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세미콘 차이나 2026’ 개막,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대응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격돌
나우라 등 현지 장비사, 12인치 첨단 공정 솔루션 전격 공개하며 ‘공급망 내재화’ 가속
화웨이 조력자 ‘시캐리어’ 침묵… 성숙공정 주도권 확대 속 중국의 ‘잠행 전략’ 촉각
나우라 등 현지 장비사, 12인치 첨단 공정 솔루션 전격 공개하며 ‘공급망 내재화’ 가속
화웨이 조력자 ‘시캐리어’ 침묵… 성숙공정 주도권 확대 속 중국의 ‘잠행 전략’ 촉각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막을 올린 ‘세미콘 차이나(SEMICON China) 2026’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이 불러온 새로운 산업 확장 주기 속에서 중국 반도체 공급망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됐다. 특히 중국이 오는 2030년 세계 웨이퍼 생산능력의 30% 이상을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전초전 양상을 띠고 있다고 대만 디지타임스(Digitimes)가 26일(현지시각) 전했다.
이미지 확대보기AI 메모리 ‘슈퍼사이클’ 가동… 하이브리드 본딩이 승부처
이번 행사의 최대 화두는 단연 AI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지을 ‘첨단 패키징’이었다. 개막 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와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가 공동 주최한 기술 컨퍼런스(CSTIC)에서 전문가들은 AI가 촉발한 메모리 시장의 지각변동을 집중 조명했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훠 쭝량(Zongliang Huo) 박사는 "생성형 AI와 추론 수요 폭증으로 데이터센터의 대역폭 및 저장 용량 요구치가 임계점을 넘었다"라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이미 전례 없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라고 진단했다.
YMTC는 이에 대응해 메모리 셀과 회로를 별도로 제조해 붙이는 '엑스태킹(Xtacking)' 구조를 한 단계 진화시키고 있다. 특히 차세대 공정의 핵심인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기술을 통해 3D 낸드의 적층 한계를 정면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향후 첨단 패키징과 결합해 ‘이종 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의 표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비 국산화 ‘파상공세’… 12인치 첨단 공정까지 영토 확장
중국 현지 장비사들의 기술 자립 의지는 더욱 노골적이다. 중국 1위 반도체 장비 기업 나우라(NAURA)는 12인치 웨이퍼 대응 ‘다이 투 웨이퍼(Die-to-Wafer)’ 하이브리드 본딩 시스템인 ‘코몰라(Qomola) HPD30’을 전격 공개했다. 이는 후공정뿐만 아니라 전공정 제조사가 패키징 영역까지 침투하는 ‘공정 융합’ 흐름에 올라타겠다는 포석이다.
나우라는 또한 미세 공정의 필수 장비인 차세대 식각 시스템 ‘NMC612H’도 선보였다. 바이어스 제어와 무선주파수(RF) 펄스 변조 기능을 대폭 개선한 이 장비는 삼성전자와 TSMC가 주도하는 첨단 로직 및 메모리 공정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력반도체 분야의 공세도 거세다. 화홍그레이스(HHGrace)의 양지예 수석 디렉터는 "자동차 및 고성능 산업 기기를 정조준한 독자적 '슈퍼-IGBT' 설계를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현재 화홍은 우시(Wuxi) 소재 12인치 팹(Fab) 가동률을 극대화하며 실리콘카바이드(SiC) 등 화합물 반도체 양산 체제를 굳히고 있다.
2030년 점유율 30% 목표… ‘보이지 않는 손’ 시캐리어의 침묵
릴리 펑 SEMI 차이나 회장은 "향후 10년은 AI 인프라가 반도체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지표는 중국의 가파른 팽창 속도다. 2030년 세계 웨이퍼 생산능력은 2020년 대비 80%가량 성장이 예상되는데, 중국의 점유율은 30%를 돌파할 전망이다. 특히 22~40nm(나노미터)급 성숙 공정에서 중국의 독주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대목은 화웨이의 장비 자립 파트너로 알려진 선전 시캐리어(SiCarrier)의 행보다. 지난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이들은 이번 전시회에 돌연 불참하며 몸을 낮췄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핵심 장비 개발 현황을 비공개로 전환하며 기술 보안을 강화했거나, 미국의 추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전술적 잠행’에 들어갔다"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세미콘 차이나 2026’은 중국이 단순한 ‘제조 기지’를 넘어 AI 시대의 핵심인 첨단 패키징과 장비 영역에서 실질적인 ‘기술 굴기’를 실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의 중국 국산화 성공 여부는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시장 지형을 뒤흔들 변수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성숙 공정 물량 공세에 대비하는 동시에, 베일에 가려진 중국 기술 기업들의 잠행 속에 숨겨진 의도를 꿰뚫는 정교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