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 합의 임박"…43년 만의 이스라엘·레바논 백악관 회담 추진
호르무즈 봉쇄 7주째, 브렌트유 95~98달러 급등락…한국 나프타·LNG 수급 불안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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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포괄 평화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해 온 레바논 교전 중단이 현실화하면서, 21일 만료를 앞둔 미·이란 휴전의 연장 또는 확대 합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BBC, 로이터, 블룸버그,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각) 일제히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주둔, 이란 핵 폐기 범위,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시점이라는 세 겹의 난제가 여전히 버티고 있어, 이 휴전이 종전의 관문이 될지 또 다른 교착의 입구가 될지는 주말 협상에서 판가름 난다.
43년 만의 정상 대면, 합의문 너머의 지뢰밭
미 국무부가 공개한 합의문의 골격은 네 가지다. 미 동부시각 오후 5시(한국시각 17일 오전 6시)부터 10일간 모든 공세 작전 중단, 협상 진전 시 기간 연장 가능, 레바논 정부의 헤즈볼라 적대 행위 차단 의무, 레바논 보안군의 배타적 주권 책임 인정이다.
양측은 "전쟁 상태에 있지 않음"을 공식 확인하고, 미국에 직접 협상 중재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면서 "43년 만에 처음으로 두 나라가 만난다"고 강조했다. 1983년 이후 단절됐던 정상급 접촉이 "1~2주 안에"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가 발표되기 한 시간 전까지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마르자윤, 사이다 등을 공습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을 발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중해에서 시리아 국경까지 이어지는 10킬로미터 폭의 '확대 안보 구역'에서 군대를 빼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영토 내 자유 이동을 허용하는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이스라엘 전직 외교관 알론 핀카스는 알자지라에 "트럼프에 의해 강제된 휴전이지 네타냐후가 원한 것이 아니다"라며 "레바논 남부에 헤즈볼라 교전 지역이 남아 있는 한, 부분 휴전은 휴전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텔아비브 국가안보연구소(INSS) 오퍼 구테르만 선임연구원은 WSJ에 "이란의 압력으로 합의가 도출됐다는 사실이 이스라엘에 부정적 신호"라며 "이란이 레바논 전선을 켜고 끄는 후원자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휴전이 폭력을 잠시 멈출 수 있으나, 헤즈볼라 무장 해제라는 핵심 난제는 그대로 남는다"고 분석했다.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은 피란민에게 "마을 귀환을 서두르지 말고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보도했다.
이란 핵 협상 3대 쟁점—우라늄·호르무즈·안보 보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거래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밝히면서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돌려주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합의가 성사되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직접 방문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유가가 사람들이 예상한 것의 절반 수준"이라며 낙관적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지난 11~12일 이슬라마바드 1차 대면 협상의 실상은 다르다. 타임(TIME)지에 따르면 양측은 밤새 마라톤 회담을 벌여 상당 부분 접점을 찾았으나, 세 가지 핵심 고리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첫째, 모든 우라늄 농축의 완전 중단과 주요 농축 시설(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해체 여부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둘째, 고농축 우라늄 재고의 해외 반출이다. 러시아가 이란의 농축 우라늄 재고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다시 내놓은 것으로 국영 RIA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셋째,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의 시점과 조건이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라그치는 "합의에 거의 다가갔으나 극대주의와 골대 이동, 봉쇄에 부딪혔다"고 반박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2~3가지 쟁점을 빼면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란 의회 의장이자 수석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이란이 "완전한 평화와 안보"를 추구하지만 미국이 "약속을 어기며 늘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파키스탄·이집트·튀르키예 중재국들은 21일 휴전 만료 전 2차 대면 협상을 성사시키려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양측이 2주간의 휴전 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국제정책센터(CIP) 시나 투시 선임연구원은 "양측 모두 전쟁 재개의 비용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어 협상을 이어갈 동기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미 하원에서는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려는 결의안이 214대 213으로 간발의 차이로 부결돼, 미국 안에서도 전쟁의 정당성 논란이 팽팽함을 보여줬다.
호르무즈 봉쇄와 한국—원유 비축 208일분의 허와 실
이번 레바논 휴전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곳은 세계 에너지 시장이다. IEA는 4월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통과 물량이 전쟁 이전 하루 2000만 배럴 이상에서 약 380만 배럴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6개 걸프 산유국의 원유 생산 차질은 4월 하루 91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전망은 하루 73만 배럴 증가에서 8만 배럴 감소로 뒤집혔다. IEA는 "호르무즈 통항 재개가 에너지 공급·가격·세계 경제의 압력을 완화할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단언했다.
브렌트유는 17일 배럴당 98달러(약 14만 51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쟁 이전 대비 40% 넘게 오른 수준이다. 3월에는 현물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약 22만원) 근처까지 치솟기도 했다.
EIA는 2분기 평균 115달러(약 17만 원)를 거쳐 4분기에 90달러(약 13만 3200원) 밑으로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는 분쟁의 4월 내 종료를 전제한 시나리오다.
수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나프타의 77.6%를 중동에 기대는 한국 산업에 충격은 특히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원유 의존도는 OECD 37개국 가운데 1위(GDP 1만 달러당 5.63배럴)다.
증권가에서는 "동북아 에틸렌 가격이 3월 초 t당 696달러(약 103만원)에서 1351달러(약 200만원)로 두 배 뛰었다"며 석유화학 원가 압박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일본 에틸렌 공장 12곳 가운데 6곳이 감산에 돌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대체 공급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15일 카자흐스탄·오만·사우디·카타르 4개국 순방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말까지 원유 2억 7300만 배럴과 나프타 최대 210만t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원유 2억 배럴 가운데 4~5월분 5000만 배럴은 홍해 대체 항만을 통해 들여온다. 카타르 국왕은 "한국과의 약속은 틀림없이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산업부가 밝힌 비축유 208일분(정부·민간·추가 확보 합산)은 수량으로는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구조적 한계가 있다.
우회 수송 비용이 50~80% 뛰고, 전쟁보험료가 7배까지 할증되며,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 설계된 국내 정유 시설이 북미산 경질유를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미산 원유의 한국 도착까지 40일 이상이 걸리는 데 비해 중동산은 25일이면 충분하다는 물류 격차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영국과 프랑스는 17일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다자간 방어 임무에 관한 온라인 회의를 열고, 한국·일본·중국·인도 등의 참여를 타진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세 작전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레바논 휴전이라는 퍼즐 한 조각이 맞춰졌으나, 호르무즈해협이 열리지 않는 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안과 한국 산업의 원가 압박은 가라앉기 어렵다.
21일 휴전 만료 시한까지 남은 나흘이, 전쟁과 평화의 경계에 선 이 모든 방정식의 답을 가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