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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무역 바주카포’ 검토…트럼프 그린란드 압박에 보복 카드 만지작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본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본부.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관세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반강제 무역수단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EU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EU 주재 대사들은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 부과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실제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를 대비한 보복 조치 준비에 공감대를 이뤘다.

이같은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8곳을 상대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고 USA투데이가 1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달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고 오는 6월 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EU 회원국들은 이를 사실상의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의 반강제 무역수단을 미국에 적용하는 방안을 유럽 정상들과의 논의에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마크롱 대통령이 “단호하고 조율된 유럽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EU가 보복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이 수단을 발동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앞서 EU는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발표에 대응해 미국산 수입품 1070억 달러(약 157조7180억 원) 규모에 대한 보복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미국과의 협상 결과 이를 6개월간 유예했다. 당시 보복 대상에는 공화당 지지 기반 지역의 산업과 연관된 버번 위스키, 항공기 부품, 대두, 가금류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합의는 아직 EU 차원에서 비준되지 않았으며 EU 입법자들은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의 재차 압박이 합의 승인에 결정적 장애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 내부에서 이번 관세 위협이 합의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EU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로서는 기존 관세 패키지가 다른 반강제 조치보다 초기 대응책으로 더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반강제 수단의 전면 발동에 대해서는 회원국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관세 대상에 포함된 덴마크 등 나토 회원국 8곳은 공동성명을 통해 “관세 위협은 대서양 동맹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무역 바주카포’

‘무역 바주카포’란 EU가 지난 2023년 채택한 반강제 무역수단으로 특정 국가가 관세나 자원 통제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경우 이를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이 제도는 “EU 또는 회원국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억지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대응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수단이 ‘바주카포’로 불리는 이유는 미·EU 무역 관계에 미칠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유로뉴스는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응하는 ‘핵 옵션’에 비유했다.

이 제도는 당초 중국의 경제적 압박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구상됐지만, 이후 미국 역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수입 제한, 서비스 거래 중단, 외국인 투자 및 지식재산권 제한 등 폭넓은 대응 수단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조치는 피해 규모에 비례해야 한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다.

◇ 발동까지 얼마나 걸리나


EU 규정에 따르면 특정 국가가 경제적 강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경우 EU 집행위원회는 최대 4개월간 조사에 나선다. 조사 이후 회원국 다수의 동의를 얻어야 제도가 공식 발동된다.

발동 이후에도 우선 협상이 진행되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만 실제 보복 조치가 시행된다. 이 제도는 도입 이후 아직 한 차례도 사용된 적이 없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EU 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EU 간 교역 규모는 약 2조 달러(약 2948조 원)에 달하며 이는 세계 무역의 약 30%,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3%를 차지한다. EU는 27개 회원국과 약 4억5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단일 시장으로 미국과 세계에서 가장 밀접한 무역·투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안을 두고 EU가 실제로 ‘무역 바주카포’를 꺼내 들지, 아니면 외교적 타협을 모색할지는 향후 미·EU 간 협상 흐름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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