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준 새 의장 인선 발언에 달러 급등…과열된 귀금속 랠리 급제동
중국 개인·펀드 매수에 ‘포물선 장세’ 형성…차익 실현 매물에 글로벌 쇼크
중국 개인·펀드 매수에 ‘포물선 장세’ 형성…차익 실현 매물에 글로벌 쇼크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수주간 금과 은을 비롯한 귀금속 가격이 공급과 수요의 기본 원리를 벗어난 급등세를 보이다가 불과 하루 만에 붕괴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은 가격은 20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온스당 약 40달러가 급락하며 하루 만에 26% 폭락했고, 이는 사상 최대 하락폭으로 기록됐다. 금 가격 역시 하루 만에 9% 떨어지며 10년 넘게 보기 힘들었던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미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는 지난 2월 1일 ‘중국 투기꾼들이 금과 은 가격 하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이번 급등과 급락의 배경에 중국 개인 투자자와 펀드 자금이 만들어낸 투기적 매수 열풍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투기자금이 만든 비정상적 급등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금과 은, 구리, 주석 등 주요 금속 가격은 공급 부족이나 실물 수요 증가와 무관하게 급등했다. 이는 중국 개인 투자자와 대형 주식형 펀드 자금이 대거 귀금속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형성된 현상이었다. 시장에서는 가격 움직임이 포물선을 그리듯 상승하는 전형적인 투기 장세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은 시장의 경우 변동성이 특히 컸다. 은의 연간 공급 규모는 현재 가격 기준 약 980억 달러 수준으로, 약 7870억 달러 규모인 금 시장에 비해 훨씬 작다. 이로 인해 자금 유입과 이탈에 따른 가격 변동이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발언과 달러 반등이 촉발한 붕괴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할 계획이라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달러 가치가 급등했고, 약달러를 전제로 급등해 온 귀금속 가격은 즉각 하락 압력을 받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질문에 “달러는 잘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이 발언은 귀금속 매수를 더욱 부추겼다. 그 결과 1월 말과 2월 초 사이 금 가격은 온스당 5595달러까지 상승했고, 은은 121달러를 넘었으며, 구리 가격도 톤당 1만4527.5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1월 31일 미국 시장이 열리면서 달러가 반등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금 가격은 단 10분 만에 온스당 200달러 이상 급락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옵션 거래와 차익 실현이 낙폭 증폭
가격 급등 과정에서 옵션 거래와 추세 추종 전략이 대거 유입된 점도 급락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은 가격에 연동된 최대 상장지수펀드에서는 하루 거래대금이 400억 달러를 넘기며, 불과 수개월 전 하루 평균 20억 달러 수준이던 거래량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콜옵션 매수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오를수록 추가 매수가 반복되는 구조가 형성됐고, 가격이 꺾이자 이 구조는 그대로 하락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동했다. 시장에서는 가격이 빠르게 오를 수 있었던 만큼, 내려갈 때도 그만큼 빠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매도 전환이 만든 결정적 순간
블룸버그는 가격 반전의 결정적 순간이 아시아 거래 시간대에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동안 아시아, 특히 중국 시장이 열릴 때마다 가격이 상승했지만, 이번에는 중국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이 팔기 시작했고, 그 여파를 전 세계가 감당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후 은 가격의 하루 26% 폭락과 금 가격의 급락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중국 시장 재개가 향후 방향 가를 변수
향후 귀금속 시장의 방향은 다시 중국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시간 기준 일요일 저녁 상하이 시장이 열릴 때 중국 투자자들이 다시 매수에 나설지, 아니면 관망을 선택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중국 거래소에는 은 관련 일부 계약에 하루 16%에서 19%의 가격 변동 제한이 적용되고 있어, 상하이 가격이 국제 시장을 따라잡는 과정도 주목되고 있다. 춘절을 앞둔 전통적인 귀금속 구매 시즌이라는 점에서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중국 은행들은 개인 대상 금 적립 상품의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최소 예치 금액을 상향 조정했고, 휴일 기간 거래 한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거래소 역시 귀금속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귀금속의 중장기적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신호라기보다는, 중국 투기자금이 만들어낸 과열 국면이 한차례 정리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가격과 신뢰가 동시에 흔들린 만큼, 금과 은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전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