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극초음속 '게임 체인저'서 뒤처져…"긴 조달·전력화 지연에 발목"
냉전 후 '빅3'로 쪼그라든 경쟁…美 국방장관 "위험 회피 문화가 혁신 막아"
트럼프 '1.5조달러 증액·기업 통제' 구상도 한계…"중국과 1대1 경쟁은 불가, 동맹 생산 연대가 관건"
냉전 후 '빅3'로 쪼그라든 경쟁…美 국방장관 "위험 회피 문화가 혁신 막아"
트럼프 '1.5조달러 증액·기업 통제' 구상도 한계…"중국과 1대1 경쟁은 불가, 동맹 생산 연대가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를 찾아내는 데는 능하지만, 해법을 만드는 데는 약하다."
미국 방위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 미국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전장 현실이 겹치면서, 미국이 '세계 최고' 무기를 만들고도 필요한 속도로 양산·배치하지 못하는 허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기업의 자본정책(자사주 매입·배당)까지 흔들며 '강제 처방'을 꺼냈지만, 근본 처방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 시각) 미국 방위산업 복합체의 위기와 트럼프식 해법의 한계를 짚었다.
'프레데터'의 나라가 드론 경쟁에서 흔들린다
차세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무기에서도 미국은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과 러시아가 빠르고 기동성이 큰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앞서가는 사이, 미국은 "긴 조달(procurement)과 전력화(fielding) 일정"에 갇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무기체계를 계속 생산하고는 있지만, 여러 분야에서 경쟁국 대비 뒤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규모·가격'이 전장 공식을 바꾼다
미국이 특히 두려워하는 변수는 중국의 제조 스케일이다. 중국의 생산 기반은 미국 기업들이 맞추기 어려운 단가와 물량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젠(Stephen Jen) 유리존 SLJ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메모에서 "중국 기업들은 규모가 크고 움직임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젠은 이 '물량 요소(volume)'가 과소평가돼 왔다고도 했다. 예컨대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자율 드론·차량을 미국 제품 가격의 20% 수준(달러당 20센트)으로 찍어낼 수 있다면, 설령 성능이 미제의 80%에 그치더라도 전장에서 의미가 커진다는 논리다. '최첨단' 한 기가 아니라 '충분히 좋은' 수백·수천 기가 전장을 바꾸는 구도가 열릴 수 있다는 경고다.
'최후의 만찬' 이후…방산 '빅3'가 만든 위험 회피 문화
블룸버그는 미국 방산의 경쟁력 약화가 냉전 종식 이후의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짚었다. 1990년대 '평화 배당(peace dividend)' 시기에 방산업계는 급속도로 통폐합됐고, 1993년 펜타곤 회의 '최후의 만찬(Last Supper)' 이후 "정부가 지출을 줄일 테니 일부 기업은 퇴출될 것"이라는 메시지 속에서 인수합병이 가속됐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20여 개의 주요 방산기업이 합쳐지며 오늘날의 보잉, 록히드마틴, RTX(옛 레이시온) 등 소수 '거대 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수많은 중소 방산기업도 사라졌다.
이미지 확대보기경쟁 축소가 혁신을 갉아먹었다는 비판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미 국방장관은 "냉전 후 통폐합이 기술 혁신의 새로운 창업자들이 국방부 사업을 따내기 어렵게 만들었고, 그 결과 '위험 회피(risk-averse) 문화'가 미국의 능력을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자율체계, 양자기술, 극초음속, 장거리 드론, 지향성 에너지, 바이오테크 등 '기술 우위' 과제를 길게 나열했지만, 와서는 목표가 너무 광범위하면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방산 혁신은 역사적으로 '명확한 전략적 문제'에 닻을 내릴 때 가장 잘 작동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처방 '돈·통제·지분'…그러나 근본은 '선택과 연대'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비를 2027년 1조5000억 달러(약 2200조 원)로 50% 이상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대형 방산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거나 배당을 늘리는 행태를 막고, 경영진 보수 상한까지 언급하며 기업 자율을 압박하고 있다(대부분은 의회·입법·소송 등 변수가 크다는 단서가 붙는다).
펜타곤이 L3해리스(L3Harris) 미사일 사업 부문에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투자해 전환우선주(convertible preferred security) 형태로 참여하는 '전례 없는' 방식도 나왔다. 정부 지분이 민간의 추가 투자를 촉진할 가능성은 있지만, 정부가 '승자'를 찍는 방식은 다른 분야의 민간자금을 빨아들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무엇보다 블룸버그가 강조한 결론은 "미국은 중국과 1대1로 경쟁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인식이다. 와서는 '하드 초이스(어려운 선택)'가 중요하다고 했다. 어디에 생산능력을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경쟁을 되살리며, 해외 파트너와의 생산·공급망 연대를 깊게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린란드 문제 등으로 유럽 동맹과 갈등을 키우는 모습도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생산 규모라는 본질적 난제를 풀려면 동맹과 함께 '산업 동맹'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작 동맹을 흔들면 해법 자체가 약해진다는 얘기다.
미국 방위산업의 위기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속도·규모·경쟁·연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고리를 끊지 못하면, 미래의 강대국 충돌에서 미국이 승리할 산업적 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