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의 서막: 삼성전자, HBM4 출하로 엔비디아 공급망 주도권 탈환
공급망 쇼크: AI 칩 쏠림에 메모리 가격 ‘수직 상승’… 스마트폰 시장 ‘관제 불황’ 엄습
공급망 쇼크: AI 칩 쏠림에 메모리 가격 ‘수직 상승’… 스마트폰 시장 ‘관제 불황’ 엄습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4 출하를 시작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반면 같은 날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용 메모리 생산 집중으로 일반 소형 가전용 칩 가격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의 승부수, HBM4 세계 최초 양산으로 ‘엔비디아 안방’ 노린다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후발주자라는 오명을 벗고 대반격에 나섰다. WSJ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과 출하를 시작했다. 이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보다 한발 앞선 행보다.
삼성전자는 이번 양산을 통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삼성전자 측은 "2026년 HBM 사업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하반기에 성능을 한 단계 높인 HBM4E 샘플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성과는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12일 한국 거래소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6.44% 급등하며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일본 키옥시아의 실적 호조와 맞물려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한 5436억 엔(약 5조1280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익은 115% 폭증한 895억 엔(약 8440억 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칩이 없다”... 일반 DRAM 가격 90% 폭등에 중국 저가폰 직격탄
삼성과 SK하이닉스가 AI 축배를 드는 동안, 소비자 가전 업계는 '메모리 대란'이라는 재앙을 맞이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공정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일반 DRAM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일반 DRAM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90~95% 폭등할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55~60% 상승이 예고됐다. 당초 예상치였던 55%와 33%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이로 인해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저가 스마트폰의 종말'이 현실화하고 있다. CNBC 인도네시아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조차 메모리 칩 부족으로 기기 조립을 끝내지 못하는 위기 모드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2.1%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오포(Oppo), 비보(vivo) 등 중국 제조사들은 부품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카메라나 디스플레이 사양을 낮추는 이른바 '깡통폰' 전략으로 연명하고 있다.
양극화되는 IT 시장, 삼성·애플은 '순항', 중소 브랜드는 '고사'
메모리 대란은 결국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달 협상력이 강하고 자체 공급망을 갖춘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 위기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분석한다.
카운터포인트의 양 왕(Yang Wang) 수석 분석가는 "200달러(약 28만 원) 이하 저가형 기기의 부품 비용은 이미 지난해 초보다 25% 올랐다"며 "제조사들이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생산을 포기해야 하는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ASP)은 전년 대비 6.9%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당초 예상치인 3.6%의 두 배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공급자로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동시에, 스마트폰 제조사로서는 부품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해결해야 하는 기묘한 상황에 놓였다.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키우고는 있으나, 실제 공장이 가동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2026년 내내 '칩의 굶주림'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