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공정은 한국서, 마무리는 중국서…‘하이브리드 공정’으로 우시 공장 정상화
월 19만 장 생산 체제 안정화…DDR5 등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성·주가 ‘청신호’
삼성 시안 낸드 공장은 장비 반입 유연…양사 모두 ‘범용-중국, 첨단-한국’ 공식 굳혀
월 19만 장 생산 체제 안정화…DDR5 등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성·주가 ‘청신호’
삼성 시안 낸드 공장은 장비 반입 유연…양사 모두 ‘범용-중국, 첨단-한국’ 공식 굳혀
이미지 확대보기디지타임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각) 한국 전자신문 등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공장의 주력 공정을 기존 1z(3세대)에서 1a(4세대)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EUV 장비 반입 불가, ‘웨이퍼 공수’로 정면 돌파
이번 공정 전환은 SK하이닉스가 2024년 1월 계획을 처음 공개한 지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현재 우시 공장은 12인치(300mm) 웨이퍼 기준 월 18만~19만 장의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전체 생산량의 90%가 1a 공정으로 가동 중이다.
1a 공정은 반도체 회로 선폭을 미세화하기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필수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반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생산 이원화’ 전략을 택했다.
디지타임스는 “SK하이닉스가 미세 회로 패턴 구현이 필요한 EUV 공정 단계는 한국 본사 팹(Fab)에서 수행하고, 나머지 공정은 중국 우시 공장에서 마무리하는 방식을 적용했다”고 보도했다. 웨이퍼를 비행기에 실어 나르는 물류비용 증가와 공정 복잡성 심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우시 공장의 가동률과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결단이다.
우시 공장, SK하이닉스 D램 생산의 40%…대체 불가능한 핵심 기지
SK하이닉스가 고비용 구조인 ‘하이브리드 생산’을 고집한 이유는 우시 공장이 가진 절대적인 비중 때문이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30~40%를 담당한다. 만약 공정 전환에 실패해 구형 제품만 생산하게 된다면,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은 물론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규모다.
이번 전환 완료로 우시 공장은 DDR5와 LP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인공지능(AI) 서버와 고성능 모바일 기기 수요가 폭발하는 현 시점에서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중국 사업장은 회사뿐 아니라 세계 메모리 시장의 균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미국의 규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2006년 가동을 시작한 우시 공장에 투입된 누적 투자액만 수십조 원에 이른다.
韓-첨단, 中-범용…생산 기지별 역할 분담 가속화
SK하이닉스는 이번 성공을 발판으로 생산 기지별 기술 격차 전략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다. 중국 우시 공장이 1a 공정 기반의 주력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동안, 한국 내 이천 M14·M16 공장은 차세대 1c(6세대 10나노급) 공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규제가 지속하는 한 중국 내 팹은 레거시(구형)와 최신 공정 사이의 허리 역할을, 국내 팹은 초격차 기술을 선도하는 머리 역할을 맡는 구조가 고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1a 전환 완료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기업이 어떻게 생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만, 향후 1b, 1c 등 더 미세한 공정으로 넘어갈수록 웨이퍼 왕복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에 따른 원가 경쟁력 확보는 여전한 과제로 남는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숨통’…낸드플래시 특성상 장비 반입 유연
SK하이닉스가 전략적으로 ‘공정 이원화’를 택한 것과 달리, 중국 시안(Xi’an)에 낸드플래시(NAND Flash) 생산 기지를 둔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이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공정 특성 차이에서 기인한다.
회로 선폭을 좁혀야 하는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수직으로 높게 쌓는 ‘적층 기술’이 핵심이다. 현재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며, 128단(6세대) 제품을 넘어 200단 이상(8세대·V8) 공정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낸드 공정은 아직 1a D램 수준의 극자외선(EUV) 장비 의존도가 낮아, 미국 정부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통해 허용한 장비만으로도 공정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역시 향후 10나노급 이하 초미세 공정이 필요한 차세대 낸드나 시스템 반도체 라인을 중국에 증설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범용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최첨단 제품은 평택과 용인 클러스터에서 생산하는 ‘투 트랙’ 전략이 삼성과 SK 모두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공정 전환 완료를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능력의 입증’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중국 공장은 미·중 갈등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시한폭탄’처럼 여겨져 왔으나, 이번 사례로 기술적·물류적 해법을 찾았다는 점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소식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가 할인 요소를 일부 해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생산 차질 우려가 사라지면서 글로벌 고객사의 주문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고환율 기조 속에서 중국 공장의 생산성이 안정화하면 원가 절감 효과로 이어져,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