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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AI 기판 10% 인상… "칩보다 기판이 막힌다" [AI 반도체 기판 경쟁]

생산능력 50% 웃도는 수요, 기판 소재 사업부 영업이익 185% 급등 전망
HBM·GPU 고도화가 부른 기판 병목… 이비덴 독주에 삼성전기 역전 시동
MLCC도 15~25% 가격 상승 임박, 2027년 영업이익 2조 클럽 가시권
AI 반도체 전쟁의 병목이 '연산'에서 '연결'로 이동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가 아무리 빨라도, 그 칩을 메인 기판과 이어주는 고급 패키지 기판이 없으면 AI 서버는 작동하지 않는다. 삼성전기가 이 병목의 열쇠를 쥐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반도체 전쟁의 병목이 '연산'에서 '연결'로 이동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가 아무리 빨라도, 그 칩을 메인 기판과 이어주는 고급 패키지 기판이 없으면 AI 서버는 작동하지 않는다. 삼성전기가 이 병목의 열쇠를 쥐었다. 이미지=제미나이3
AI 반도체 전쟁의 병목이 '연산'에서 '연결'로 이동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가 아무리 빨라도, 그 칩을 메인 기판과 이어주는 고급 패키지 기판이 없으면 AI 서버는 작동하지 않는다. 삼성전기가 이 병목의 열쇠를 쥐었다고 3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가 전했다.
삼성전기는 인공지능(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의 핵심 부품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 가격을 최근 10%가량 올렸다. 공급이 수요를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적 병목 속에서 가격 결정권이 완전히 제조사 손으로 넘어왔음을 공식화한 조치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증권 박준서 연구원은 FC-BGA는 이미 완판된 상황이고, 다음 단계는 가격 점프라며 이번 가격 인상을 반영해 올해 기판 소재 사업부 영업이익 전망치를 전년 대비 185% 급등한 3861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생산능력 50% 초과하는 수요… 기판이 AI를 막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 수요가 자사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고 직접 밝혔다. 주요 제품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판'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삼성전기는 생산라인을 사실상 풀가동 중이다.

FC-BGA가 부족한 이유는 기술 장벽 때문이다. 이 기판은 CPU·GPU 같은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고부가 패키지 기판인데, 칩이 고성능화될수록 기판 층수는 높아지고 면적은 커져야 한다. 삼성전기 공식 자료에 따르면 현재 양산 중인 최고 사양 제품은 110mm 이상 초대면적에 26층 이상의 초고층 구조를 요구한다. 이 정도 수준을 실제로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열 곳이 채 안 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구조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AI 반도체의 구조적 변화가 병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엔비디아 GPU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결합하는 방식인 TSMCCoWoS 패키지에서 인터포저는 TSMC가 담당하지만, 그 인터포저가 실장되는 FC-BGA는 별도 기판 업체의 몫이다. HBM을 탑재한 AI 반도체일수록 기판에 요구되는 면적·층수·신호 처리 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면서, 칩보다 기판의 기술 난도가 더 빠르게 치솟고 있다.

원자재 병목도 겹쳐…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 열려 있어


기판 가격 상승 압력은 수요 초과만이 아니다. FC-BGA 절연층에 쓰이는 핵심 소재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은 일본 아지노모토가 사실상 단독 공급하는 구조다. 아지노모토를 대체할 수 있는 업체가 없기 때문에 AI 서버 수요가 아무리 폭증해도 소재 공급 속도가 한계를 설정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와 함께 동박적층판(CCL)의 원재료인 유리섬유 부문에서도 공급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서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원재료 인상 및 수급 타이트함이 완판에서 가격 점프로 이어지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가격 인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추가 가격 인상 협의가 삼성전기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증권 박형우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5년 전 호황 사이클에서 일부 기판 가격이 100% 이상 오른 사례가 있었으며 이번 상승 흐름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즘마크(Prismark)FC-BGA 시장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전체 인쇄회로기판(PCB) 산업 내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률이다.

이비덴 독주 체제에 도전장… 엔비디아 공급사 지위 확보가 관건


FC-BGA 시장의 역학 구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 시장의 1·2위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전기공업이었다. 이비덴은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FC-BGA'호퍼'부터 '블랙웰', '루빈'까지 독점에 가깝게 공급해온 기술 최강자다. 향후 3년간 약 47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AI 기판 시장 주도권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AI 수요 폭증은 후발주자인 삼성전기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엔비디아에 FC-BGA를 공급하는 성과를 올린 데 이어, 이미 AMD와는 HPC 서버용 FC-BGA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양산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세계 1AI 가속기 업체에 본격적인 물량 공급을 늘릴 경우, 이비덴과의 정면 승부가 시작된다고 본다.

삼성전기의 강점은 생산 거점 분산에 있다. 일본 이비덴이 자국 중심 생산 구조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기는 베트남 신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거점을 운영하며 공급망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이 점이 중요한 경쟁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MLCC도 동반 가격 인상… 영업이익 2조 클럽 가시권


이번 FC-BGA 가격 인상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의 훈풍과 맞물려 삼성전기의 수익성을 복합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AI 서버용 고사양 MLCC는 엔비디아의 NVL 랙 구조 변화로 고전압 대응 가능한 소형 제품이 요구되는데, 이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가 극소수에 불과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AI 서버향 MLCC 가격이 15~25% 상승할 경우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영업이익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기는 2025년 매출 11314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증권가는 FC-BGAMLCC 두 핵심 사업이 동시에 가격 상승 사이클에 진입한 전례 없는 상황을 근거로, 2027년 영업이익이 2조 원에 근접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단순한 업황 회복을 넘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AI 서버·자율주행·로봇처럼 고성능·고신뢰성 부품을 요구하는 산업이 동시에 성장하는 구조여서 중장기 성장 기반이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유리 기판·로봇 액추에이터… 'AI 이후'도 준비한다


삼성전기의 다음 승부처는 유리 기판과 로봇용 액추에이터다. 유리 기판은 기존 유기 기판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소재로, 인텔이 2030년 이전 도입을 공언하고 10억 달러(151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분야다. 이비덴, 미국 SKC 자회사 앱솔릭스 등과의 경쟁이 예고되는 가운데 삼성전기도 시장 진입을 공식화하며 연구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유리 기판이 상용화될 경우 AI 이후의 패키징 생태계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FC-BGA 가격 인상은 단순한 단가 조정이 아니다. AI 반도체 경쟁의 핵심이 '누가 더 좋은 칩을 만드느냐'에서 '누가 더 복잡한 칩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로 이동하면서, 삼성전기가 글로벌 고사양 부품 시장에서 '슈퍼 을()'의 지위를 공식화한 선언으로 읽힌다. HBMAI의 연료라면, FC-BGA는 그 연료가 달리는 도로다. 도로가 막히면 AI도 멈춘다.

지금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가 함께 봐야 할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삼성전기의 하반기 FC-BGA 추가 가격 인상 협의 결과. 둘째, 엔비디아 루빈 아키텍처 공급망에서 삼성전기의 점유 비중 확대 여부. 셋째, AI 서버향 MLCC 가격 상승 폭이 미래에셋증권 전망치(15~25%)에 근접하는지 여부다. 이 세 변수가 맞물리면 2027년 영업이익 2조 원이라는 숫자는 단순 전망이 아닌 현실이 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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