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에 亞 에너지 위기 현실화… 한반도 사드·패트리어트 중동 차출로 ‘안보 공백’
미 잠수함의 이란 군함 격침 등 인도양까지 전장 확대… 중국, 미국의 리더십 위기 틈타 반사이익
미 잠수함의 이란 군함 격침 등 인도양까지 전장 확대… 중국, 미국의 리더십 위기 틈타 반사이익
이미지 확대보기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한반도의 핵심 방어 자산이 중동으로 차출되는 등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미국의 아시아 내 위상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으며, 그 여파는 전투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4일(현지시각) 데릭 그로스만 남가주대 교수는 닛케이 아시아 기고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개되는 다층적인 위기 상황을 분석했다.
◇ 아시아 경제의 생명줄 ‘호르무즈’ 봉쇄… 동맹국들 ‘에너지 비상’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기뢰 설치와 상선 공격으로 마비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동맹국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필리핀은 지난달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료 절약에 돌입했다. 마닐라는 금기를 깨고 러시아산 석유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공동 탐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국은 석유 수급 불안에 대응해 석탄 발전 비중을 높이고 원자력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베트남 역시 한·일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는 등 지역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이란은 압박 캠페인 중에도 중국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었다. 중국은 현재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독점하며 하루 210만 배럴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고통받는 사이 중국은 에너지 안보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 한반도 방어 자산 중동 차출… 북핵 억제력 약화 우려
미국이 이란 지상 침공과 방어를 위해 아시아의 핵심 군사 자산을 빼내 가면서 역내 안보 태세에도 구멍이 뚫렸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막아내던 한국 내 패트리어트 요격기와 사드 부품 일부가 중동으로 재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반도 억지력 약화로 이어져 북한에 오판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해병 원정대마저 중동으로 차출되면서 인도-태평양 내 미국의 안보 공백은 더욱 심화되었다.
지난달 이란이 인도양의 미-영 합동 기지인 디에고 가르시아를 향해 4,000km 사거리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이는 테헤란이 중동 밖 미국의 핵심 허브를 타격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전 세계를 전장으로 만들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 인도양의 화약고… 스리랑카와 인도의 ‘전략적 딜레마’
전쟁의 불길은 인도양 해상에서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지며 외교적 마찰을 낳고 있다.
지난 3월 4일, 미 해군 잠수함이 스리랑카 영해 인근에서 이란 군함 IRIS Dena를 어뢰로 공격해 격침시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잠수함이 적 수상함을 격침시킨 첫 사례로 기록된 이 사건은 스리랑카의 주권 침해 논란으로 번졌다.
인도는 이란 군함의 기항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두고 미국과 긴박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뉴델리는 전략적 자율성과 워싱턴과의 파트너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호주 인력이 미 잠수함에 탑승했다는 소식에 호주 내 여론이 악화되는 등, 미국의 최우방 동맹들조차 이번 전쟁의 무모한 확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 무너진 리더십, 신뢰 회복은 요원
이번 전쟁은 더 이상 중동의 국지전이 아니다. 인도-태평양의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군사적 취약성을 노출시켰으며, 오랜 동맹들 사이에 불신의 씨앗을 뿌렸다.
지역 국가들이 워싱턴의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 행동이 초래한 불안정을 부각시키며, ‘미국의 개입이 재앙을 부른다’는 주장을 강화함으로써 아시아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