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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댈수록 손해, '메모리 할증료' 시대 개막… 삼성·SK엔 '기회'일까 '독'일까

IT 벤더들, 공급난에 비용 전가… "많이 살수록 비싸지는 기이한 가격제"
기업용 하드웨어 '규모의 경제' 붕괴… 공급망 위기, 데이터센터 전방위 확산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기업 유비쿼티(Ubiquiti)가 지난 24일(현지시각)부터 ‘메모리 할증료(Memory Surcharge)’ 정책을 시행하며 기술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기업 유비쿼티(Ubiquiti)가 지난 24일(현지시각)부터 ‘메모리 할증료(Memory Surcharge)’ 정책을 시행하며 기술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기업 유비쿼티(Ubiquiti)가 지난 24(현지시각)부터 메모리 할증료(Memory Surcharge)’ 정책을 시행하며 기술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다. 기업용 스위치 제품을 구매할 때 최대 5.8%의 추가 비용을 고객에게 부과하는 이 정책은, 많이 살수록 총액이 불어나는 기이한 가격 구조를 만든다.
28(현지시각) 톰스하드웨어 보도를 종합하면, 이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제조사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고객에게 직접 전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유비쿼티만의 대응이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공급망 위기의 변곡점이라고 본다.

원가 부담 한계 도달… '투명한 전가'인가 '꼼수 인상'인가


유비쿼티의 정책은 철저히 수치에 기반한다. 3499달러(515만 원) 상당의 '스위치 엔터프라이즈 캠퍼스 48 PoE' 제품을 구매할 경우, 206달러(30만 원)의 메모리 할증료가 영수증에 추가된다. 499달러(73만 원)짜리 WiFi 7 액세스 포인트 역시 58달러(8만 원)의 웃돈이 붙는다. 49달러(7만 원)짜리 저가형 스위치조차 2달러(2940)의 할증료를 피해 갈 수 없다.

그동안 IT 벤더들은 반도체 공급난이 발생할 때마다 자체 이익률을 깎아가며 비용을 흡수했다. 하지만 메모리와 스토리지 시장의 변동성이 상시화하면서 가격 안정성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제조사들은 제품 가격을 일괄 인상하는 대신 할증료라는 명목으로 비용을 분리했다. 고객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지만, 결과적으로 실구매가 상승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가격 인상 책임을 소비자에게 분산하는 전형적인 공급자 우위 시장의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규모의 경제'가 무너진다… 기업용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


이번 사태는 기술 산업의 근간이었던 '규모의 경제'가 공급망 위기 앞에서 무력해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과거 대량 구매는 단가 인하(Discount)를 이끌었으나, 이제는 메모리 탑재량이 많은 고사양 장비를 구매할수록 더 많은 할증료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로 역전됐다.

이는 데이터센터와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시장에 즉각적인 파장을 미친다. IT 예산을 집행하는 기업들은 이제 하드웨어 구매 시 '고정비'뿐만 아니라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른 '변동비'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AI 인프라 수요 급증으로 HBMD램 등 핵심 부품의 공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이러한 비용 전가는 다른 벤더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시스코(Cisco), 아루바(Aruba) 등 대형 경쟁사들마저 유비쿼티의 전철을 밟는다면,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가격은 밴더사마다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매시간 요동치는 '변동 가격제'로 재편될 위험이 있다.

메모리 할증료 확산, 삼성·SK하이닉스의 '양날의 검'


IT 벤더들의 '메모리 할증료' 도입은 한국 반도체 양사(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당장은 '수익성 개선'이라는 호재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강화되며 판가 협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로 HBM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범용 메모리의 가격 강세는 전사적 이익률을 방어하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다만, 지나친 가격 인상은 전방 산업의 수요 위축(Demand Destruction)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다.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단순 가격 인상에 의존하기보다, 파운드리와의 패키징 협력을 통한 기술 격차 유지와 고객사 공급 안정성 확보다. 시장 과열이 진정된 이후를 대비해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공고히 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시장 참여자가 챙겨야 할 체크리스트


이번 사태는 기술 기업의 구매 전략을 송두리째 바꾼다.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D램 현물 가격(Spot Price)이다. 벤더사의 할증료 정책은 부품 가격 변동에 즉각 반응한다.

둘째, 하드웨어 리드 타임(Lead Time)이다. 할증료를 부과하면서도 납기가 늦어진다면 실제 수급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셋째, 매출원가율이다. 벤더가 할증료를 도입했음에도 재무제표상 매출원가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는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머지않았다는 신호다.

안정적인 가격에 기반한 하드웨어 조달 시대는 막을 내렸다. 공급망의 변동성이 제품의 가격표를 실시간으로 결정짓는 새로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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