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달러 가치 유니콘의 비극... 전 직원 해고하고 본사 폐쇄
"위험한 장작 패기 기계" 현장 혹평에 직면한 실리콘밸리 기술 만능주의
로보틱스 거품 붕괴 신호탄… 실질 생산성 입증 못한 스타트업 '고사 위기’
"위험한 장작 패기 기계" 현장 혹평에 직면한 실리콘밸리 기술 만능주의
로보틱스 거품 붕괴 신호탄… 실질 생산성 입증 못한 스타트업 '고사 위기’
이미지 확대보기IT 전문 매체 퓨처리즘(Futurism)과 현지 언론 에스에프게이트(SFGATE)는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한때 5억 달러(한화 약 755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모나크 트랙터가 약 2억 4000만 달러(한화 약 3600억 원)의 투자금을 모두 소진하고 전 직원을 해고했다고 전했다.
지난달에는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 본사 사무실까지 비우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기업 운영이 종료된 것으로 보고 있다.
'3600억 투자' 무색한 기술 결함... 현장선 "위험한 골칫덩이“
모나크 트랙터는 지난 2023년 전기 동력 기반의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앞세워 화려하게 등장했다. 농촌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구세주로 추앙받으며 막대한 자본을 끌어모았으나, 실제 영농 현장과의 괴리는 깊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포도밭을 경영하는 패트릭 오코너(Patrick O'Connor)는 에스에프게이트와의 인터뷰에서 "3년간 테스트했지만 이 트랙터는 완전히 실패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자율주행 모드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포도나무를 들이받는 등 오작동이 잦아 주변에 사람이 얼씬도 못 하게 해야 했다"라고 폭로했다.
오코너는 현재 이 고가의 장비를 단순히 도구를 운반하거나 전기를 끌어다 장작을 패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며, "2억 달러짜리 장작 패기 기계"라고 비꼬았다. 이는 화려한 AI 수식어에 가려졌던 하드웨어의 불안정성과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대리점 소송과 자금난 압박… 멈춰 선 실리콘밸리 '혁신 엔진’
현지 매체 플레전턴 위클리(Pleasanton Weekly)는 최근 모나크 측 변호인단이 변론을 중단했다는 점을 들어, 기업의 재정 상태가 법적 대응조차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별 기업의 실패가 아닌, '로보틱스 거품 붕괴'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월가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통제된 도로가 아닌, 변수가 극심한 농지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정교한 데이터와 안전장치가 필요했음에도 모나크가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K-농기계'에 던지는 경고장… 실질 효용성이 생존 열쇠
모나크의 몰락은 자율주행 농기계 시장을 개척 중인 국내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동, TYM 등 국내 주요 농기계 제조사들은 현재 '자율작업'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나, 모나크처럼 완전 무인화를 서두르기보다 작업자의 피로도를 줄이는 '보조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업 현장은 경사지, 불규칙한 토양 등 변수가 워낙 많아 100%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구현이 매우 어렵다"라며 "모나크 사례처럼 기술 과시에만 치중하다 신뢰를 잃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라고 귀띔했다.
향후 AI 로보틱스 시장은 단순히 "무엇이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기업이 아니라, "실제 농민의 수익과 안전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입증하는 기업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모나크 트랙터의 비극적 종말은 고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성 없는 혁신'에 더 이상 자본이 관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로봇 스타트업들은 뜬구름 잡는 식의 비전 대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완성도를 먼저 증명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용 AI 시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옥석 가리기가 가속화되며 더욱 냉정한 검증의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