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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루트’ 끊기는 아프리카 황금... 가나의 도박, 글로벌 금 공급망 흔든다

중동발 물류 마비에 ‘상하이·뭄바이’로 기수 돌리는 가나... 운송비 15% 상승 감수
'지하경제와의 전쟁' 선포한 가나 정부, 연 200억 달러 규모 소규모 광산 양성화 총력
금값 고공행진 속 공급망 재편, 한국 귀금속 및 반도체 소재 수급 영향권
가나 정부는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가 자국의 금 수출 물류망을 위협함에 따라 수출 지도를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가나 정부는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가 자국의 금 수출 물류망을 위협함에 따라 수출 지도를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주요 금 생산국인 가나가 핵심 수출 경로인 아랍에미리트(UAE)를 대신할 새로운 수송로 확보에 나섰으며, 가나 금 위원회(GoldBod)는 항공편 운항 중단에 대비해 중국과 인도 등을 대체 시장으로 검토하는 등 금 수출 차질을 막기 위한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비즈니스 인사이더 아프리카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가나 정부는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가 자국의 금 수출 물류망을 위협함에 따라 수출 지도를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두바이 엑시트' 서두르는 가나 금 위원회... “기다린 수요자 줄 섰다”


최근 중동 지역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가나의 국부(國富)를 실어나르는 항공기들이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이라는 직접적인 위협에 직면했다.

가나의 국영 금 매입 및 수출 전담 기관인 가나 금 위원회는 아랍에미리트 노선 마비 가능성을 상정하고, 이미 대체 수출 경로를 확정한 채 비상 대응 절차를 밟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 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아직 실제 물류가 중단되지는 않았으나, 중동을 경유 하지 않는 우회 경로를 이미 확보해 둔 상태"라며 "상하이나 뭄바이 등 아시아의 대형 제련소들이 가나산 금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만큼 판로 전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정조준했다.

이는 중동의 불안정성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금 시장의 무게중심이 중동에서 아시아로 급격히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5%의 비용 증폭과 29조 원의 국부 양성화 사이의 저울질

가나 금 위원회의 통계와 글로벌 물류 업계의 자료를 통합 분석한 결과, 가나의 이번 결정은 막대한 비용 상승이라는 '하방 압력'을 동반한다.

우선 물류비용의 급증이 불가피하다. 가나 아크라에서 두바이로 향하던 기존 노선 대비 인도나 중국으로의 우회 노선은 운송 거리가 최대 2배까지 늘어난다.

이에 따라 항공 운임과 보안 보험료를 포함한 전체 물류비용은 기존 대비 15%가량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두바이 제련소 특유의 저렴한 수수료 혜택까지 사라질 경우 가나 수출업자들이 짊어질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가나가 이 길을 선택한 배경에는 '소규모 광산(ASM)의 양성화'라는 거대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가나의 소규모 광산 생산량은 전년 대비 63% 폭증한 96t(톤)을 기록하며 전체 생산량의 52%를 점유했다.
현재 시세로 약 158억 달러(약 23조6300억 원) 규모다. 가나 정부는 이를 연간 127t 규모로 확대해 매년 200억 달러(약 29조9100억 원) 이상의 외화를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15%의 물류비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29조 원대의 국부를 투명하게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것이 장기적인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는 계산이다.

공급망 불확실성 증대... 한국 산업계에 던지는 시사점


가나의 금 수출 경로 변경은 한국시장에도 직간접적인 파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금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반도체, 스마트폰 등 첨단 IT 기기의 핵심 소재로 쓰이기 때문이다.

국내 귀금속 수입 업계 관계자는 "가나산 금의 이동 경로가 바뀌고 물류비가 상승하면 국제 금 시세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아시아 시장으로 공급량이 쏠릴 경우 상하이 금 거래소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국내 수급 가격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가나 정부가 추진 중인 '가나 골드 시티' 프로젝트를 통한 현지 제련 능력 강화는 향후 원자재 공급망의 수직 계열화를 의미한다. 이는 한국의 소재 기업들에 새로운 파트너십의 기회가 되는 동시에, 원자재 수급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자원 민족주의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결합


가나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히 분쟁을 피하는 우회로 찾기가 아니다. 자국의 핵심 자원인 금을 정부가 완전히 통제하고, 이를 통해 국가 재정을 재건하려는 '자원 관리 강화'의 일환이다.

가나 금 위원회가 매주 2.45t의 금을 의무 매입하고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 분산(헤징)을 시도하는 것은 시장 변동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방어막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중동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글로벌 금 공급망의 아시아 이동은 가속화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 비용의 전가는 전 세계 금 가격의 새로운 하한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와 관련 기업들 역시 아프리카발 공급망 재편이 가져올 나비효과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적 비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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