는 등 안보 위협이 현실화했다. 특히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가 튀르키예를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하며 적대감을 드러낸 점도 안카라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현지 보안 분석가 부락 일리으름은 "안카라는 더 이상 동맹의 추상적인 보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며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는 '주권적 억제력'을 갖추겠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5세대 전투기 '칸(KAAN)' 양산 돌입… 항공 주권 시대 개막
튀르키예의 '방산 굴기'는 하늘에서도 이어진다. 브레이킹디펜스는 8일 튀르키예 공군이 자국산 5세대 전투기 '칸(KAAN)' 20대를 도입하는 첫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메흐메트 데미로글루 튀르키예항공우주산업(TAI) 최고경영자(CEO)는 "초기 물량인 블록 10 기체 20대에 대한 첫 주문이 성사됐다"며 "향후 도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칸은 2028년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2년까지는 현재 사용하는 미국산 GE F110 엔진을 자국산 TF35000 엔진으로 교체해 '100% 국산화'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튀르키예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 방위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방산 수출액 100억 5000만 달러(약 14조 7100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칸 전투기 48대 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우리 KF-21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약진은 K-방산에 중저가 틈새시장에서의 경쟁 격화와 핵심 기술 유출 우려는 부담이지만, 공동 개발 및 부품 공급 등 협력 기회도 열려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우수한 항전(아비오닉스) 기술력과 튀르키예의 기체 제작 능력을 결합한 제3국 수출용 보급형 전투기 공동 개발 등이 실질적인 협력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단기적으로는 동남아, 중동 등 튀르키예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 KF-21, FA-50 등의 수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강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K-방산은 무인기, 인공지능 등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수출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튀르키예를 비롯한 제3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여 공동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튀르키예의 전략 자산 확보는 글로벌 방산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투자자나 업계는 다음의 세 가지 지표를 통해 향후 시장의 향방을 가늠해야 한다.
첫째, 나토 내 균열과 방산 협력 변화다. 튀르키예가 독자적인 전략 무기를 확보함에 따라 미국과의 무기 체계 연동 및 수출 통제 갈등이 심화할지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 기업의 중동·유럽 수출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독자 엔진 개발 성공 여부다. 2032년으로 예정된 자국산 터보팬 엔진 개발 성패는 튀르키예 방산의 진정한 자립도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기술적 난관이 발생할 경우 다시 서방제 엔진 체계로 회귀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셋째, 중동 내 군비 경쟁 가속화다. 이스라엘과 이란, 튀르키예로 이어지는 삼각 갈등 구조가 심화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주변국의 방어 체계 강화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튀르키예의 '벼락'과 '칸'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거대 강대국 사이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겠다는 한 국가의 생존 전략이 투영된 결과물이다. 안카라의 기술적 도약은 이제 글로벌 안보의 상수가 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