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사업권 만료 앞두고 재입찰 ‘0’…DFS 이어 ‘면세점 엑소더스’ 현실화
“새벽 비행기만 뜨는데 누가 사나”…고환율·관광 침체에 수익성 직격탄
“새벽 비행기만 뜨는데 누가 사나”…고환율·관광 침체에 수익성 직격탄
이미지 확대보기괌 현지 유력 매체 괌퍼시픽데일리뉴스(Guam PDN)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이재준 롯데면세점 괌 법인장의 발언을 인용해 롯데의 철수 가능성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법인장은 “공항 당국과 계약 연장에 관한 논의가 전무하다”라며 철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13년 동행의 끝, 예고된 결별
지난 2013년 괌 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며 현지에 진출한 롯데면세점은 2023년 계약 기간을 3년 연장해 오는 7월 20일 사업권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재준 법인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항 당국과 계약 연장이나 갱신에 관한 논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라며 “괌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공항 면세점 입찰은 제안요청서(RFP) 발송부터 사업자 선정, 협상 마무리까지 최소 1년이 걸린다. 계약 만료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입찰 공고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롯데 측의 철수 의지를 뒷받침한다. 이미 55년간 괌을 지켜온 세계적인 면세 기업 DFS 그룹도 오는 3월 31일 자로 괌 사업 철수를 확정한 상태다. 글로벌 면세 양대 산맥이 모두 괌을 떠나는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하고 있다.
왜 떠나는가?…“새벽 비행기에 고환율 이중고”
롯데면세점이 철수를 결심한 핵심 배경은 ‘구조적 수익 악화’다. 단순히 관광객 수 감소를 넘어, 항공 스케줄과 소비 패턴의 불일치가 치명타를 입혔다.
이 법인장은 “한국에서 괌으로 오는 항공편이 하루 6편인데, 이 중 5편이 소비 활동이 거의 없는 심야·새벽 시간대(Graveyard shift)에 배정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면세점의 주 고객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잠든 시간에 공항을 이용하다 보니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여기에 엔데믹 이후 기대했던 ‘보복 소비’ 효과도 괌에서는 미미했다. 최근 슈퍼 달러(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괌 대신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로 발길을 돌린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 법인장은 “2023년 연장 계약 당시 기대했던 회복세는 없었다”라며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공항 측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늑장 행정 자초한 ‘면세점 공백’ 위기, ‘쇼핑 천국’ 괌의 몰락인가
괌 공항 당국의 늑장 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로운 사업자를 찾으려면 최소 6개월 전에는 입찰 절차를 시작해야 했음에도, 괌 공항 당국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브라이언 밤바 괌 공항 이사회 의장은 “통상적인 절차대로 자격을 갖춘 운영자를 찾고 있다”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대프니 시미즈 신임 부공항장 역시 “새로운 주사업자를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는 과거 롯데면세점 선정 당시 불거졌던 DFS와의 장기간 법적 분쟁을 의식한 탓으로 풀이된다. 2013년 롯데가 약 1억 5400만 달러(약 2270억 원)를 써내며 사업권을 따냈을 때, 탈락한 DFS가 선정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전을 벌렸다. 루 레온 게레로 괌 주지사가 지난해 8월 공항 입찰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하지만 강화된 절차가 오히려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면세점이 공항에서 철수하면 시내 면세점 운영도 동력을 잃는다. 이 법인장은 “공항 면세점 없이 시내 면세점(T 갤러리아 등)만 운영하는 것은 시너지가 없어 불가능하다”라며 괌 시장 완전 철수를 시사했다.
올해 개항 50주년을 맞는 괌 국제공항은 사상 초유의 ‘면세점 공백’ 사태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DFS에 이어 롯데까지 철수할 경우, 괌은 ‘쇼핑 휴양지’라는 핵심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괌 공항이 7월까지 새 사업자를 찾지 못해 상당 기간 면세 구역을 공실로 비워두거나 임시 매장 체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