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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캐나다에 K9·레드백·천무 공장까지 짓겠다 나서…176조 잠수함 수주 '올인'

APMA와 MOU 체결·수만 개 일자리 창출 약속…"캐나다 강철로 캐나다 노동자가 만든다"
잠수함이 목표지만 판돈은 훨씬 크다…제너럴 다이내믹스 독점 깨고 캐나다 방산 재편 노려
올해 2월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을 방문한 스티브 퍼 국방조달 담당 국무장관과 필립 라포르튄 주한 캐나다 대사가 K9 장갑차에 탑승하고 있다. 20명 이상의 캐나다 방산 임원들이 동행했다. 사진=CTV 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2월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을 방문한 스티브 퍼 국방조달 담당 국무장관과 필립 라포르튄 주한 캐나다 대사가 K9 장갑차에 탑승하고 있다. 20명 이상의 캐나다 방산 임원들이 동행했다. 사진=CTV 뉴스

한화가 캐나다에 전차 공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잠수함 수주를 위해서다. 그러나 이 한 장의 카드가 의미하는 것은 잠수함 한 건 수주를 훨씬 넘어선다.

CTV 뉴스와 CBC 뉴스가 29일(현지 시각) 일제히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이날 토론토에서 캐나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협회(APMA·Automotive Parts Manufacturers Association)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캐나다 순찰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 시 K9 천둥 자주포를 비롯한 복수의 장갑 차량을 캐나다에서 현지 생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은 한화와 독일 TKMS 양측의 수정 제안서 제출 마감일이었다.

한화 측 소식통은 CTV 뉴스에 "이것은 우리가 잠수함 계약을 수주하는 것에 100% 전적으로 달려 있다. KSS-III가 선정되지 않으면 이 합작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K9·레드백·천무·자율주행 드론…공장 하나가 아니다

한화가 APMA에 약속한 생산 품목은 단일 기종이 아니다. K9 천둥 자주포, 천무(Chunmoo) 다연장 로켓 시스템, K10 탄약 보급 차량, 레드백(Redback) 보병 전투 차량, 그리고 자율 지상 드론이 목록에 올라 있다. CBC 뉴스에 따르면 한화가 자체 설계·생산하는 비상업용 산업 차량 전용의 '캐나다 독자 자동차 사업부(Sovereign Canadian Automotive Business Unit)'를 APMA와 함께 별도로 설립하는 방안도 제안에 포함됐다. 경·중형 트럭과 SUV 등 캐나다 군이 사용하는 비전투 차량까지 캐나다에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화는 이 계획이 캐나다에 "수만 개의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산에 쓰이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포함한 모든 부품과 소재는 캐나다산으로 한다는 조건도 명시됐다.

창원에서 토론토까지…1년 전부터 준비한 수순


이 제안은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CBC 뉴스는 약 1년 전인 2025년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잠수함뿐 아니라 K9 자주포와 장갑 차량을 묶어 파는 비공식 제안서를 캐나다 연방 정부에 먼저 제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캐나다가 제안을 수락하면 장갑 차량 유지보수·생산 시설을 설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2월에는 스티브 퍼(Stephen Fuhr) 국방조달 담당 국무장관이 20명 이상의 캐나다 방산 임원들을 이끌고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을 직접 방문했다. K9 자주포 시연을 참관하고 차량에 직접 탑승했다. 글렌 코플랜드(Glenn Copeland) 한화디펜스 캐나다 최고경영자는 당시 CTV 뉴스에 "생산 라인을 캐나다로 가져올 수 있다. 캐나다에는 이미 포와 중장비 트랙을 만들 수 있는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멜라니 졸리(Melanie Joly) 캐나다 산업장관도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가동이 중단된 캐나다 자동차 공장들을 군사 차량 생산으로 전환하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독점을 깨는 도전


이 계획이 실현되면 캐나다 방산 지형에 구조적 변화가 온다. CBC 뉴스는 한화의 공장이 수십 년간 캐나다 연방 정부와 장기 전략 관계를 유지해온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즈 캐나다(General Dynamics Land Systems Canada)와 직접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 정부 입장에서 한화의 제안은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캐나다 방위산업 재편의 기회로 읽힐 수 있다.

플라비오 볼페(Flavio Volpe) APMA 회장은 이번 조건부 파트너십을 "캐나다 자동차 업계에 대단한 기회"라고 평가하며 "카니 총리가 전례 없는 국방 공약을 이끄는 데 기여하라는 도전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고경영자는 "캐나다의 산업 역량과 한화의 기술·제조 경험이 결합되면 단순 조달을 넘어선 새로운 협력 모델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평가 배점이 말해주는 것…잠수함보다 유지보수가 2.5배 중요


CTV 뉴스가 입수한 평가 기준표를 보면 한화의 전략이 더 선명해진다. 잠수함 플랫폼 자체의 배점은 전체의 20%다. 반면 30년 이상의 함대 유지보수 방안이 50%, 전략·경제 파트너십이 15%, 재정 기준이 15%를 차지한다. 좋은 잠수함을 가져오는 것보다 캐나다에 얼마나 기여하느냐가 2.5배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더그 구즈먼(Doug Guzman) 국방투자청(DIA) 최고경영자는 하원 국방위원회에서 입찰자들에게 "전략을 재검토하고 더 내놓을 것이 있는지 깊이 생각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퍼 장관은 "두 경쟁자 모두 50% 확률로 이기는 것을 알고 있다. 최선의 경제적 가치라는 것도 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6월 말 결판…호주 공장이 선례다


한화에는 해외 공장 설립의 선례가 있다. 2024년 호주 멜버른 인근에 포드·토요타가 철수한 자리에 공장을 열었다. 2년 만에 완공해 현재 약 1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튀르키예,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등 NATO 6개국이 K9 자주포를 이미 주문한 실적도 있다.

캐나다 왕립해군은 총 12척의 디젤-전기 잠수함을 원하며, 30년 이상의 함대 유지보수를 포함한 계약 총 가치는 1,00억 달러(약 14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최종 업체 발표는 6월 말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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