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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조 원 증발한 '페르미' 몰락… AI 원전 투자자가 꼭 봐야 할 '진짜' 지표는

릭 페리 앞세운 'AI 전력' 스타트업의 몰락… 실체 없는 환상에 시장 '패닉'
한국 원전, 정치적 구호 넘어 '실적과 내실'로 정면 승부해야
미국 AI 인프라 붐을 타고 화려하게 등장했던 에너지 스타트업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가 경영진 내분과 실적 부재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AI 인프라 붐을 타고 화려하게 등장했던 에너지 스타트업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가 경영진 내분과 실적 부재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붐을 타고 화려하게 등장했던 에너지 스타트업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가 경영진 내분과 실적 부재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 시각) 보도에서 2025년 10월 상장 당시 130억 달러(약 19조1600억 원)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던 이 회사가 경영진 해임과 소송 악재로 주가가 상장 첫날 대비 81% 급락했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물리 법칙'보다 '정치적 연결고리'를 앞세웠던 AI 인프라 시장의 위험한 거품을 방증하는 사건이다.

'그림자 전력망'의 허상, 실체는 없었다


페르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에너지 캠퍼스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릭 페리 전 에너지 장관 등 정치권 거물들이 창업자로 참여했고, 기존 전력망에 기대지 않는 '독립형(Islanded) 전력망' 구축이라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2026년 4월 현재 위성 사진으로 확인된 캠퍼스 부지는 여전히 황무지에 가깝다. 기업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단 한 푼의 수익도 창출하지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한 과열 양상이라고 진단한다. 전 크레디트스위스 포트폴리오 매니저 이기 아이오페는 "모두가 부자가 되려고 뛰어들었던 닷컴 버블 당시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전력망에서 완전히 독립된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회의적이다. 구글 데이터센터 에너지 담당 임원 아만다 피터슨 코리오는 "독립 전력망 구축은 시스템 신뢰성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유발하며, 대부분 시간 동안 설비가 놀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 원전 산업, '정치'가 아닌 'EPC' 역량 입증해야


이번 페르미 사태는 한국 원전·에너지 기업들에 '정치적 구호'를 경계하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미국 내 AI 전력 수요 급증은 분명한 기회이나 페르미처럼 정치적 인맥이나 테마성 구호에 의존하는, 무리한 독자 전력망 구축은 치명적 리스크를 동반한다.

한국 기업들은 3500억 달러(약 515조9000억 원) 규모의 한·미 투자 협력 기조를 활용하되, 두산에너빌리티 등 검증된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은 마케팅보다 인허가 요건 완비와 계통 연계성을 검증하는 냉철한 프로젝트 선별 능력을 요구한다"고 조언한다. 무분별한 테마성 투자보다는 실제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연계된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등 실질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 중심의 접근이 한국 원전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는 핵심 열쇠다.

투자자를 위한 실전 체크리스트


AI 인프라 투자자들은 이제 '정치적 수사'를 걷어내고 '엔지니어링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향후 AI 인프라 관련주를 살필 때 반드시 다음 3가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첫째, 실제 수익 창출 여부다. 단순히 계획을 발표하는 단계를 넘어 데이터센터 운영 또는 발전소 가동을 통해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물리적 진척도를 점검하라. 계획 대비 실제 토목 공사가 진행 중인지 위성 사진 등 객관적 증거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셋째, 실질적인 계약 체결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과의 전력구매계약(PPA)이 문서화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치적 수사가 물리적 실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 81%의 주가 폭락은 투자자들에게 'AI 붐은 지속되지만 준비되지 않은 낙관론은 치명적인 손실을 부른다'는 시장의 냉혹한 경고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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