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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 에이전트 전쟁] 엔비디아, GPU 넘어 'AI 운영체제' 제국 건설… 니모클로·무라티 동맹으로 생태계 장악 나서

오픈소스 플랫폼 '니모클로' 출시 추진… 세일즈포스·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과 협력 타진
칩 의존도 낮춘 소프트웨어 표준 선점… 싱킹머신스랩과 '원전 1기' 규모 AI 인프라 구축
AI 에이전트 생태계 주도권 경쟁 가열… 삼성·SK, HBM 납품 넘어 시스템 통합 대응 시급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왜 자사 칩 없이도 작동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직접 내놓으려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그래픽 처리 장치(GPU) 한 장을 파는 사업에서, 전 세계 기업용 인공지능(AI)이 자사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는 'AI 운영체제' 제국을 건설하려는 장기 포석이다.
엔비디아가 기업용 AI 에이전트 시장을 겨냥한 오픈소스 플랫폼 '니모클로(NemoClaw)'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오픈AI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미라 무라티가 세운 '싱킹머신스랩(Thinking Machines Lab)'에 대규모 전략 투자를 단행하며 차세대 AI 패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는 지난 9(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니모클로를 주요 기업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제안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같은 날 CNBC와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와 싱킹머신스랩의 다년 전략 제휴 및 투자 소식을 전했다.

'() 엔비디아 칩' 역설… 니모클로가 노리는 것


니모클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세일즈포스, 시스코, 구글, 어도비,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타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대목은 하드웨어 종속성을 걷어낸 설계 철학이다. 와이어드 보도에 따르면, 니모클로는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구동이 가능한 하드웨어 비의존적 구조를 지향한다. GPU 시장 점유율 80%를 넘기는 기업이 자사 칩 없이도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내놓겠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의도는 분명하다. 하드웨어 종류와 무관하게 전 세계 기업용 AI 에이전트의 '표준 규격'을 엔비디아가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가 니모클로의 핵심 기능이다. 기업 내부의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AI 에이전트 특성상 정보 유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정조준했다. 올해 들어 오픈클로(OpenClaw) 등 개인용 AI 에이전트 도구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기업 현장에서 보안 취약점이 부각됐고, 일부 기업은 사내 사용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엔비디아는 이 공백을 엔터프라이즈급 보안 체계를 갖춘 니모클로로 파고들겠다는 계산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318GTC 2025 기조연설에서 단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기술을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지목했다. 니모클로는 그 비전의 구체적 실행 도구인 셈이다.

무라티의 싱킹머신스랩, '원전 1' 규모 컴퓨팅 파워 확보


엔비디아의 또 다른 축은 차세대 AI 모델 개발사와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10일 오픈AI의 초기 성장을 견인했던 미라 무라티의 싱킹머신스랩에 '상당한 규모(significant)'의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비공개다.
양사는 다년 전략 제휴를 맺고 차세대 AI 시스템 공동 구축에 나선다. 핵심은 컴퓨팅 인프라 규모다. 싱킹머신스랩은 이번 제휴를 통해 엔비디아의 최신 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을 최소 1기가와트(GW) 규모로 도입하기로 했다. 1GW는 원자력 발전소 1기의 발전 용량에 맞먹는 수준으로, 초대형 데이터센터 여러 곳을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이다. 베라 루빈은 올해 하반기부터 파트너사에 공급이 시작되며, 싱킹머신스랩에 대한 배치는 내년 초로 예정됐다. 블랙웰(Blackwell) 대비 추론 성능 5, 토큰당 비용 10분의 1 수준을 목표로 하는 엔비디아의 가장 앞선 AI 인프라다.

싱킹머신스랩은 20252월 설립 이후 같은 해 7월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주도의 시드 라운드에서 20억 달러(2940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20억 달러(176900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연구자용 미세 조정(Fine-tuning) 도구인 '팅커(Tinker)'를 첫 제품으로 출시했다.

다만 내부 진통도 있었다. 올해 1월 공동창업자인 바렛 조프(Barret Zoph)가 해임됐고, 이후 루크 메츠(Luke Metz), 샘 쇤홀츠(Sam Schoenholz) 등 공동창업자 2인과 선임 연구원 1인이 오픈AI로 복귀하면서 인력 유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엔비디아와의 전략 제휴는 싱킹머신스랩이 프런티어 모델 경쟁에 본격 참전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젠슨 황 CEO"싱킹머신스랩은 AI의 지평을 넓히는 세계적 팀"이라며 파트너십에 기대감을 표했다.

GPU 공급자에서 AI 생태계 설계자로… 엔비디아의 노림수


엔비디아의 이번 양면 공세는 'GPU 제조사'에서 'AI 생태계의 표준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려는 시도다. 업계에서는 이를 세 갈래로 해석한다.

첫째, 플랫폼 고착화(Lock-in) 전략이다. 니모클로를 오픈소스로 풀어 진입장벽을 낮추되, 기업들이 이를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엔비디아의 AI 관리 플랫폼 '니모(NeMo)'와 클라우드 서비스로 유입되는 구조를 노린다. 메타가 대규모언어모델 '라마(Llama)'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생태계를 장악한 뒤 GPU 수요를 끌어올린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둘째, 데이터 주권 수요 공략이다. 클라우드 환경에 민감 데이터를 올리기 꺼리는 기업들이 자체 서버(온프레미스)에서 AI를 돌리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니모클로는 로컬 환경에서 구동되는 '클로(Claw)' 형태의 에이전트를 엔터프라이즈급 보안으로 감싸 안는 접근법을 취한다.

셋째, 차세대 수요의 선제적 확보다. 무라티와 같은 AI 분야의 핵심 설계자와 협력해 베라 루빈 같은 초고사양 칩의 대규모 수요처를 미리 확보하고, 모델 최적화 단계부터 자사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생태계를 구축한다.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에이전트형 AI를 도입하려는 기업의 73%가 시스템 통합을 최대 장벽으로 꼽고 있어, 이 문제를 푸는 플랫폼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행보를 두고 "소프트웨어의 무료 배포가 하드웨어 판매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독점적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가 개발자 생태계 600만 명을 묶어놓은 것이 현재의 GPU 독주를 가능하게 한 핵심 무기였다. 니모클로는 이 공식을 AI 에이전트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2막이다.

GTC 2026에서 구체적 로드맵 공개…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엔비디아는 오는 16(현지시간) 산호세 SAP 센터에서 열리는 GTC 2026 기조연설에서 니모클로의 상세 사양과 베라 루빈 시스템의 구체적인 출시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가 이번 GTC에서 스타트업 그록(Groq)과 공동 개발한 새로운 추론 컴퓨팅 시스템도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주목할 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장악할 경우, 단순 부품 공급사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엔비디아 생태계에 대한 종속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베라 루빈은 HBM4 메모리를 채택하며 GPU당 최대 288GB, 22TB/초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단순히 납품 물량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에서 최적의 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이번 투자가 AI 거품론을 잠재우는 신호탄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2월 발표한 2026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 매출 681억 달러(1004100억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에이전트형 AI가 실질적인 기업 수익 모델로 정착할 경우, 칩 수요의 구조적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엔비디아 주가를 떠받치는 핵심 논리다. 그러나 AMD의 헬리오스(Helios) 랙스케일 시스템 출시, 구글·아마존의 자체 AI 칩 확대 등 경쟁 변수도 만만찮다. 엔비디아가 소프트웨어라는 새 무기로 이 경쟁 구도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가 올 하반기 AI 산업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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