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 공동 연구진, 20년간의 데이터 분석 통해 ‘체계적 취약성’ 입증
광산 채굴보다 정제·제조 ‘브리지’ 단계서 위험 증폭… 전통적 위험 평가 방식 한계
광산 채굴보다 정제·제조 ‘브리지’ 단계서 위험 증폭… 전통적 위험 평가 방식 한계
이미지 확대보기중국과학원과 베이징대학교, 남덴마크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 및 생태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Ecotechnology)』을 통해 코발트 공급망의 ‘비선형적 붕괴’ 위험을 경고했다.
22일(현지시각)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코발트 공급망은 국경과 생산 단계를 넘나드는 복잡한 의존성으로 인해 국지적 교란이 전 세계적인 연쇄 고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상류보다 무서운 ‘중류’의 병목… 정제·제조 단계서 위험 증폭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19년까지 230개국을 잇는 6단계(채굴·정제·제조·사용·재활용) 생애주기 네트워크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흔히 예상되는 광산 단계의 혼란보다 정제 및 제조라는 중간 ‘브리지(Bridge)’ 단계에서 위험이 가장 강력하게 축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잠재적 실패가 확산되는 ‘눈사태 네트워크’의 밀도가 실제 물리적 무역망보다 약 4배나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의존성이 훨씬 광범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국가의 수출 제한이나 무역 분쟁과 같은 작은 교란은 직접적인 무역 경로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공급 경로를 타고 전 세계 생산 시스템으로 확산되며, 이 과정에서 충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연쇄 효과를 유발한다.
◇ ‘견고하지만 취약한’ 구조… 중국과 미국, 시스템 붕괴의 뇌관
연구진은 현재의 코발트 공급망을 “무작위 충격에는 견고해 보이지만, 핵심 지점을 겨냥한 표적 충격에는 매우 취약한 구조”라고 정의했다.
특히 중국과 미국처럼 코발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높은 체계적 취약성을 보였다. 이들 지역에서 발생하는 혼란은 단순한 국지적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붕괴를 촉발하는 스위치가 될 수 있다.
생산량은 적지만 공급망 노출도가 높은 국가들은 대응 능력이 부족해 무작위 교란에 더욱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분석 결과 지난 20년간 글로벌 코발트 공급 위험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며, 이는 특정 지역의 공급 집중과 수요 불균형에 의해 가속화되었다.
◇ 에너지 전환의 아킬레스건… 국가 차원 넘어선 ‘시스템 전략’ 절실
연구진은 전통적인 국가 단위의 자원 안보 평가가 코발트 시스템의 진정한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별 국가의 비축이나 무역 다변화 조치가 시스템 내 다른 지점으로 취약성을 전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광물 확보 노력이 오히려 전 세계 공급 불안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생산 단계 간의 긴밀한 연결성을 고려한 범국가적 시스템 수준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실시간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국제 협력을 통한 공유 비축 전략 개발, 그리고 특정 지역에 쏠린 정제 및 제조 역량의 분산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었다.
◇ 한국 배터리 공급망에 주는 시사점
세계적인 배터리 강국인 한국에게 코발트 공급망의 체계적 위험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코발트 정제 시장을 장악한 중국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내외 정제 시설 확보 및 기술 자립화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할 것이다.
단순한 수입국 조사를 넘어, 우리 기업에 도달하기까지의 다층적 네트워크 경로를 추적하는 정밀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잠재적 ‘눈사태’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코발트 의존도를 낮춘 ‘코발트 프리(Cobalt-free)’ 배터리나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상용화 속도를 높여 근본적인 자원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