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AI 시대의 석유 ‘토큰’… 中, 압도적 전력망과 저비용 모델로 ‘토크노믹스’ 평정하나

젠슨 황 “토큰은 새로운 상품”… 엔비디아가 설계하고 中이 대량 생산하는 구조
전 세계 발전량 1위의 인프라 우위… 알리바바 ‘토큰 허브’ 신설 등 산업 재편 가속
중국의 전력 용량은 공식 목표를 반복적으로 초과하는 속도로 확장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전력 용량은 공식 목표를 반복적으로 초과하는 속도로 확장되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이 생성하는 지능의 단위인 ‘토큰(Token)’이 과거의 석유나 배터리와 같은 핵심 원자재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 AI 패권 경쟁이 ‘토크노믹스(Tokenomics)’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공장의 설계자로서 토큰 생산의 표준을 만들고 있다면, 중국은 압도적인 전력 인프라와 제조 공급망을 바탕으로 ‘토큰 대량 수출국’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컴퓨팅 파워와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결합해 백만 토큰당 생산 단가를 파괴하며 글로벌 AI 시장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 AI 시대의 배럴 ‘토큰’… “데이터 센터는 이제 인텔리전스 공장”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GTC 콘퍼런스에서 “토큰은 AI 시대의 새로운 상품이며, 데이터 센터는 토큰을 찍어내는 공장”이라고 선언했다.

과거 사토시 나카모토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토큰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계산과 지능을 수행하는 ‘작동하는 토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중국 기술 거인들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알리바바 그룹은 최근 AI 부문을 ‘알리바바 토큰 허브’라는 최상위 단위로 재편했다.

이는 AI를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전력과 연산력을 투입해 토큰이라는 결과물을 생성하고 유통하는 ‘제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가격 경쟁력이 가른 승부… 글로벌 상위 10개 모델 중 4개가 중국산

토큰 경제의 핵심 지표는 ‘백만 토큰당 비용’이다. 오픈라우터(OpenRouter)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토큰 소비량 기준 상위 4개 모델(StepFun, MiniMax, Xiaomi, DeepSeek)은 모두 중국산이다.

지푸(Zhipu)의 GLM-5 등 중국산 모델의 API 가격은 서구의 프리미엄 모델인 클로드(Claude) 4.6 등에 비해 최대 10배 가량 저렴하다.

알리바바의 큐원(Qwen) 시리즈처럼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들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 개발자들은 비용 효율적인 중국산 토큰 생태계에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 시장이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토큰 소비량을 감당하기 위해 시장은 결국 ‘저비용 고효율’ 공급처인 중국으로 향하게 된다.

◇ 미국의 3배에 달하는 전력 용량… “에너지가 곧 컴퓨팅이다”


토큰을 생산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자원은 전기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력 생산국으로서 미국보다 약 3배 큰 발전 용량(2025년 말 기준 38억 9,000만 kW)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토큰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특히 중국 정부는 올해 업무 보고에서 ‘컴퓨팅-전력 시너지(Computing-Power Synergy)’를 국가 전략으로 채택했다.

전력이 풍부한 서부 지역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이를 동부로 송전하는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를 통해 지리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들이 전력망 연결을 위해 2028년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중국의 진정한 우위는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변압기, 인버터, 스위칭 장비 등 데이터 센터 가동에 필수적인 전력망 부품 제조 분야에서 중국은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와 아마존 등 미국 기업들도 데이터 센터 확충을 위해 중국산 전력 장비를 대량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 AI 산업에 주는 시사점


중국 주도의 ‘토크노믹스’는 한국의 AI 주권과 반도체 전략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토큰 생산 단가는 결국 전기 요금에 수렴한다. 우리나라도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데이터 센터 전용 저가 전력 공급 체계를 마련하지 못하면 토큰 수입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GPU가 학습에 유리하다면, 토큰 생산 효율(와트당 토큰)을 극대화하는 것은 국산 NPU의 몫이다. 추론 효율성을 극대화한 국산 AI 반도체를 대규모 데이터 센터에 조기 적용해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할 것이다.

알리바바의 사례처럼 국내 기업들도 전 세계 개발자들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오픈 소스 LLM 생태계를 구축해 토큰 유통의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