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뢰 깔면 즉각 사살" 강경 명령
이란은 고속정 수백 척으로 선박 2척 나포 맞대응
협상은 표류하고 미 해군항모 3척이 집결하는 최고 긴장 국면.
이란은 고속정 수백 척으로 선박 2척 나포 맞대응
협상은 표류하고 미 해군항모 3척이 집결하는 최고 긴장 국면.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개전한 이래 57일째인 23일(현지시각),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대의 봉쇄를 봉쇄로 맞받아치는 전례 없는 '이중 봉쇄' 국면에 빠져들며 협상 복원의 실마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이 상황을 "사상 최대의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으며,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07달러(약 15만5870원)에 마감해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를 훌쩍 웃돌았다.
호르무즈 '이중 봉쇄'…도날드 트럼프 "지뢰 깔면 사살" 초강경 명령
23일(현지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뢰를 매설하는 선박은 주저 없이 격침하라"는 명령을 해군에 하달했다고 밝혔다.
또 지뢰 제거 함정의 작전 강도를 기존의 세 배로 높이겠다고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해군의 승인 없이는 어떤 선박도 해협에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다.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완전히 봉쇄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맞봉쇄로 대응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22일(현지시각) 고속정 수십 척을 동원해 컨테이너선 2척을 나포하고 제3의 선박에 발포했다.
해양 안보업체 앰브리(Ambrey)의 선임 분석가 다니엘 뮬러는 로이터에 "민간 선박 업계는 이란 무장 세력의 나포를 막을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란 고위 안보 관리는 로이터에 고속정 함대가 이란의 '대칭 전략'의 '근간'이 됐다고 밝혔다.
개전 전 수백에서 수천 척으로 추산되던 이 고속정들은 해안 터널·해군 기지·민간 선박 사이에 은닉돼 있어 파악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 결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선박 수는 사실상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쟁 전 하루 평균 130척에 달했던 통항 선박이 4월 21일 단 1척으로 줄었다.
이는 99% 이상 급감한 수치로, 평상시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흐르던 이 바닷길이 사실상 마비됐음을 의미한다. LSEG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4월 22일 하루 통항 선박도 8척에 불과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해군은 바다 밑에 있고, 공군도 무너졌고, 대공망도 사라졌다. 2주 휴전 사이 조금 재무장했을지 모르지만, 하루 만에 다시 제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협상은 표류, 항모 3척 집결…미 미사일 재고 '6년 공백' 경고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마라. 가장 좋은 협상을 원한다"며 "(이란이) 500만 배럴의 원유를 팔아 하루 5억 달러(약 7410억 원)를 버는 꼴을 내가 막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루스 소셜에는 "시간은 이란 편이 아니다"라고도 썼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과시하는 모습이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23일(현지시각) USS 조지 H.W. 부시 항공모함이 인도양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아라비아해의 USS 에이브러햄 링컨, 북부 홍해의 USS 제럴드 R. 포드에 이어 미 항공모함 3척이 동시에 중부사령관 작전구역에 집결했다. 미국이 이 지역에 항모 3척을 동시에 배치한 것은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는 미군의 장기 전략 능력에 경고음을 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전 이후 미국은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미사일 1000발 이상, 사드(THAAD)·패트리엇·SM 시리즈 등 대공 요격 미사일 1500~2000발을 소진했다.
이를 개전 전 재고 대비로 환산하면 토마호크는 27%, SM-6는 33%, SM-3는 약 50%,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은 70%가 넘고, 사드 요격 미사일은 80% 이상이 소진된 것으로 추산된다.
CSIS 선임 고문 마크 캔시언은 CNN에 "이 재고들을 다시 채우려면 최소 1~4년, 사드 같은 고급 체계는 최대 6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대만 방어 시나리오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각) "일부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란전에서 소모한 무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 방어 계획을 완전히 이행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태평양사령관 새뮤얼 파파로 제독은 의회 청문회에서 "지금 당장은 대중(對中) 억지력에 실질적인 비용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생산량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유가 105달러·에너지 패닉…한국, 중동 원유 의존도 70%의 함정
이날 뉴욕 시장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전일보다 3% 오른 배럴당 105.07달러(약 15만 5870원)에 마감했고, 서부텍사스유(WTI)도 3% 상승한 95.85달러(약 14만 21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란 협상팀 수석 갈리바프의 중도 사퇴 가능성을 보도한 이스라엘 매체 발 기사가 나오자 유가는 순간적으로 5달러 이상 더 치솟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3월 공개한 분석 보고서에서 "전쟁 초기 브렌트유가 15% 급등하며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고, 최악의 경우 150달러 이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충격은 아시아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외교협회(CFR)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의 84%, 액화천연가스(LNG)의 83%가 아시아로 향했으며, 그 중 70%를 중국·인도·일본·한국 4개국이 소화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를 경유한다. WEF는 "한국은 이미 100조 원(약 680억 달러)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보고했다.
파나마 운하는 이미 호르무즈 봉쇄의 대체 통로로 부상하면서 통행료가 폭등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청 재무부사장 빅토르 비알은 일부 선박이 지정 통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100만 달러(약 14억8350원) 이상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평균 낙찰가도 전쟁 전 14만 달러(약 2억760만 원)에서 3~4월 사이 38만5000달러(약 5억7110만 원)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리비아는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하루 143만 배럴을 생산하며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달 12일 세계경제포럼(WEF) 중동 에너지 분석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기능 장애' 상태다. 보험사·선주·에너지 거래업체 모두 해협을 사실상 불통 구간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도 Gulf 산유국들이 전쟁 전 생산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이 혼돈을 전략적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각) 영상 성명을 통해 "미국의 승인만 있으면 이란의 핵심 전력·전기 설비와 경제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해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4월 23일(현지시각) 아프리카 순방 귀국 기내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 미국과 이란 모두 대화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향후 분수령…레바논 2차 협상·이란 핵 담판 행방이 관건
2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는 이스라엘-레바논 간 2차 대사급 회담이 열렸다. 당초 국무부 주관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사들을 맞이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장소를 바꿨다.
레바논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휴전을 이달 27일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현재도 레바논 남부에서 군사 작전을 계속하며 민간인 사상자를 내고 있어 협상의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중동 외교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미·이란 간 포괄적 협상의 핵심 쟁점은 핵 프로그램 포기, 호르무즈 재개통, 미국의 항구 봉쇄 해제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CNN은 미 정보 당국이 의회에 "전쟁 종료 후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최장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구간이 설령 재개통되더라도 에너지 수급 정상화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문한 2027 회계연도 국방예산에는 핵심 미사일 재고 회복을 위한 3500억 달러(약 519조 2250억 원) 규모의 국방산업 투자 요청이 담겨 있다.
록히드마틴은 사드·PAC-3 패트리엇 생산량을 4배로 늘리겠다고, RTX(레이시온)는 토마호크 등 핵심 무기의 납품 속도를 높이겠다고 각각 미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방산 전문가들은 "계약 체결과 실제 양산 사이에는 최소 2~4년의 격차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이중 봉쇄' 교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제 유가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의 물가·에너지·석유화학 전반에 걸쳐 연쇄 충격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 돌파구가 열릴지, 아니면 전선이 다시 확대될지 세계의 시선은 지금 이 순간 호르무즈 해협 57해리 너비의 바다에 쏠려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