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3배 폭등에 ‘희망봉 우회’ 고육지책… 닭고기·설탕 등 핵심 원자재 수급 루트 마비
국내 사료비·가공식품 원가 상방 압력 심화, 정부 ‘할당관세 카드’로 방어전 돌입
국내 사료비·가공식품 원가 상방 압력 심화, 정부 ‘할당관세 카드’로 방어전 돌입
이미지 확대보기8일(현지시각) 브라질 유력지 오 글로부(O Globo) 및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 여파로 해상 운임이 한 달 새 3배 이상 폭등하며 브라질산 핵심 전략 물자인 닭고기·설탕·옥수수의 국제 수급 체계가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특히 브라질산 의존도가 압도적인 한국의 경우, 수입 단가 상승이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을 동시에 밀어 올리는 ‘복합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류 동맥경화에 해상 운임 3100달러 돌파… ‘데이터로 본 브라질의 위기’
현재 브라질 수출 전선에 불어닥친 위기는 구체적인 지표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물류 컨설팅 전문기관 솔브 쉬핑(Solve Shipping)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아시아-브라질 항로의 40피트 컨테이너당 평균 운임은 3100달러(약 463만 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평균가인 1000달러 대비 310% 폭등한 수치다.
수출 물량 규모도 압도적이다. 지난해 브라질이 중동 14개국에 판매한 농산물 총액은 161억2500만 달러(약 24조98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옥수수(27억5200만 달러), 닭고기(27억5800만 달러), 설탕(22억5700만 달러) 등 3대 품목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77억6700만 달러를 차지한다.
특히 단백질협회(ABPA)가 집계한 하루 평균 중동행 닭고기 선적량은 5000t(톤)에 이르는데, 이 거대한 물량이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갈 곳을 잃거나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택하며 물류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고 있다.
‘치킨플레이션’ 공포 현실로… 한국형 공급망 리스크의 민낯
한국은 수입 닭고기 물량의 70% 이상을 브라질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및 편의점 가공식품의 핵심 원자재다.
브라질산 원당(설탕) 수입액 역시 연간 2억 달러를 상회하며, 사료용 옥수수의 수급 불안은 국내 축산 농가의 경영 악화와 육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연쇄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긴급 처방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닭고기와 원당 등에 적용되던 0% 할당관세 조치를 한시적으로 연장하고, 수입 보험 지원을 통해 업계의 부담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149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과 국제 유가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관세 혜택만으로는 수입 단가 상승분을 상쇄하기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 내부의 냉정한 평가다.
비료 공급망 붕괴와 ‘2차 인플레이션’ 경보… 장기전 대비해야
사태의 더 큰 심각성은 농산물 수출뿐만 아니라 차기 수확에 필요한 '농업 인프라'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Urea)의 35%(약 10억6700만 달러)와 염화칼륨의 10%를 중동 지역 수입에 의존한다.
이란발 물류 마비가 장기화할 경우 브라질의 차기 농사 자체가 차질을 빚게 되며, 이는 내년도 글로벌 곡물 가격의 2차 폭등을 유발하는 '도미노 현상'으로 번질 수 있다.
웰버 바랄 전 브라질 외교통상부 차관은 현지 인터뷰를 통해 "물류비와 보험료의 상승은 단순히 중동행 수출의 문제가 아니라, 브라질산 원자재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브라데스쿠(Bradesco) 은행 등 금융권 역시 현재의 물류 정체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식품 인플레이션이 2.2%포인트 이상의 상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중동발 물류 쇼크는 한국 경제에 '공급망 다변화'라는 묵직한 숙제를 재차 던졌다. 특정 국가에 편중된 농산물 의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지 않는 한, 지구 반대편의 국지적 분쟁이 한국 서민의 식탁을 흔드는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업계는 관세 인하와 같은 단기 요법을 넘어, 북미 및 동남아시아로의 수입선 전략적 분산과 해외 식량 기지 확보라는 장기적 생존 전략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