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두산 밥캣, '건설기계 공룡' 캐터필러와 전면전…美·유럽서 동시 특허 침해 소송

미국의 소형 건설장비 제조업체 두산 밥캣(Bobcat)이 업계 최대 경쟁자인 캐터필러(Caterpillar)를 상대로 미국과 유럽 법원에 동시다발적인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특허 전쟁'을 선포했다. 밥캣 측은 캐터필러가 자사의 핵심 기술 특허를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제품을 고의적으로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제품의 수입 금지와 폐기, 막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두 라이벌 기업이 유럽 법정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각) 독일 특허 전문 매체 주베 패턴트(JUVE Patent)에 따르면, 밥캣은 이달 초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성격의 무역 법원에 캐터필러를 제소한 데 이어, 유럽에서도 독일 만하임 통합특허법원(UPC) 지역판사부와 뮌헨 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밥캣이 문제 삼은 특허는 총 14건에 달한다. 밥캣은 미국 무역 법원을 통해 캐터필러의 특허 침해 혐의 제품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요청했으며, 텍사스 법원에서는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유럽에서의 공세 수위는 더욱 높다. 밥캣은 캐터필러뿐만 아니라 캐터필러의 유럽 유통 파트너인 제펠린(Zeppelin)까지 피고로 지정해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 내 소송은 총 5건으로, 만하임 UPC 지역판사부에 2건, 뮌헨 지방법원에 3건이 각각 계류 중이다.

밥캣 측은 유럽 법원에 ▲특허 침해 행위의 즉각적인 중지(cease and desist) ▲침해 제품의 리콜(회수) 및 제거 ▲해당 제품의 전량 폐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는 경쟁사의 유럽 내 영업망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소형 굴착기(compact excavators)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들이다. 밥캣은 캐터필러가 굴착기의 기동성, 성능, 효율성, 에너지 소비 등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밥캣은 소장을 통해 "캐터필러가 단순히 특허를 침해한 것을 넘어, 우리 제품을 고의적으로 모방(deliberately imitating)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만하임 UPC에서 다뤄질 특허(사건번호 UPC_CFI_0001810/2025, UPC_CFI_0001811/2025)는 ▲차량용 구동 제어 시스템 및 방법(EP 2 162 311) ▲통합 유압 또는 전기 라인 클러치(EP 2 347 054) 등 2건이다. 해당 재판부는 피터 토흐터만(Peter Tochtermann) 재판장이 이끈다.
뮌헨 지방법원 제7민사부(재판장 올리버 쇤)가 심리할 3건의 특허는 ▲작업 기계 또는 차량용 외부 제어 시스템(EP 1 887 148) ▲캐리어 및 굴착기 제어 시스템(EP 2 255 258) ▲리프팅 암 작동 구역 정의 시스템(EP 3 535 458) 등이다.

밥캣은 이번 소송을 위해 글로벌 소송 전문 로펌인 '퀸 이매뉴얼(Quinn Emanuel)'을 선임했다. 퀸 이매뉴얼의 독일 법인이 밥캣을 대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만하임 기반의 마커스 그로쉬(Marcus Grosch) 파트너와 슈투트가르트의 예스코 프로이스(Jesko Preuß) 파트너가 이끄는 대규모 변호인단이 투입됐다. 퀸 이매뉴얼은 미국 내 소송도 함께 대리하고 있다.

반면 피고 측인 제펠린은 오랜 고객 관계를 유지해 온 '마이스너 볼테(Meissner Bolte)'의 재스퍼 베르한, 안드레아스 카비쉬 파트너를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핵심 피고인 캐터필러 측의 UPC 소송 대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유럽특허청(EPO) 관련 업무는 '마우처 젠킨스(Maucher Jenkins)' 팀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본사에 대한 소장 송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