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중과원 출신 70·80년대생 '조용한 공학자' 부상
미국 수출통제 역풍 속 IPO 러시…순자산 빌 게이츠 맞먹어
미국 수출통제 역풍 속 IPO 러시…순자산 빌 게이츠 맞먹어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딥시크(DeepSeek)·미니맥스(MiniMax)·무어스레즈(Moore Threads) 등 중국 AI 기업 창업자들의 집단 순자산이 1005억 달러(약 145조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는 빌 게이츠의 순자산 1050억 달러(약 151조 원)에 필적하는 규모다. 다만 AI 하드웨어 붐으로 1530억 달러(약 220조 원) 부를 쌓은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
국가 반도체 프로젝트와 맞물린 부 축적
이번 보도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 AI 억만장자들의 부 축적이 국가 기술 독립 정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캄브리콘(Cambricon) 공동창업자 천톈스(陳天石·40)의 순자산은 2024년 초 이후 800% 급증한 215억 달러(약 31조 원)를 기록했다. 미국이 2022년 12월 캄브리콘을 엔티티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술 접근을 차단한 이후, 베이징 정부가 국유 데이터센터에 자국산 AI 칩 우선 구매를 지시하면서다. 실제 2025년 캄브리콘 매출은 전년 대비 600% 이상 폭증했다.
엔비디아 출신 장젠중(張建中·59)이 2020년 설립한 무어스레즈는 5년 만에 기업가치가 450억 달러(약 64조 원)로 성장했다. 그가 15년간 몸담은 엔비디아에서 팔던 바로 그 칩을 대체하겠다는 목표로 창업한 결과다. AMD 출신 천웨이량(陳偉良·49)이 이끄는 메타엑스(MetaX)는 최근 상장 첫날 주가가 692% 급등하며 화제를 모았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미국 반도체 기업 출신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설립한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로 억만장자 6명이 새로 탄생했다.
'록스타 CEO' 시대 끝…전략적 침묵 택한 신세대
2017년 알리바바 창업 기념식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 마윈(馬雲)으로 상징되던 '록스타 CEO' 시대는 저물었다. 16세에 대학에 입학한 천재로 알려진 캄브리콘 천톈스는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평범한 연구자"라 칭한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40) 역시 공개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베이징 투자자문사 BDA차이나 던컨 클라크 회장은 "미중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 이들은 휘말리고 싶지 않아 한다"며 "특히 정부 자금을 받거나 미국 엔티티리스트 표적이 될 수 있는 기업을 운영한다면, 목표는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대부분이 1970~1980년대생 남성으로, 칭화대나 중국과학원 출신 엘리트 학자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천톈스는 중국과학원에서 6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뒤 2016년 캄브리콘을 창업했다. 36세 얀쥔제(閻俊傑)가 이끄는 미니맥스는 2022년 창업 당시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들로부터 "사기꾼"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현재는 기업가치 수십억 달러 기업으로 성장했다. 게임 '도타2' 마니아인 그는 2019년부터 오픈AI를 추적해왔으며, 사내 별명이 '입출력(IO)'이다.
AI 소프트웨어·로봇 분야까지 확산
AI 칩 인프라 외에도 소프트웨어와 로봇 분야에서 신흥 억만장자가 등장하고 있다. 량원펑이 자신의 퀀트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High-Flyer) 수익으로 자체 자금 조달한 딥시크는 550만 달러(약 79억 원)로 훈련시킨 'R1' 모델이 오픈AI GPT-4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이며 실리콘밸리에 충격을 줬다. 미국 모델 훈련에는 통상 1억 달러(약 1444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로봇 분야에서는 상하이대 출신 왕싱싱(王興興·35)이 2016년 설립한 유니트리(Unitree)가 주목받는다. 대학원 기숙사에서 첫 로봇 개를 만든 그는 10년도 안 돼 미국 해병대에 로봇을 납품하는 기업을 일궜다. 지난해 12월 중국계 미국인 가수 왕리훙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완벽한 공중회전을 선보인 영상에 일론 머스크가 "인상적"이라고 트윗하며 화제가 됐다. 왕싱싱은 지난해 2월 시진핑 주석이 주최한 민간기업 심포지엄에 초청받아 중국 기술 발전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수출통제가 역설적으로 중국 AI 생태계 자립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정부가 국가 반도체 육성 기금과 '동수서산(東數西算·동부 데이터를 서부에서 처리)' 메가 프로젝트로 자국 기업을 집중 지원하면서, 신세대 기술 엘리트들이 국가 정책과 시장 기회를 결합해 단기간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