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압박에 밀려나는 '메이드 인 저머니'… 생산기지 동유럽 이전 가속
에너지값·임금 상승에 90년 전통 기업도 파산… 공급망 재편 불가피
에너지값·임금 상승에 90년 전통 기업도 파산… 공급망 재편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폴란드 경제 전문지 뱅크이어(Bankier.pl)가 28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독일을 상징하던 글로벌 부품사와 90년 역사의 중견 기업들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공장 폐쇄와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독일 제조업의 생산 기반이 인건비와 에너지 효율을 찾아 중동부 유럽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탈독일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90년 전통 부품사도 '백기'… 줄어드는 일자리와 멈춘 라인
독일 제조업의 위기는 수치와 현장의 비명으로 증명되고 있다. 글로벌 필터 시스템 전문 기업인 만앤휴멜(Mann+Hummel)은 독일 슈파이어(Speyer) 소재 생산 공장을 오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결정으로 공장 전체 인력 600명 중 생산직 400명을 포함한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사측은 폐쇄 이유에 대해 "품질 문제가 아니라 유럽 생산 네트워크의 구조적 최적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치솟는 에너지 비용과 높은 임금 수준, 유럽 내 낮은 성장률이 독일 내 생산 유지를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부품 공급망의 허리 역할을 하던 강소기업의 몰락도 충격을 더하고 있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차량용 전기 배선 전문업체 에리히 제거(Erich Jaeger GmbH)는 최근 프리드베르크 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전 세계 1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멕시코, 중국, 체코 등에 진출한 이 기업의 파산은 독일 내 중소 부품사들이 직면한 유동성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동진(東進)하는 자동차 산업… '체코·폴란드'가 대안
독일 본토의 공장들이 멈춰 서는 반면, 동유럽 생산기지는 오히려 활기를 띠는 '대조적 흐름'이 뚜렷하다. 독일의 고비용 구조를 피하기 위해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동쪽으로 옮기는 전략적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임러 트럭(Daimler Truck)은 최근 체코 서부 헤프(Cheb)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연간 2만 5000대의 트럭을 생산하고 1000여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독일 상용차 브랜드인 만(MAN)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며 생산 거점을 동유럽으로 재편하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독일 내 생산 단가는 동유럽 대비 약 30~40% 높으며, 최근 1달러당 1473.8원(4월 29일 기준)까지 치솟은 환율 영향으로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원자재 수입 부담까지 가중되자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강세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달러로 결제되는 에너지 및 원자재 수입 비용이 독일 기업들의 수익성을 직격하고 있다.
특히 29일(한국시각) 기준 원/달러 환율이 1473.8원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달러 강세(킹달러) 현상이 심화 됨에 따라, 유로화를 사용하는 독일 제조업계 역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가혹한 비용 압박을 견디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위기와 규제 압박… 제조업 패러다임의 변화
독일 제조업이 겪는 이번 위기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구조적 결함이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착화된 고에너지 가격 체계는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체에 치명타가 되었다.
여기에 엄격한 환경 규제와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실패가 맞물리며 독일 기업들의 입지는 좁아지는 추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현재의 공장 폐쇄 행렬이 독일 전체 경제 성장률을 하회시키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독일이 자랑하던 숙련공 중심의 생산 모델이 동유럽의 낮은 노동 비용과 현대화된 물류 시스템에 밀리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생산 기지 재배치라는 가혹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90년 역사의 기업조차 무너뜨리는 현재의 시장 환경은 독일 제조업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