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점포 7만 개 증발, 올해 '30만' 마지노선 하회 확실시
알리안츠 트레이드 "소매업 파산 10년 만에 최다", 대형 브랜드 줄도산
국내 유통가 "체험형 매장 전환 서둘러야"… 도심 공동화 경고장
알리안츠 트레이드 "소매업 파산 10년 만에 최다", 대형 브랜드 줄도산
국내 유통가 "체험형 매장 전환 서둘러야"… 도심 공동화 경고장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의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와 급격한 온라인 전환이라는 이중고를 이기지 못하고 역대 최악의 점포 붕괴 사태를 맞았다.
독일 도이체벨레(DW)가 22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독일 내 상점 수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만 개 밑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며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독일의 소비 지도가 통째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며, 높은 이커머스 침투율을 기록 중인 한국 유통업계에도 거센 하방 압력과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독일 점포 10년 만에 18% 사라져… '30만 시대' 종말
독일 유통 시장의 하강 속도는 가히 기록적이다. 독일유통협회(HDE)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말 독일 내 상점 수는 약 29만 6600개까지 쪼그라들 전망이다. 지난해 말(30만 1500개)과 비교해 불과 1년 만에 4900개의 매장이 추가로 간판을 내리는 셈이다.
시계를 조금 더 뒤로 돌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5년 말 약 37만 2000개에 달했던 독일 상점 수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7만 개 이상 증발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직후인 2021년과 2022년에는 해마다 1만 개 이상의 매장이 폐업하며 강력한 하방 압력을 견디지 못했다.
알렉산더 폰 프렌 HDE 회장은 최근 베를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독일 도심 곳곳이 빈 점포로 인해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며 "수년째 이어진 소비 심리 위축이 중소상공인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렸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시프트와 기업 줄도산… 10년 만에 파산 최다
둘째는 기업들의 줄도산이다. 신용보험사 알리안츠 트레이드(Allianz Trade)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소매업계 파산 건수는 2571건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셔츠 전문 브랜드 '에테르나(Eterna)'가 올해 사업 중단을 발표했고, 대형 의류 체인 '게리 베버(Gerry Weber)'와 '웜랜드(Wormland)' 등 전통의 강자들도 구조조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셋째는 고금리와 상업용 부동산 위기다. 임대료 부담은 높은데 매장을 찾는 발길이 끊기자 대형 유통망인 '데포(Depot)'나 '코디(Kodi)' 등은 선제적으로 매장 수를 줄이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한국도 남 일 아니다"… 목적 중심 매장 재편 가속
독일의 상황은 오프라인 비중이 여전히 높은 한국 유통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지가 국내 주요 백화점 및 대형마트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국내 업계 역시 독일식 '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한 고도화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독일 사례는 단순히 온라인 쇼핑 때문이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이 '구매' 외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잃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최근 국내 대형마트들이 매장 공간의 절반 이상을 체험형 공간이나 식음료(F&B)로 채우는 리뉴얼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독일과 같은 폐업 도미노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독일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심 복합 용도 개발'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공간을 주거, 업무, 문화가 결합된 형태로 재설계하지 않으면 오프라인 상권의 자생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독일의 '30만 상점 시대 종말'은 유통의 중심축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알리는 신호와 같다. 한국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이커머스 침투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독일의 빈 점포 문제는 머지않은 미래의 예고편일 수 있다.
이제 오프라인 점포는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가 아니라, 소비자가 집 밖으로 나올 이유를 만들어주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나야만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