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속도 못 따라가는 구태의연한 구매 방식, 현장에선 이미 '구식' 전락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 "소프트웨어 수명 수개월 불과"…조달 혁신 사활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 "소프트웨어 수명 수개월 불과"…조달 혁신 사활
이미지 확대보기현대전의 양상을 송두리째 바꾼 드론 기술의 폭발적 성장세에 비해 미·유럽 등 서방 군 당국의 조달 체계는 여전히 과거의 느림보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이 전장의 핵심 병기로 급부상했지만, 정작 이를 구매하고 배치해야 할 정부 기관의 관료주의가 국방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드론 전문 매체 드론 라이프(Drone Life) 보도에 따르면, 서방 군 당국은 최신 드론을 배치하기도 전에 기술이 구식화되는 '조달의 역설'에 직면해 있다.
"사면 구식, 기다리면 공백"…서방 군 당국의 '조달 딜레마'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방부 관계자들은 드론의 기술적 반감기가 년 단위가 아닌 '개월' 단위로 측정되는 현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통신 보안, 항재밍 기술이 워낙 빠르게 진화하다 보니, 전통적인 관료적 절차를 거쳐 드론을 대량 비축하는 순간 이미 전장에서는 쓸모없는 장비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술이 완성되기를 기다리자니 당장의 전력 공백이 우려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특히 민감한 시스템 내에 여전히 남아 있는 중국산 부품과 공급망 의존도는 나토(NATO) 동맹국들의 조달 계획 수립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 국방 분석가들은 "드론이 전쟁의 본질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펜타곤과 그 동맹국들은 거대 예산이 투입되는 기존 플랫폼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간 자본은 역대급 유입…정부의 '속도감 있는 계약'이 관건
이러한 조달 정체 속에서도 민간 영역에서는 희망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벤처 투자자와 방산 테크 펀드들이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과 모듈형 드론 스타트업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성능을 즉각 강화할 수 있는 가변적 아키텍처를 선보이며 전통적인 방산 대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최근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보안 우려가 있는 외국산 드론의 수입을 제한하는 등 공급망 재편에 나섰으며, 펜타곤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소모성 자율 체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수요 신호가 실제 계약과 예산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민간의 혁신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조업체들이 공장을 증설하고 숙련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낙관론'이 아닌 '서명된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평시의 조달 속도로는 드론 전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관료주의의 둔탁한 칼날이 민간의 날카로운 혁신을 꺾지 않도록, 서방 국가들의 국방 조달 행정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시급해 보인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