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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3배 폭등, 메모리 70% 싹쓸이"…AI가 불러온 '자원 블랙홀' 공포

가정용 전기료 5.2% 인상, 데이터센터 인근은 5년 새 267% '껑충'
2026년 생산 메모리 10개 중 7개는 데이터센터행… PC·스마트폰 품귀 우려
트럼프 행정부, 전력망 운영사 PJM에 '긴급 경매' 압박하며 제동
2025년 10월 20일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있는 아마존 웹 서비스 데이터 센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0월 20일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있는 아마존 웹 서비스 데이터 센터.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가속하면서 데이터센터가 전력과 필수 반도체 자원을 독식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프라 투자가 일반 가정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키우고,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을 왜곡시킨다는 경고음이 커졌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의 전기요금이 5년 새 267% 폭등해 주민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2026년에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의 70%가 데이터센터로 쏠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미국 정부는 전력망 안정을 위한 긴급 조치에 나섰으며, 업계는 원자력 발전에서 해법을 찾고 있으나 비용과 안전성 논란은 여전하다.

CNN과 톰스하드웨어 등 주요 외신은 18(현지시각)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미국의 노후화한 전력망을 위협하고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유발해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IT 기기 시장을 타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데이터센터 전력난, 가정용 요금으로 전가… "주민이 비용 떠안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월간 전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 주거용 전기요금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 올랐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의 타격은 심각하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인근 지역의 전기요금은 5년 전과 비교해 무려 267%나 치솟았다.

라이언 흘레딕 브래틀그룹 대표는 "데이터센터 붐이 전력 수요를 폭발시키며 자원 부족을 야기했다""노후화한 배전 시스템 개선 비용과 팬데믹 이후 급등한 자재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이 20234.4%에서 2028년에는 미국 전체 전력의 최대 1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맥킨지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물 수요가 2030년까지 17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하이오 등 북동부 주지사들은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PJM'긴급 전력 경매'를 요청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15년 장기 계약을 통해 전력망 확충 비용을 직접 부담하도록 강제하려는 조치다.

오리건주는 이미 데이터센터가 실제 유발하는 전력망 부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주요 경제 지표 변화. 도표=글롭벌이코노믹/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주요 경제 지표 변화. 도표=글롭벌이코노믹/제미나이3


2026년 메모리 반도체 70%, AI가 독식… IT 기기 가격 도미노 인상 예고


전력난과 함께 '반도체 쏠림' 현상도 현실화했다. 톰스하드웨어는 업계 분석을 인용해 "2026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70%를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이러한 메모리 쏠림 현상 탓에 PC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칩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IDC2026PC 판매량이 9%, 스마트폰 판매량은 5% 감소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반도체 부족은 완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RAM) 가격이 전자기기 원가의 10%, 스마트폰 원가의 3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20년 동안 메모리 시장을 추적해왔지만, 이번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공급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AI 데이터센터용으로 영구 재배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하이오 등 원전·SMR 승부수… 실효성은 '글쎄'


전력 수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은 원자력 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구글, 메타, MS는 원전 재가동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규모 5위인 오하이오주는 'AI 전력 전쟁'의 최전선이다. 메타는 이곳에서 테크 스타트업 오클로(Oklo)와 협력해 1200메가와트(MW) 규모의 전력을 SMR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SMR은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두 기뿐이며, 오클로의 설계안은 지난 2022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승인을 거부당했다.

제시 젠킨스 프린스턴대 제로랩 교수는 "기존 원전의 전력을 데이터센터가 사가는 계약은 서류상의 이동일 뿐 전체 전력 공급량을 늘리지 못한다""데이터센터 하나가 시카고나 신시내티 규모의 전력을 소비하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요금 인상과 탄소 배출 증가는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자원 배분 갈등, 새로운 규제 방아쇠 될 듯


AI 산업의 성장이 지역사회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향후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규제는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흘레딕 대표는 "데이터센터와 지역 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특정 기업만 이익을 보고 지역 사회는 손해를 보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비용을 더 지불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물리적인 전력망 확충과 원전 건설에는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린다. 당분간 AI가 유발한 '자원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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